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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까지

고경태 한겨레21 전 편집장 무죄 판결문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 2006고단2192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피고인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검사 : 정용환
변호인 : 법무법인 한결 / 담당변호사 문건영
판결선고 : 2007. 5.30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편집장인바,

가. 2006. 6. 23.경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6-25 소재 ‘한겨레21’ 사무실에서, 사실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편집인인 피해자 금창태가 6. 15.경 시사저널의 편집국장인 이윤삼에게 이철현 기자가 작성한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기사가 삼성그룹 및 기사에서 실명으로 거론된 인사들에 대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6. 27.자 시사저널에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으나, 위 이윤삼이 이에 응하지 않자 6. 16. 경 시사저널 회장, 상무, 광고팀장 등과 함께 위 기사의 게재 여부에 대해 회의를 갖고 편집인의 권한으로 위 기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피해재가 삼성그룹 고위층과의 친분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절차 없이 위 이윤삼 몰래 독단적으로 위 기사를 삭제한 것처럼 비방할 목적으로, 7. 4. 자 한겨레21 제8쪽에 별지 1기재와 같이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라는 제하의 편집장 명의 칼럼에서 “…이른바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시사저널>은 지난주 발간되는 호에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문제를 비평하는 3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려 했습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편집국장에게 삭제를 권유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인쇄기가 돌아가기 직전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편집 책임자를 왕따시키고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몰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제대로 된 ‘언론탄압’의 전형을 오랜만에 보여준 금창태 사장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라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6. 26.경 발간된 7.4.자 한겨레21 약 10만부에 게재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나. 2006. 7. 7.경 위와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가 피고인 등을 상대로 위와 같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형사고소를 하기에 이르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7. 18.자 한겨레21 제8쪽에 별지 2 기재와 같이 ‘상식의 표본’이라는 제하의 편집장 명의 칼럼에서 “…금창태 사장이 비타협적으로 소송에 임하겠다면 이기기를 빌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이렇게 말을 바꾸는 날이 오기를 상상해 봅니다. ”편집국장을 따돌리고 삼성 관련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정당한 편집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하다.“라고 기재하여 마치 위 피해자가 삼성그룹 고위층과의 친분으로 인하여 정당한 절차 없이 위 이윤삼 몰래 독단적으로 위 기사를 삭제한 것처럼 빗대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다음 7. 10.경 발간된 7. 18.자 한겨레21 약 10만부에 게재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형법 제309조 제2항, 제1항, 제307조 제2항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등 출판물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때 성립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위 공소사실에 적시된 피고인 작성의 칼럼 내용 중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지 및 ② 위 사실의 적시 자체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허위 사실의 적시로서 공소가 제기된 부분은, ㉠ 시사저널의 대표이사이자 편집인인 피해자 금창태의 기사 삭제 요구에 대해 편집국장인 이윤삼이 응하지 않자 피해자는 2006. 6. 16.경 편집인의 자격으로 정당한 절차인 시사저널 회장, 상무, 광고국장과의 회의를 거쳐 기사 삭제를 결정하였음에도, 피해자가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도록 하여 편집 책임자를 왕따 시키거나 또는 따돌렸다는 취지로 기재된 각 칼럼의 내용 및 ㉡ 피해자가 타인인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명예훼손을 우려하여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임에도, 마치 피해자가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이 두터워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처럼 표현된 것으로 읽힐 가능성이 문제되는,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문제를 비평하는 3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려 했습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했습니다”라는 칼럼의 기재 내용으로 요약된다.

나. 인정사실

위 사실의 적시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 금창태, 현병구, 이윤삼, 안철흥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금창태, 이윤삼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고소장, 편집인의 역할을 규정한 시사저널 내부합의문서 및 전결규정(수사기록 68쪽), 고소인자료제출 첨부 보고,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첨부 보고, 참고인 전화통화보고(김진수, 김유진)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시사저널 기자인 이철현은 2006. 6. 15경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삼성그룹의 주요 보직 또는 계열사 사장에 임명하는 등 독선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삼성그룹 인사 관련 기사를 작성중이었다.

