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찰, JMS 교단 해체 수순 들어갔나
중국 랴오닝성 안산/신호철 기자
“어찌나 미인들인지 눈이 부셔 쳐다 볼 수가 없었다.” 5월19일 중국 랴오닝성 안산(鞍山)시에서 만난 재중 한국인 사업가 최아무개씨(C상사 근무)는 JMS 신도들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되새겼다. “여기가 랴오닝성에서도 시골인지라 서울 티가 나는 여자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온 20대 젊은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키가 크고 늘씬했다. 그 여자들이 근처 천산(千山)에 모여 합숙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이 사이비 종교집단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여자들은 나이 많은 한 남자를 따르고 있었는데, 중처럼 머리를 깎고 삿갓을 쓰고 있어서 스님이라는 소문도 있고 동양화 그리는 화가라는 말도 있었다. 이름은 알지 못했다.”
그 삿갓 쓴 남자의 이름은 정명석.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단을 이끄는 교주이자 여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해 온 혐의를 받고 있는 인터폴 적색 수배자다. 정명석 교주가 지난 5월1일 중국 공안(公安, 한국의 경찰에 해당)에 의해 체포되었다(관련기사). 정명석 교주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언론 뿐만 아니라 일본, 타이완 언론들도 외신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본 니혼TV 방송사는 랴오닝성 현지에 취재진 7명을 파견해 이 희대의 종교 활극이 막을 내렸음을 알렸다.
피해 여성들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정명석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신도들은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 최소 수 백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명석씨는 2001년 4월 해외로 도피한 이후에도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머물며 여신도 성착취 행각을 거듭했다. 지난 2003년부터는 중국에 밀입국해 랴오닝성 안산에 숨어 지냈다. 정명석씨는 인터폴 수배 와중에도 안산시 인근 천산(千山)에 호화 별장과 부지를 매입하고 재개발 사업을 벌이며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해온 것으로 현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 인근 천산 기슭에 '정명석 왕국'이 건설되고 있었다.
JMS는 말 못하는 장애인들을 공사장 인부로 썼다.
정명석 비밀 별장 완전 페쇄. 신도들 현장 철수
체포 한 달이 지나도록 정명석은 아직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법에 따르면 경찰(공안)은 영장을 청구할 때까지 피의자의 면회를 제한할 수 있다. 아직 JMS 변호사조차 정명석을 접견하지 못한 상태다. 4월20일께 중국 선양 주재 한국 영사가 면담한 것이 유일한 외부 접촉이다. 영사관측은 면담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중국 공안은 정명석 수사 상황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공안 주변에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정명석은 5월 중순까지 안산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었다. 사건 관할이 우리의 지방 경찰서에 해당하는 랴오닝성 안산시 공안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정명석은 랴오닝성 성도(省都)인 선양 인근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5월 중순부터 베이징에 있는 중국 공안부가 직접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경찰청 본청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5월20일 안산 공안국에서 정명석 수사를 맡고 있는 담당 형사는 북경 공안부에 출장을 간 상태였다.
정명석의 ‘중국 집사’였던 조용호 사장이 구속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용호 사장은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여신도 성폭행과 직접 관련은 없다. 조사장은 JMS교단의 중국 내 투자를 대리해온 ‘JMS 중국 지사장‘이었다. 그는 천산 별장을 비롯 각종 사무실과 건물을 매입하고 재개발하는 일을 맡아왔다. 조사장이 구속된 것은 4월 중순으로 정명석이 체포되기 전이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확인된 구속자는 정명석, 윤홍을 포함 3명으로 늘어났다. 추가로 구속자가 더 있다는 설도 있다. ’정명석의 오른팔‘ ’JMS 교단의 2인자’로 불렸던 문성용씨도 안산시 철동구 내 모 호텔에 연금중이다.
중국 공안은 단순히 한 명의 강간 용의자를 체포하는 것을 넘어 JMS 교단의 중국 조직 자체를 와해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듯 하다. 4월18일 천산 별장을 폐쇄한 것도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명석의 천산 별장(위,아래 사진)은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비밀 요새였다. 지난해 4월12일 본지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 정문 앞에는 사나운 경비견 네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울타리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가동 중이었다. 집 주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건장한 청년 두 명이 뛰어나와 기자를 붙잡아 카메라와 휴대폰을 빼앗고 두 시간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정명석 체포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4월19일 꼭 일 년 만에 기자가 다시 별장을 찾았을 때는 개들도 사라지고 경비원도 없어졌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찰이 이 별장을 몇 차례 수색했고 안에 있던 신도들을 모두 내쫓았다고 한다. 별장 바로 오른쪽에 이웃해 사는 할머니는 “공안이 버스에 한국인을 모두 싣고 어디론가 가버렸다”라고 말했다.
별장 입구 철문은 끈으로 묶였고 건물로 통하는 출입구에는 ‘안산시 공안국 2007년5월18일 봉(封)'이라고 쓰인 글자 띠가 엑스 자 형태로 붙어 있었다. 별장뿐만이 아니라 인근 부속 건물과 주택에도 모두 같은 방이 붙어 있었다. 덕분에 지난해와 달리 별장 주변을 자유로이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비밀 별장은 정명석이 최근까지 여신도들을 성폭행해온 중심 무대이다.
안쪽 파란색 벽 건물 2층이 예배당이며 그 뒤에 분홍색 벽으로 된 '하나님의 집'이 있다.
정문 왼쪽 흰 벽 건물은 부속실로 1년전 기자가 취재 도중 잡혀 감금되었던 곳이다.
