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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6일 현장 1신] 물대포가 맺어준 사랑


물대포가 맺어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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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 해도 집회현장에서 티를 안 내는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집회장에서 애인이라도 챙겼다간 "연애질하러 왔냐?"는 비아냥이 날아드는 것도 순식간이었지요. '사랑이냐, 사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도 많았지요?

이제는 다릅니다. '조직' 대신 연인 단위로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면서, '연애질'은 거리의 일상 풍경이 됐습니다.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거나 아예 물대포를 쏴버리면 '연애질'은 절정에 이릅니다.

한 술 더 뜨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서 '집회커플'이 속속 생겨납니다. 패션사이트 '소울드레서'의 홍아무개씨는 예비군복 차림의 박아무개씨와 '물대포로 맺은 인연'입니다. 가장 치열했던 6월1일 새벽 함께 물대포를 맞은 두 사람은 잔뜩 얼어붙은 몸을 녹이러 "순대국에 소주 한 잔 하다가" 눈이 맞았답니다. '마이클럽'의 장아무개씨는 촛불집회가 폭발하기 전인 4월부터 안티MB카페의 집회를 찾았습니다. "4월26일 집회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어쩌다 보니 공인된 커플이 돼 있더라"고 장씨는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우리 주변에만 새로 생긴 커플이 네 쌍이다"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여성 커뮤니티, 패션 동호회, 화장품 동호회, 성형수술 동호회까지 거리로 총출동을 하면서 따라오는 현상입니다.

집회 커플들에게 물었습니다. 따지자면 대통령이 '커플매니저'인 셈인데, 감사인사라도 하셔야죠? 기자를 한참 째려보더니 답합니다. "그 자리에서 내려 오시면, 그 때 두 배로 감사드리려고요."

<시사IN> 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