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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7월5일 현장 7신] "MB가 쥐라고? 내가 보기엔 타조다"


"MB가 쥐라고? 내가 보기엔 타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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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 정국에서 토론회 수도 없이 해봤는데, 오늘이 제일 재밌었어."
토론회가 끝나고, 진보신당 관계자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오후 1시, 언론재단 7층 레이첼 카슨 룸에 모인 사람들은 2시간이 언제 다 갔느냐 하는 표정입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사IN과 진보신당 칼라TV 공동 주최로 열린 '온라인 커뮤니티 촛불과 함꼐 진화하다'는 떠들썩한 박장대소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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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인테리어 사이트, 패션 사이트, 야구 사이트, 요리 사이트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거리에서 그네들의 깃발이 휘날리는 '사건'까지 벌어지게 된 걸까요. 내밀한 속사정을 알 길 없는 처지에선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 토론회의 기획 의도가 이 궁금증을 풀어보자는 데 있습니다.

면면이 화려합니다. 아마도 1975년 동아일보 시민 광고 물결에 비견될 '광고 투쟁'의 물꼬를 튼 소울드레서, 조중동 광고 내리기 운동 때문에 조선일보의 '살벌한' 공문을 받았던 82COOK, 67만 회원이 인테리어 이야기는 제쳐두고 시국 토론에 불붙은 레몬테라스, 여성이 주도하는 온라인 촛불 정국에서 눈에 띄는 '남초' 사이트 엠엘비파크, 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시민기자단'의 모태 SLR클럽, 그리고 왜곡 언론을 반대하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기에 사회자는 이번 촛불 정국이 낳은 최고의 스타 진중권 교수. 진교수님 덕에 섭외도 꽤 쉬웠습니다. "진중권 교수님이 사회 봅니다"라는 한마디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할 줄 알았는데, 첫인사부터 다들 언변이 화려합니다. 진중권 교수가 패션커뮤니티 소울드레서에게 "왜 카페를 비공개로 했어요? 한 번 둘러보려고 했더니"라고 묻자, 정치카페로 알고 찾아오는 분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물론 저희 가입 기준이 17~ 39세여서 진교수님은 어차피 가입이 안 되시지만."

이후 두 시간은 '말의 향연'이라도 불러도 좋을 만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토론회가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소드가 배후구나." (진중권:여러 커뮤니티들이 소울드레서의 모금 광고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으자)

"전경도 참 오랜만에 본다. 88학번인데, 우리 때는 맨손으로 운동 안 했다. 화염병 정도는 당연히 들고 나오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이번에는 맨몸으로 전경 앞에 서 보니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 (레몬테라스)

"그 유모차 안에 진짜 애가 있었느냐고 조중동이 물어본다. 애 엄마한테 죽고 싶은가 보다. 보수 언론이 애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건 지 무덤 지가 파는 거다. 어디 애 엄마를 건드려! 이번 사태로 주부가 정치 관심 가진 게 크다. 주부는 수다가 많으니까 무섭게 번진다. 촛불 집회에서 계도 하고 저녁도 먹고 하자 그런다니까 정말. 진보신당도 잘 들어. 앞으로 신당이 사는 길은 주부를 잡는 거야."(레몬테라스)

"알바와 다구리의 변증법이 있다. 알바질을 잘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그걸 다구리를 잘 놓으려면 또 이쪽도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알바와 다구리의 변증법이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분위기. 참여와 관심이 커진 거다." (엠팍앙겔)

"대통령을 보고 자꾸 쥐라고 그러는데, 내가 보기엔 타조다. 왜 타조가 머리만 어디 처박으면 자기 몸이 다 가린 줄 알잖은가. 대통령 지금 하는 꼴이 딱 그렇다." (82COOK)

<시사IN> 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