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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까지

이게 얼마만에 만져 보는 시사저널입니까?

이게 얼마만에 만져 보는 시사저널입니까?

4월20일 4시 현재 시사저널 노조 사무실이 시끌시끌합니다. 갓 나온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이 노조 사무실로 배달되었기 때문이죠.

이게 얼마 만에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본 시사저널입니까?

잡지를 펴 드는 기자들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반성하는 이건희 퍼포먼스’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군요.

표지 제목인즉 “파업 시사저널 노조, 고난의 행군 100일”입니다. 표지 상단에는 얼마 전 퀴즈영웅이 된 고재열 기자 사진도 실려 있습니다.

“야, 좋겠다, 고재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시사저널 표지에 올라 보냐?”

동료들 사이에 덕담인지 놀림인지 모를 얘기가 오갑니다.

파업 100일 기념으로 나온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은 우리가 만들던 정통 시사저널과 똑같지는 않습니다. 판형도 약간 커졌고 로고나 기타 디자인도 조금씩 변형을 주었습니다. 법적 분쟁의 소지를 피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내용도 정통 시사지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파업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커버스토리 - 파업 100일, 고난의 행군기
정치 - 열린우리당 진상조사위 정청래 의원에게 듣는다
현장 취재기 - 강지웅 PD '''삼성 출입 기자'들, 삼성 두려워했다"
문화 - 고재열 기자 퀴즈 영웅 등극기
미디어 - 짝퉁 시사저널을 분석한다

그런데도 독자들께서는 황송하게도 이를 ‘진품 시사저널’이라 불러주시네요.

비록 껍데기는 어설프지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정신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평가해 주시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실은 한 가지 고백해야 할 게 있습니다. 저희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광고 때문에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두 페이지나.

사장의 무도한 기사 삭제 건 때문에 파업을 시작한 기자들이 그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무슨 말이냐 싶은 분들이 계시겠지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을 만들면서 독자들로부터 사흘간 의견 광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짧은 시간 동안 3백 개가 넘는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광고 문의 전화를 받느라 기자들이 녹초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그뿐인가요. 마감 시간을 넘긴 이후로도 광고를 내고 싶다는 전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기업에서도 광고 문의가 잇달았으나 이번 책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정중하게 사절했습니다. 참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기사 삭제’ 용단은 그래서 내려진 것입니다. 물론 웬만해서는 기자들의 기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번은 사정이 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독자들의 의견 광고는 광고라기보다 그 자체가 강력한 오피니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특별판을 받아볼 독자들께서는 아마도 의견 광고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기록이자 희귀본으로 남을 특별판을 받아보고 싶은 분은 시사모 홈페이지( www.sisalove.com)에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아, 그리고 마감 시간을 넘겨 이번 책에 의견 광고를 싣지 못한 분들, 광고를 신청했는데 편집진의 실수로 책에서 광고가 빠진 분들께는 저희가 조만간 후속 서비스(?)를 확실하게 제공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