(2) 피해자 금창태는 6. 15. 15:00 경 삼성그룹 홍보실 관계자로부터 위 기사가 작성되고 있는데 기사 게재를 재고하여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후 편집국장 이윤삼을 사장실로 불러 “나와 삼성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등의 말을 하면서 위 기사의 보류 등을 권고하였고, 이윤삼은 확인해 보고 다음날 보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당시 피해자가 이윤삼에게 한 말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피해자는 당시 명예훼손의 위험성에 대한 것뿐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윤삼은 그런 내용은 언급된 바 없으며 다만 피해자의 삼성 고위층과의 관계상 기사를 삭제했으면 한다는 의사표시였다고 하여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금창태, 이윤삼의 각 법정진술, 금창태, 이윤삼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고소장 등에 의하면, 피해자가 처음 고소할 당시의 주장 내용은 피해자가 6. 15. 15:00 경 삼성그룹 홍보실의 전화를 받고 기사를 검토해보니 익명의 제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하지 않아 객관적 진실에 명백히 반하는 내용이고 타인의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후 편집국장인 이윤삼과 담당기자인 이철현을 불러 수차례 부적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였다는 것이었는데(고소장, 수사기록 12쪽 이하), 그 후 이 사건 제2회 공판기일에서의 대질신문에 이르러(기사의 교정쇄를 처음 본 것이 6. 15. 15:00경이었다는 진술에 이어) 위 기사의 교정쇄를 처음 본 것은 그 다음날인 6. 16. 10:00경이었다고 주장 내용을 일부 변경하였고, 한편 피해자는 검찰 조사시 당시 오간 대화에 대해 “편집국장에게 일단 빼고 더 검증해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그 때 가서 결정을 하자고 얘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부탁을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한 바도 있다(위 금창태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수사기록 35쪽). 반면 이윤삼은 6. 15. 15:00 사장실에서 처음 기사 보류 이야기가 나올 당시 명예훼손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한편 위 6. 15. 15:00 경 역시 피해자로부터 기사 삭제 요청을 받았던 기자 이철현은 기사 삭제 사건 직후인 6. 22.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6. 15 피해자로부터 보자는 연락이 와 사장실로 갔더니 ‘이학수와 아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중앙일보 사장으로 있을 때나 시사저널 사장으로 있을 때나 이학수에게 부탁하면 다 들어줬다, 명색이 사장인데 이런 비판기사가 나가면 되겠느냐, 기사 빼는 것에 대해 양해해 달라’라는 말을 들었고, 그 후 기사가 삭제된 이후인 6. 19.에서야 뒤늦게 사장실에서 피해자로부터 ‘기사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수사기록 166-167쪽). 위와 같은 내용들을 종합하면, 금창태와 이윤삼의 각 주장 중 이윤삼의 주장 내용에 보다 신빙성을 둘 수밖에 없다고 보이고, 또한 만약 6. 15. 15:00경 처음 기사 삭제가 언급될 당시 또는 6. 16. 10:00경 이윤삼이 기사 개재 의사를 밝혔을 당시 피해자가 명예훼손의 점을 함께 언급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언급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였다고 보인다.)

(3) 피해자 금창태는 1965. 경 중앙일보 기자로 시작하여 2002.까지 약 37년간 중앙일보 중앙일보 사장, 부회장 등으로 근무하였고, 2003. 4부터 시사저널 대표이사 및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중앙일보는 1999.경 삼성그룹과 계열분리된 바 있으며, 피해자는 이 사건 제2회 공판기일에서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있나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개인적인 친분은 있으나, 편집인으로서의 관련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4) 이윤삼은 6. 16. 오전 사장실로 찾아가 피해자에게 위 기사가 기사로서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으므로 이번호에 빼기 어렵다고 보고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화를 내었으며, 이윤삼은 “기사를 내겠다”는 취지로 말한 후 바로 사장실을 나왔다.

(5) 피해자 등은 6. 16 저녁 무렵 이윤삼에게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이윤삼이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6) 피해자는 6. 16 22:00 경 시사저널 회장, 상무, 광고국장 등 4인의 간부회의를 열어 위 기사의 삭제를 결정하고, 같은 날 24:00 경 인쇄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작부서와 이야기가 되었으니 기사를 빼고 광고를 넣어달라”고 지시하였다.

(7) 당시 위 간부회의가 열린 사장실은 건물 6층에 있었고, 이윤삼이 근무하는 편집국 사무실은 건물 5층에 있었는데, 위 간부회의 당시 피해자 등은 이윤삼에게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후 5층에 직접 부르러 가거나 하는 등 별도의 방법으로 5층에 있는 이윤삼에게 위 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고, 이윤삼은 위와 같은 기사 삭제 결정 등을 알지 못한 채 6. 17 00:30경까지 위 편집국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퇴근하였다.

(8) 언론매체에서 ‘편집인’이란 ‘발행인이 선임한 자로서 정기간행물의 편집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하는데(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 현실에서는 대표이사 겸 발행인, 즉 경영자가 편집인을 겸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와 같은 경우 실제 편집실무의 운영은 편집국장 등의 직위를 가진 자가 책임지고 수행하되, 이 때 편집인은 언론매체의 전반적인 방향과 기조 등을 결정하고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거나 지시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됨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우 편집인은 여전히 회사 경영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므로, 언론매체의 특성과 회사 경영의 논리상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 다른 편집실무자들 사이에서는 편집권의 수행방식을 둘러싸고 이견과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할 수 있고, 특히 시사저널에서는 그 이전에도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 사이의 편집권 수행방식에 관한 마찰이 적지 않았으므로, 2005. 12. 8 대표이사인 피해자와 시사저널 정상화추진위원회 남문희 사이에 “대표이사는 편집기획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편집권에 대한 국장의 권한을 존중한다(합의안 2), 기사에 대한 의견 제시는 편집국장을 통한다(합의안 2-1)” 등의 합의문이 작성된 바 있었다(위 편집인의 역할을 규정한 시사저널 내부합의문서 및 전결규정, 수사 기록 69쪽).

