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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 받으려면 동창회비 내라”


지난 2월18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4학년 김아무개씨(25)는 졸업을 5일 앞두고 학과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과 관계자는 취업 통계 조사를 한다며 김씨에게 취업 여부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졸업식 날 동창회비 5만원 가져오세요. 그거 내셔야 졸업장 드립니다.” 다른 학과 졸업 예정생 오아무개씨(24)는 전화 대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 번호는 학과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0000학과]졸업식날 과사로 동창회비 5만원 납부해 주세요. 납부 시 졸업장 지급함.”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내고 싶은 사람만 내는’ 동창회비를 반강제적으로 걷는 행위는 오래 전부터 일부 대학과 학과에서 공공연히 벌어져왔다. 특히 졸업식 날 졸업가운을 빌리거나 반납하는 자리에서 자주 일어났다. 이화여대 한 졸업생은 “동창회비 문제 때문에 학과 조교와 얼굴을 붉히거나, 그게 껄끄러워 아예 졸업 가운을 학교 대신 학교 앞 다른 가게에서 빌리는 친구들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지난 2007년에도 서울대와 이화여대 등의 일부 학과가 근거 규정 없이 동문회비를 강제로 거둬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같은 해  서강대는 아직 동문회 가입 자격을 얻지도 못한 신입생을 상대로 동문회비를 강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6년 2월 서울서부지법은 경기대 학생들이 총동문회를 상대로 낸 동문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대학 총동문회가 신입생을 상대로 동문회비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돌려줘야 한다"라고 판결한 바도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졸업식 전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연락을 받아 동창회비 납부를 강요받은 일은 이례적이다. 과사에서 전화를 받은 김씨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취업난에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졸업생도 많을 텐데, 이들에게 동창회비 5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낸 한 학과 관계자는 “잘못 전달돼 오해가 생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이 워낙 동창회비를 안 내니 동창회에서 학과 사무실에 부탁해 우리가 대신 독촉을 하고 있는 정도이다. 꼭 내야 할 필요도 없고, 내지 않아도 졸업장을 당연히 드린다.” 전화 통화로 동창회비 납부를 독촉한 것으로 알려진 한 학과 관계자는 “취업 통계 조사차 전화를 했을 뿐 동창회비 얘기를 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