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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9일 현장 10신] 젖과 꿀이 흐르는 천막 '선영아 모여라'


젖과 꿀이 흐르는 천막 '선영아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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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정치, 밀실정치, 룸살롱정치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천막정치' 전성기다. 서울광장은 지금 시민단체, 노조, 정당, 인터넷커뮤니티 등 각지에서 온 30여 개 천막이 광장 잔디밭을 빈틈없이 둘렀다. 시사IN은 그 중 '가장 시끄러운' 천막을 찾았다. 여성포털 '마이클럽'의 '선영님'들이 펼친 천막이다. 선영님이란 마이클럽 사용자의 별칭이다. 이들은 '선영아 모여라'라는 깃발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

"선영님들이 다들 모금중독증에 걸렸어요. 모금운동에 재미들려서 계좌오픈 안하냐고 난리죠." 요즘 마이클럽 분위기가 그렇단다. '모금 금단증상'이 심했을 때는 계좌를 열자마자 4시간에 1,200만원이 쏟아져 들어온 적도 있다.

아니나다를까 천막 안은 라면, 커피, 물 등이 잔뜩 쌓였다. 그나마 이것도 72시간 연속집회를 거치며 '창고대방출'을 하고 남은 거란다. 1만개도 넘는 물과 숫자조차 세기 힘든 커피가 시위대에게 제공됐다. "우리가 이 천막촌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천막이에요. 옆집 '서프라이즈' 천막에서 이불이고 뭐고 막 빌려가요."

천막은 6월6일부터 폈다. 천막의 '배후'인 ID목화송이는 치열하던 5월31일에 무력감을 느끼고 그날부터 '후방지원'을 나서다 6일부턴 아예 천막을 차렸다고 말했다. 6일 이전에도 거리에서 밤을 새기를 밥먹듯이 했단다. '대학때도 안 해본' 야외 생활이지만 이들은 피곤한 기색 없이 웃어넘긴다. "나 요즘은 집이 여관 같잖아. 잠깐 들어가서 잠만 자고 나와." "언니, 며칠전에 가보니까 우리 집은 개미 생겼더라. 그런가보다 하고 나왔지."

선영님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 박승호씨는 부지런히 조명용 랜턴을 매달았다. "부인이 시켜서 잡일하러 나왔어요. 안 나가면 밥 안 해 준대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내일은 뉴라이트등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천막을 걷어야 할 처지다. 어쩔 셈일까. 그래서 물었다. 내일은 뉴라이트가 여기 온다죠? 바로 반응이 왔다. "쇼한다."

'천막촌'이 통째 옮긴다면야 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맞아가면서라도 버티겠단다. "연약한 여자가 맞았다면 여론이 우리편 안될까?" "언니, 우리 안 연약해." 겨우 수다를 자르고 들어가 다시 물었다. 어쨌든 여긴 집회허가를 안받았잖아요? "뉴라이트한테 물어봐야죠. 그럼 너희는 국민한테 허락 받았냐고."

싸움이 길어지면서 다들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싸움은 어디까지 가야 이기는 걸까? 주제가 이쪽으로 넘어가자 선영님들은 단호하다. "대통령이 내려와야죠." 쇠고기 재협상 정도로는 안돼요? "에이 그걸로 무슨. 이미 국민은 광장에서 소통하고 있고, 합의 봤어요 내려오라고. 그걸 대통령만 모르죠." 선영님들은 벌써부터 이 싸움이 끝나면 MT를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MB 하야하면, 기념MT 가야죠."

<시사IN>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