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간까지

금창태 사장 독자 6명 고소

금창태 사장 독자 6명 고소
<시사저널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업무 방해 혐의로 피소

시사저널 편집국 신호철 기자

 "독자가 잡지사 보고 책 좀 잘 만들라고 요구했는데, 그게 형사 고소 당할 일입니까?“

4월10일 서울 용산구 (주)서울문화사 본사 앞에서 열린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합동 기자회견에서 독자 박성기씨는 마이크를 잡고 항변했다. 박씨는 지난 3월12일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으로부터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당한 6명 중 한명이다.

박성기씨(아이디 : 무적전설)가 형사 고소를 당한 이유는 그가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 운영진이기 때문이다. <시사모>는 현재 파업 중인 시사저널 기자들을 지지하는 독자들의 모임. 지난해 시사저널에는 금창태 사장이 편집국장 몰래 삼성그룹 비판 기사를 새벽 1시 인쇄소에서 빼버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놀란 기자들은 다음날부터 사장에 맞서 항의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징계를 받는 기자들이 속출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부당 징계 철회와 편집권 독립 등을 주장하며 1월11일 이후 1백일 가까이 파업 투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 중 발간한 책 <기자로 산다는 것> 출판 기념회에
시사모 운영진과 시사저널 노조 집행부가 함께 했다.

 <시사모>는 1989년 이래 18년간 시사저널을 구독해온 창간 독자를 비롯해 시사저널을 아끼는 독자 1천7백 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www.sisalove.com)를 만들어 성명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진품 시사저널 예약 운동’ 등을 벌였다. ‘진품 시사저널’이란 파업 이후 금창태 사장이 대체인력을 고용해 만들고 있는 ‘짝퉁 시사저널’을 빗대 만든 말이다. <시사모>는 파업중인 기자들이 모두 회사로 돌아와 ‘진짜’ 시사저널을 만들게 되면 그 때 정기구독을 다시 시작하자며, 미리 정기구독료를 모으는 운동을 하고 있다.

금창태 사장측은 <시사모>의 이런 활동 등이 현 시사저널 영업에 차질을 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조형근, 박성기씨 등 <시사모> 운영위원 6명을 형사 고소했다. 지난 2월15일 시사저널 마케팅전략팀은 “ ‘시사저널 예약 운동’은 시사저널을 보급, 판매하고 있는 저희 시사저널 마케팅전략팀과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이루어지는 불법 행위입니다. 또한 저희로서는 ‘시사저널 예약 운동’은 시사저널의 판매를 저해하는 심각한 영업 방해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사저널 판매 행위를 가장하고 도용하여 돈을 걷는 행위를 이른바 ‘불법 행위’ 로 간주하며, 또한 이런 유사 행위를 벌임으로써 시사저널의 판매를 저해하려는 고도의 영업 방해 행위로 간주합니다.”라며 시사모 운영진에게 경고 글을 보낸 바 있다.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측으로부터 고소당한 6명은 회사원, 대학 연구원, 기업 연구소 연구원 등 평범한 시민들이다. 한 운영위원은 “우리가 벌이는 운동은 시사저널 절독 운동같은 네가티브 방식이 아니라 미래에 시사저널을 정기구독하자는 포지티브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4월10일 조형근 시사모 부회장(맨 오른쪽)이 회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조형근 시사모 부회장은 “처음 고소당한 사실을 듣고 분노했다기 보다는 한심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금창태 사장측이 하는 일은 점잖게 말하면 비신사적인 것이고 시쳇말로 하면 뒤통수 때리기다. 앞에서는 신사협정을 하자, 냉각기간을 갖자며 말했고 그래서 우리는 한 달 가까이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금창태 사장은 한국 유수의 언론사에서 부회장까지 지낸 사람이고,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시사저널 사주)는 중견 미디어그룹을 이끄는 분인데, 한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언론사업가들이 한다는 작태와 수준이 너무나 한심해 측은하다”라고 말했다.

시사모 형사 고소 건과 관련해 시사저널 노조는 4월10일 ‘미디어 수용자 운동까지 법정에 세우려는가’라는 성명에서 “시사모에 모인 독자들은 누구보다도 <시사저널>을 열심히 구독하고 사랑해왔습니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사저널>을 살리겠다고 나선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고발함으로써 경영진은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로 <시사저널> 경영진은 한국의 건강한 시민 사회 전체를 적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10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시사저널 노조 정희상 신임위원장은 “시사모와 같은  애독자들은 <시사저널>이 정상화되면 장차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사람들”이라며 “세상에 어떤 경영진이 이런 자산을 짓밟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