‘정명석 중국 집사’ 조용호 사장 구속
이 별장은 등기부 등록상 조용호 사장 것으로 되어 있다. 원래 중국 고위 공직자의 별장이었다는데 2004년께 조용호 사장이 JMS 교단의 돈을 받아 매입했다. 이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벌였다. 공사와 관련해 주민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집을 만든 인부들 절반은 한국에서 온 기술자들이나 절반은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었다는 것이다. 혹시 중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을 장애인으로 오해한 것 아닐까? “내가 벙어리와 일반인도 구분하지 못하겠는가? 서로 수화로 대화하는 것을 봤다.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끼리 이야기 했다. 나머지는 확실히 중국인 벙어리들이었다.” 주민의 말이다. 취재에 응한 주민 4명이 모두 ‘벙어리 인부’를 목격했다.
공사 현장 인부로 장애인을 쓰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안산 내 한국 교민 사회에는 얘기가 널리 퍼진 듯했다. 안산 시에는 한국인이 30명 가까이 살고 있다. 한 교민은 “조용호 사장이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하고 친분을 맺었다. 그래서 그들을 공사인력으로 쓸 수 있었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줬다. 그는 조사장의 친구였다.
왜 말을 못하는 인부가 필요했던 것일까? 2006년 4월3일 바로 그 천산 별장에서 성폭행를 당한 전 JMS신도 김아무개씨(29)가 경찰에 증언한 내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씨는 “별장 지하에는 목욕탕과 찜질방이 있고 그 짓(성폭행)은 언제나 지하 목욕탕과 찜질방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찜질방 옆에는 외부로 도망칠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비밀 통로 입구는 숨어 있어 쉽게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런 비밀 통로가 몇 군데 더 있다고 들었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비밀 통로는 갑작스런 경찰의 단속 때 도망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말이 새 나가지 않을 한국인과 장애인으로 공사 인부를 구성한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별장은 크게 5개의 건물로 구분된다. 그 중 가운데 3층 건물 2층은 예배당으로 쓰인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분홍색 건물은 이른바 ‘하나님의 집’으로 불리는 곳이다. JMS 여신도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분홍색 집 3층에 ‘하나님의 옥좌’가 있고 이 곳에 정명석이 앉아 여신도들의 ‘나체쇼’를 즐기곤 했다. 문제의 목욕탕과 찜질방도 이 분홍색 집 지하에 있다.
각 건물 출입문마다 폐쇄를 알리는 글띠가 붙어있다.
'안산시 공안국 2007년5월18일봉'.이라고 쓰여있다.
한국 영사, 정명석 접견..... JMS 교단 분열 양상
이웃 주민들은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여자들 100~150명이 이 곳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보름 가량 별장과 부속 건물에 머물며 살다 떠나곤 했다. 연인원 1천여 명이 다녀간 셈인데 연중 규칙적으로 연회가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웃 주민 4명 모두 신기하리만치 똑같은 형용사를 쓰며 여신도들을 묘사했다. “키가 컸다.” “모두 1미터 70센티 이상이었다.”“모델 빰치는 미녀였다.”... 한 주민은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 같았다”라고 말했다.
JMS 신도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안산 시내 바이스텔 건물 9층에 입주한 태권도장은 안산 시민들 사이에 인기 있는 학원이었다. 구속된 조용호 사장의 동생인 조아무개씨는 “그 사람들이 정말 문제 있는 사람들이냐? 여신도들을 성폭행했다는데 아직도 난 잘 못 믿겠다”라고 말했다.
JMS 교단의 2인자 문성용 회장은 천산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며 안산시(市) 정부에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다. 안산 교민들에 따르면 약정한 투자 금액이 800억 위안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10조가 넘는 액수이므로 다소 과장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중에 정명석 교주를 직접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대개는 현지인인 조용호 사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JMS 교단 이야기를 접한 경우가 많았다. 조용호 사장이 떠벌인 것처럼 800억 위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상당한 거액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다. 천산 별장 관련 건물 하나를 사는데 400만 위안(약 5억원)을 썼다. 천산 별장 옆에는 짓다 만 축구장 공사 현장이 휑하니 남겨져 있었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을 지으려고 했다는데 실제 3천 평방미터가 넘을 듯한 땅이 평평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정명석 교주는 축구가 주요 취미였다.
조용호 사장은 이 정체모를 '천산 한국인 집단'에 대해 안산을 크게 개발할 사업가들이며 들락거리는 젊은이들은 회사 직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자금력 하나는 든든한 사람이라고 자랑한 덕에, 이들에게 기대를 품은 시민들도 많았다. 안산 시 정부도 우호적이었다.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사업가의 발목을 잡을 이유는 없었다. 1년전 안산시 공안국이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데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북경의 공안부가 나선 지금 상황은 사뭇 다르다. 중국 정부는 JMS가 현지에 투자한 자산을 일단 묶어두고 있는 상태다.
정명석 체포 이후 충남 월명동에 소재한 JMS 본부도 뒤숭숭하다. JMS 언론 홍보 역을 맡고 있는 목사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교단은 6월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정명석 교주 관련 방송을 앞두고 목동 SBS 사옥 앞에 집회 신고를 했다가 취소했다. 최근에는 JMS 교단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명석 교주 체포 이후 교단 운영 방향과 언론 대응 방법을 놓고 목사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해졌고, 최근 목사 4명이 교단에서 탈퇴 혹은 축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목사들은 '본부 교단에 정명석 총재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JMS 교단은 1999년에도 SBS<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파문으로 교단 분열 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대순진리회가 1996년 교주 사망 이후 여러 갈래로 분열된 전철을 JMS가 밟을지도 모른다.
시사저널 거리편집국( http://www.sisajournal.co.kr )은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본지에는 못쓰고 있는 기사들을 올리기 위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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