(9)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 사이의 지사 게재 여부 등 편집권 수행방식에 관한 의견충돌은 시사저널 외에도 다른 언론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만, 편집국장이 미리 사직서를 낸다든가 업무를 거부한다든가 하여 공석이 되어 있지 않는 한 편집국장 등 정상적인 편집 실무 체계를 통하지 않은 채 편집인이 직접 인쇄소에 기사 삭제를 지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10) 이윤삼은 위 기사 삭제 사건과 관련하여 그 다음 근무일인 6. 19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직후인 6. 21. 한국기자협회 시사저널 지회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피해자의 위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하였고, 6. 22.부터 미디어 오늘, 오마이뉴스 등이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상세하게 보도하기 시작하였으며, 곧바로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의 언론단체들이 시사저널 기자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11) 피고인은 6. 22경 위 미디어오늘 등을 통하여 위 기사를 접한 후 이윤삼 및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사실 확인을 하였고, 위 사건이 언론계 및 나아가 사회 전반의 큰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 사건 공소사실 가.항의 칼럼을 작성하였고, 그 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피고인 및 한겨레신문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건의 추이가 확대되자 다시 이 사건 공소사실 나.항의 칼럼을 작성하였다.

다. 허위 사실 적시에 관한 판단
먼저 위 가.항에서 본 ㉠, 즉 시사저널의 대표이사이자 편집인인 피해자 금창태의 기사 삭제 요구에 대해 편집국장인 이윤삼이 응하지 않자 피해자는 2006. 6. 16.경 편집인의 자격으로 정당한 절차인 시사저널 회장, 상무, 광고국장과의 회의를 거쳐 기사 삭제를 결정하였음에도, 피해자가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도록 하여 편집 책임자를 왕따 시키거나 또는 따돌렸다는 취지로 기재된 각 칼럼의 내용이 허위 사실에 대한 적시인지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결국 피해자는 편집국장 이윤삼이 피해자의 기사 삭제 권유 또는 지시에 불응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고 그 후 전화 통화가 되지 않자 편집인의 자격으로 시사저널 회장 등과의 간부회의를 열면서 더 이상 이윤삼에게는 위 회의 개최 사실 및 그 후 회의 결과 등을 통지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자신이 직접 인쇄소에 기사 삭제를 지사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작성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각 기재 내용이 허위 사실의 적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바로 위와 같이 피해자가 주도한 이 사건 기사 삭제 사건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거나 인정되는 편집인의 편집권 행사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를 가리켜 “편집국장을 왕따 시켰다”거나 “뒤구멍 기사 삭제 사건”으로 표현하였고, 따라서 그와 같은 칼럼의 내용이 허위의 사실 적시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특히 언론사의 경영자가 편집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사고 있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언론사의 편집권을 둘러싼 편집인의 위상과 역할, 그 수행방식이 입론으로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1960년대부터는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 이슈가 되어 왔고, 또 최근에는 언론의 언론사 경영권으로부터의 독자성이 문제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 의해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로서, 언론이란 그 자체의 속성상 공공성과 공익성의 추구를 그 본질 중 하나로 할 수밖에 없는데, 한편 언론사는 대개 사기업이 형태를 취하고 있으므로, 회사 경영상의 논리로부터도 언론의 독립성, 편집권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바로 위와 같은 논의의 핵심으로 보인다. 그 확보방안, 실현방식 등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다만 언론의 편집권이 언론사 경영진이 이익과 논리만으로 관철될 수는 없음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고, 따라서 특히 경영자 지위를 겸하고 있는 편집인이 편집 실무자들과 사이에서 편집권을 어떤 방식으로 수생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그 견제장치들과 의사수렴 방식, 의사관철 방식 등에 관하여 첨예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이 사건 기사 삭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시사저널 내에서 대표이사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편집권에 관한 국장의 권한을 존중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 또한 이와 같은 현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위와 같은 언론사 편집인이 편집권 수행방식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의 인쇄소에 대한 직접적인 기사 삭제 명령은, 편집국장이 이미 기사 삭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하나 6. 26. 22:00경 회장, 상무 등과의 비정기적인 특별 회의에 편집실무책임자인 편집국장을 참여시키는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하여 기사 삭제를 결정한 점, 그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다도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충분히 편집국장 등 정상적인 편집 체계를 통하여 위 결정 내용을 수행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편집국장 등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직접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지시한 점 등에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위를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과의 의견충돌이 발생할 경우 언론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집인의 문제 해결 방식 또는 편집권의 수행방식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이와 같은 사건을 소재로 칼럼을 쓰면서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한 언론이로서 필자 자신의 편집권의 정립에 관한 견해를 반영한 어조로 “편집국장을 왕따 시켰다”,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등으로 표현하였다고 하여 이를 허위 사실에 대한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위 가, 항에서 본 ㉡, 즉 피해자가 타인인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명예훼손을 우려하여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임에도, 마치 피해자가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이 두터워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처럼 표현된 것으로 읽힐 가능성이 문제되는,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문제를 비평하는 3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려 했습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했습니다”라는 칼럼이 기재 내용이 허위 사실의 적시인지에 관하여 본다.
