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연속 촛불 문화제 둘째날을 맞고 있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가지만 청와대로 향하는 광화문 네거리는
말그대로 '피플파워'의 열기가 식을줄을 모릅니다.
이렇게 감격스런 직접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만든 장본인이 2MB라는 점에서 모처럼 그가 '잘한 일'도 한가지는 있구나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며 씁쓰레한 미소가 번집니다.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서대문 쪽에는 연단을 단 대형 차량 앞에서 동맹휴업에 들어간 각 대학 학생 수천여 명이 모여앉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고 구호를 외칩니다. 제게 가장 익숙한 시위문화입니다.
그 대각선 방향인 동아일보사옥 앞 거리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풍물굿을 펼치며 북소리에 맞춰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2시간 넘게 합창해댑니다.
시청 방향으로는 초중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소풍나온'가족들이 곳곳에 둘러앉아 촛불잔치를 벌입니다. 그밖에 곳곳의 빈 공간을 차지한 남녀노소들은 많게는 수십명씩, 적게는 삼삼오오로 둘러앉아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청계광장에서는 예비군복을 입은 대학생 10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이 깊어가면서 이곳저곳에 텐트가 늘어갑니다. 그냥 광장 노상에서 노숙인처럼 잠을 청한 시위대들도 보입니다.
교보빌딩 앞 차벽이 겹겹이 쳐있는 청와대 방면에서는 수십명의 여대생들이 전경을 향해 '선무공작'을 펴고 있습니다. '졸리세요?''어느학교 다니다 왔어요?' '여러분은 촛불 시위를 보며 무얼 느끼세요'... 질문도 가지가지입니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굳은 젊은이들도 외면만 하기가 어려운지 더러 학교 이름을 대기도 하고 힘들다고 말을 받아주는 모습입니다.
젊은 전경들의 얼굴은 많이 굳어 있습니다. 30~40대 중소기업인들 다수가 촛불시위에 참석해 2008년 서울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한 전경 출신은 앞으로 사회에 나올 때 취업 면접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랍니다.
<시사IN> 거리편집국은 어느새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잃어버린 일행을 찾을 때 시사IN거리편집국을 기준으로 자기 위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벽 2시55분 '시민악대' 20여명이 시사IN 거리편집국을 찾았습니다. 이번 촛불시위를 계기로 다음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모인 음악 동호 시민들이라 합니다. 하지만 오합지졸이 아닙니다. 갖출 악기는 다 갖췄고 연주 솜씨도 대단합니다. '함께가자우리이길을' 등 연대의 노래를 3곡 연주해주고 갑니다. 오가는 시민들이 '시사IN 화이팅'을 외쳐줍니다. 간밤에 집회 참가 시민들이 들고온 김밥과 컵라면, 각종 과자 봉지들이 거리편집국에 넘쳐납니다. 그분들께 드릴 <시사IN> 책자가 동이 납니다.
72시간 철야 집회 첫날밤을 지새면서 386세대인 기자로서는 '투쟁의 지도부와 구심점이 없으면 백전백패한다'고 배워온 통념과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 현대 대한민국으로 훌쩍 뛰어넘어 찾어온 직접민주주의의 현장을 지키면서 아직은 기자도 작은 당황스러움과 혼란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정신을 기어이 따라가리라 다짐해봅니다.
뜨겁디 뜨거운 광화문 네거리 아고라의 첫날 밤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피플파워'의 열기가 식을줄을 모릅니다.
이렇게 감격스런 직접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만든 장본인이 2MB라는 점에서 모처럼 그가 '잘한 일'도 한가지는 있구나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며 씁쓰레한 미소가 번집니다.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서대문 쪽에는 연단을 단 대형 차량 앞에서 동맹휴업에 들어간 각 대학 학생 수천여 명이 모여앉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고 구호를 외칩니다. 제게 가장 익숙한 시위문화입니다.
그 대각선 방향인 동아일보사옥 앞 거리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풍물굿을 펼치며 북소리에 맞춰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2시간 넘게 합창해댑니다.
시청 방향으로는 초중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소풍나온'가족들이 곳곳에 둘러앉아 촛불잔치를 벌입니다. 그밖에 곳곳의 빈 공간을 차지한 남녀노소들은 많게는 수십명씩, 적게는 삼삼오오로 둘러앉아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청계광장에서는 예비군복을 입은 대학생 10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이 깊어가면서 이곳저곳에 텐트가 늘어갑니다. 그냥 광장 노상에서 노숙인처럼 잠을 청한 시위대들도 보입니다.
교보빌딩 앞 차벽이 겹겹이 쳐있는 청와대 방면에서는 수십명의 여대생들이 전경을 향해 '선무공작'을 펴고 있습니다. '졸리세요?''어느학교 다니다 왔어요?' '여러분은 촛불 시위를 보며 무얼 느끼세요'... 질문도 가지가지입니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굳은 젊은이들도 외면만 하기가 어려운지 더러 학교 이름을 대기도 하고 힘들다고 말을 받아주는 모습입니다.
젊은 전경들의 얼굴은 많이 굳어 있습니다. 30~40대 중소기업인들 다수가 촛불시위에 참석해 2008년 서울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한 전경 출신은 앞으로 사회에 나올 때 취업 면접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랍니다.
<시사IN> 거리편집국은 어느새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잃어버린 일행을 찾을 때 시사IN거리편집국을 기준으로 자기 위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벽 2시55분 '시민악대' 20여명이 시사IN 거리편집국을 찾았습니다. 이번 촛불시위를 계기로 다음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모인 음악 동호 시민들이라 합니다. 하지만 오합지졸이 아닙니다. 갖출 악기는 다 갖췄고 연주 솜씨도 대단합니다. '함께가자우리이길을' 등 연대의 노래를 3곡 연주해주고 갑니다. 오가는 시민들이 '시사IN 화이팅'을 외쳐줍니다. 간밤에 집회 참가 시민들이 들고온 김밥과 컵라면, 각종 과자 봉지들이 거리편집국에 넘쳐납니다. 그분들께 드릴 <시사IN> 책자가 동이 납니다.
72시간 철야 집회 첫날밤을 지새면서 386세대인 기자로서는 '투쟁의 지도부와 구심점이 없으면 백전백패한다'고 배워온 통념과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 현대 대한민국으로 훌쩍 뛰어넘어 찾어온 직접민주주의의 현장을 지키면서 아직은 기자도 작은 당황스러움과 혼란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정신을 기어이 따라가리라 다짐해봅니다.
뜨겁디 뜨거운 광화문 네거리 아고라의 첫날 밤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사IN> 정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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