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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5일 현장 10신] 촛불집회 이모저모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 비데로 써라!”

1. “내가 조중동을 본다면 명박이 동생이다”

“나는 엄연한 직장인! 엄연한 경제인! 우리더러 백수라 하는 것부터가 조중동스럽!”

“조중동은 우리집 강아지 똥 닦을 때에도 안 쓰겠습니다.”

6월 4일 저녁 7시, 서울 덕수궁 근처에 시위대가 모일 무렵 파이낸셜 센터 앞에는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서명운동’ 좌판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이름과 연락처, 메일 주소를 쓴 명함에 ‘내가 조중동을 안 보는 이유’를 다양하게 적어 게시판에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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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센스 있는 시민이라면 피켓을 자기 손으로!”

새로운 피켓도 등장했다. ‘이명박 OUT’이나 ‘협상무효 고시철회’가 적힌 일률적인 피켓 대신 ‘백지 피켓’이 새로 나왔다. 대학생 사람 연대는 시민이 직접 피켓 문구를 쓸 수 있도록 종이와 사인펜을 시청 앞 광장에 준비했다. “이명박, 어청수, 미친소에게 할 말 많은 분들, 와서 쓰세요.” 시민들은 “명박아 쫌!” “이명박이 나는 창피해” “명박아 잠 좀 자라” 등 다양한 문구를 굵은 사인펜으로 즐겁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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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 산 깃발을 들고

오늘 하루 동맹휴업을 결의한 서울대 학생들도 깃발을 들고 촛불 시위에 참가했다. 전창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비권을 표방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투표를 통해 공식적인 참가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1500명 정도 참가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늘 ‘처음 구입한’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3만 원쯤 들었다. ‘비운동권’총학생회가 이제껏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올 일은 없었다. 서울대 대학원·졸업생들도 2만 5천원을 들여 깃발을 마련했다. 서울대 사회대 대학원생 조형진씨(32)는 “이제껏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나왔었는데, 깃발이 없으니 하도 헤매기에 하나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깃발엔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조씨는 “쥐를 잡는 고양이 그림을 어디에서 다운 받아 넣었다”라고 말했다.

 

4.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 비데로 써라!”

오늘 행진 코스는 평소보다 다소 길었다. 시청~숭례문~남대문~명동~광교를 지나 광화문에 도착했다. 어디로, 왜 향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기자에게 “어디로 가는 거예요?”라고 묻는 시민이 많았다. 집회 행렬이 하도 길어 한 기자는 뒤에서 선두까지 따라잡는 데 20분이 걸렸다.

구호도 다양했다. 숭례문을 지날 때 시위대는 “명박이가 다 태웠다”를 반복했다. 물대포 이야기가 나오자, 4·4조를 파격한 구호도 나왔다.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 비데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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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딩들, 다시 시위대의 선두로

오늘 거리에는 촛불을 든 10대가 눈에 많이 띄었다. 5월 초 촛불을 먼저 밝힌 아이들이 다시 나온 것이다. 은평구 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고 3학년생 4명은 오늘 국민대학교로 ‘소풍 겸 견학’을 갔다가 촛불 시위 현장을 찾았다. “촛불 시위 초반에 나왔다가 오늘 두 번째 나왔어요. 그 때 우리가 목소리 높였어도 하나도 바뀐 것 없고 점점 더 심해졌잖아요. 학교에선 학교 망신시킨다고 교복 입지 말랬는데요, 일부러 보란 듯이 교복 입고 나왔어요.” 그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귀여운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시사IN> 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