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IN> 미리보기

고려대 인맥이 MB와 롯데 ‘중매’


고려대 인맥이 MB와 롯데 ‘중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롯데가 공격 경영으로 전환했다.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기업 인수와 각종 인허가 사업을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시사IN> 75호 2009년 02월 16일 (월) 주진우 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월 청와대 환영만찬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오른쪽).

‘야구 수도’ 부산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롯데를 모태신앙으로 하는 광팬과 부산·경남의 탄탄한 선수층을 가졌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팬들은 그 이유를 구단의 지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한 한 스포츠신문 기자는 “롯데를 좋아하는 자이언츠 팬이 없을 정도로 구단의 지원이 빈약했다”라고 말했다. 구단의 짠돌이 경영으로 롯데는 추신수·백차승·문동환·전준호·김민재 등 알짜 선수를 놓쳤다. 모험을 두려워하는 구단 성격 탓에 선수 영입 승부에서는 번번이 밀렸다. 롯데가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0~2007년 롯데는 플레이오프 언저리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 7년 동안 꼴찌를 네 번이나 했다.

그런데 지난해 롯데가 새로운 팀이 되었다. 거액을 주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용병을 맞아들이는 등 과감한 투자로 돌아섰다. 롯데는 연일 구름 관중을 부르더니 결국 지난 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야구단은 모기업의 색깔을 그대로 따라간다. 자이언츠 구단처럼 롯데그룹은 돌다리를 두드리듯 모험을 피했다. 부동산처럼 위험이 적은 일에만 적극성을 보였다. 이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 회장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신 회장을 대신해 한국 롯데를 책임지는 신동빈 부회장은 결정적인 대목에서 종종 헛손질을 했다. 2004년 해태제과, 2005년 진로, 2006년 까르푸 등 롯데는 공들인 기업마다 인수에 실패했다. 신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 세븐일레븐(편의점)·크리스피크림(도너츠)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논란 속에 인수했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은 인수 후 당기순이익이 100억원 이상 줄었다. 여기에 러시아·중국 등 해외사업 분야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신 부회장에게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숨가쁘게 ‘기업 쇼핑’

하지만 지난해부터 롯데가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롯데는 숨이 가쁠 정도로 기업 쇼핑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올해 초 소주시장 2위인 두산주류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네덜란드계 대형 마트 ‘마크로 인도네시아’를, 8월에는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인수했다. 롯데는 오비맥주·갤러리아백화점·대신증권 인수에도 관심이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9월부터 롯데 계열사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2조원가량 마련했다.

특히 정부 협조가 필수인 분야에서 롯데의 질주는 두드러진다. 지난 4월 롯데가 추진한 인천 계양구 골프장 건설 허가가 국토해양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역민들과 마찰이 큰 사업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칠성이 물류센터로 사용해온 서울 서초동 부지 3만3000㎡(약 1만 평)가 상업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서초동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용도 변경 도장 하나가 이 땅의 가치를 10배 이상 올려놓았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 부지에 주거시설·호텔·백화점 등이 결합된 롯데 타운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의 간부는 “현 정부 들어 롯데의 로비가 삼성을 제외하고는 현대나 LG보다 더 잘 먹히는 것 같다. 각종 허가와 용도 변경에 뛰어든 다른 기업보다 롯데는 몇 발짝 앞서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제2 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받자, 롯데는 현 정부의 독보적인 수혜기업으로 주목되기 시작했다. 제2 롯데월드 건설 사업은 1994년부터 신격호 회장의 구상으로 추진된 평생 숙원사업이다. 전세계가 놀랄 만한 112층 555m 높이의 초고층 건물에 호텔·백화점· 위락시설을 갖춘 ‘한국의 디즈니랜드’를 짓고자 했다. 신 회장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 입국을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2 롯데월드 건설은 1994년부터 신격호 회장(작은 사진)이 추진한 숙원사업이다. 오른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장경작 롯데 총괄사장.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제2 롯데월드는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집약된 기념비적인 건물이 될 것이다. 건축비만 2조원가량 소요될 이 사업은 공사에 연인원 250만명, 완공 후에는 2만3000명의 상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한 계열사 사장은 “롯데는 돈이 있고 기술도 있다. 그래서 어느 초고층 빌딩 사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2 롯데월드 사업은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에 걸려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이제는 롯데에게 555m짜리 마천루를 허용하면서 경기 성남 시민에게는 45m 고도 제한을 고수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 짓는 쓰레기 소각장 굴뚝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을 위협한다는 공군의 지적으로 58m 높이로 건설되고 있다. 토지공사 한 관계자는 “소각장 굴뚝이 제구실을 하려면 최소한 높이가 70m는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혜 시비에 휩싸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이 한국 경제를 위한 생산적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롯데가 잠실을 고집하고 정부가 비행장 활주로를 옮기면서까지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은 특혜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사장은 “안보 문제를 무시하고 롯데가 꼭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빈약하다”라고 말했다.

특혜설의 한가운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롯데의 인연은 깊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롯데호텔에 집무실을 두고 있었다. 후보 시절에도 롯데호텔에서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했다. 대선 투표 당일 개표 결과를 지켜본 곳도 이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 독대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롯데호텔을 주로 이용한다. 현 정부 들어 정부 행사와 외빈의 숙소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 제2 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내줬다가 취소한 바 있다.

이 대통령과 롯데의 깊은 인연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김윤옥 여사와 호텔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우리 호텔에 드나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은 경북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일본에 건너갔고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구·경북 지역 임원이 많아서 자연스레 현 정권과 인연이 닿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MB는 내 조카뻘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커넥션을 의심한다. 민주당은 “제2 롯데월드는 대통령 친구를 매개로 한 신(新)정경유착이자 재벌 특혜, 그리고 친구 게이트다”라는 논평을 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롯데 총괄사장직에 오른 장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인 이명박 대통령과 동기 동창이다. 장 사장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더불어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힌다.


기사는 <시사IN> 7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 원문보기
www.sisain.co.kr


<관련기사>

‘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원 특혜 주나

“제2 롯데월드 신축 안보 위해 접었다” - 이종석 인터뷰
고려대 인맥이 MB와 롯데 ‘중매’
공군 조종사 86% “제2 롯데월드 건설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