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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9일 현장 11신] 광화문 닭장차 저편 세상은


광화문 닭장차 저편 세상은

6월 서울 광화문은 ‘닭장차’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다. 시민 해방구와 경찰 공화국. 한 동네는 온통 축제판이다. 그러나 다른 동네는 어둠과 적막 그리고 긴장이 지배한다. 경찰 말고는 쥐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를 에워싼 이 세상은 신기에 가까운 경찰버스 운전사의 주차 능력에 의해 완벽히 단절되어 있다.

시민과 경찰 가장 격하게 충돌한 지난 7일 새벽2시 경찰공화국을 들여다보았다.

새벽 2시. 한 전경부대는 간식을 먹고 있었다. 포도주스와 우유. 메뉴는 1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시위는 거칠어지고 있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시위대는 철제 빔과 경찰 진압봉을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 소화기는 하얀 불을 뿜었다. 경찰은 소화기를 사람을 끄는 용도로 사용한다. 소화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을까. 새벽 2시39분. 멀찌감치 자리했던 물대포를 장착한 살수차가 전방에 배치됐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최전방 부대를 제외하고는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전경들은 일단 담배 몇 대를 연달아 피웠다. 그리고는 쪽잠을 잤다. 뒤편에서는 전·의경의 가족과 애인 80여 명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슬픈 얼굴이다. 

통제된 세상은 어둠이 지배한다. 이 지역엔 지나는 사람이 없어 점포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새벽까지 불을 밝힌 노래방을 어렵게 찾았다. 종로구 도렴동 황제노래방 김 아무개씨(52)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공치는 날이 더 많다. 오늘도 저녁 손님은 한 팀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주진우, 안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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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시사IN> 제39호에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