우선, 피해자가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 자체가 하위 사실에 대한 적시인지에 관하여는, 위 나.의 ⑶항에서 본 것 같은 피해자의 이력 및 그 스스로 제2회 공판기일에서 “(삼성 고위층과) 개인적인 친분은 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정황이라면 일반적으로 기사에서 “친분이 두텁다”고 판단할 수 있음이 통례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허위사실로 볼 여지는 없다.
나아가, 공소사실의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기사 삭제를 지시한 이유가 삼성그룹 관계자들의명예훼손을 우려한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의 위 칼럼 내용이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 때문에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처럼 읽힐 가능성 있도록 기재된 위 칼럼 내용이 허위 사실에 대한 적시인지에 관하여 보더라도, 위 나.의 ⑵항에서 본 것처럼, 당시 피해자가 이윤삼 등에게 기사 삭제를 권유 또는 지시하면서 강조한 것은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명예훼손보다는 자신의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관계로 인한 고려이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만약 6. 15. 또는 그 다음날인 6. 16. 피해자가 이윤삼 등에게 자신의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관계에 대한 언급과 함께 명예훼손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였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피고인의 위 칼럼 내용의 중요한 부분, 즉 피해자가 처음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관계를 언급하면서 기사 삭제를 권유 또는 지시하였다는 점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는 한 피고인이 칼럼을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명예훼손 우려 발언을 함께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점이 허위 사실의 적시로 평가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게다가 형법 제307조 제2항을 적용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고(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2002.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의 행위를 비판할 의도로 출판물에 이를 그대로 소개한 후 그 중 일부분을 부각, 적시하면서 이에 대한 다소 과장되거나 편파적인 내용의 비판을 덧붙인 경우라 해도 위 소개된 내용과의 전체적, 객관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위 비판적 내용의 사실적시가 허위라고 읽혀지지 않는 한 위 일부 사실 적시 부분만을 따로 떼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인데(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참조), 더욱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시된 기사는 일반 기사와도 그 성격을 달리 하는, 글쓴이의 주관과 평가가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칼럼이라는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만약 위 칼럼 내용 중 그 경위가 다소 부정확하거나 과장되어 있을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만으로 위 칼럼에 적시된 내용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며,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각 칼럼 내용에 어떠한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라. 비방 목적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위 ②의 점, 즉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일반적으로 형법 제309조 제1항이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거나 그 표현에 있어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648판결 등 참조), 나아가 공인 등의 공적 활동 혹은 정책에 대하여는 국민의 알 권리와 다양한 사상,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의 측면에서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명예를 훼손당한 자가 공인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피해자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도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위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6. 22. 경 위 미디어오늘 등을 통하여 시사저널 기사 삭제에 관한 기사를 접한 후 편집국장인 이윤삼 및 시사저널 기사들에게 사실 확인을 하였고,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사건 공소사실 가. 항의 칼럼을 작성한 사실, 그 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여 피고인 등에게까지 사건의 여파가 미치는 등 사건의 추이가 증폭되자 다시 이 사건 공소사실 나.항의 칼럼을 작성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본 증거들 및 그밖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시사저널 사태는 그 후 현재까지도 시사저널에 종사하고 있던 편집실무자들 중 다수가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편집 언부를 거부한 채 여론을 통해 그 시정을 요구하고 있고, 문화방송, 연합뉴스 등 다른 언론매체들도 위 사태를 편집인 또는 경영진과 편집실무자들 사이에서의 편집권의 정립 문제와 관련하여 언론계의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한겨레21 칼럼을 통하여 위와 같은 사실의 적시를 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이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 공소사실 나.항의 칼럼이 위 가.항 칼럼 작성 후 피고인 등이 형사고소 등을 당한 이후에 피고인 본인의 입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져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고 보이므로, 결국 피고인에게 위 각 칼럼을 작성할 당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시 사실이 허위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신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