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생중계로 화제가 된 아프리카 서비스 제공업체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를 구속한 ‘뒷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인터넷 업계는 나우콤 다음 희생자가 또 나올지 우려한다.
ⓒ나우콤 제공
문 대표 구속이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김근태의 분신’이라 불릴 정도로 김근태 전 의원(민주당) 외곽 그룹의 좌장이었다. 2003년 5월부터 2007년 김근태 전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까지 50개월이 넘는 기간에 그는 김 전 의원의 연구소 격인 한반도재단 사무총장을 맡아 지원해왔다.
서울대 국사학과 79학번인 그는 1980년대를 풍미한 운동권의 거물이었다. 1985년 시국사건 민주화추진위원회의 ‘깃발’ 사건으로 1988년 10월까지 복역했던 그는 세 번에 걸쳐 5년1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1980년대 초반 운동권 ‘맏형’ 노릇을 하며 1987년 6월 항쟁의 터를 닦았던 그는 2008년 6월 IT업체의 대표주자가 되어 뜨거운 촛불집회 현장을 ‘날것’으로 전달했다.
1996년 당시 한총련 대학생들은 경찰에 봉쇄되어 있을 때 PC통신 나우누리의 ‘한총련 폐쇄방’을 통해서 서로 전술 지침을 주고받았다. 12년 전 텍스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소통이 지금은 동영상을 통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아무튼 그런 소통의 길을 열어준 대가로 그는 23년 만에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었다.
문 대표는 검찰이 자기를 구속 수사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이것은 미친 짓이다. 서비스 제공업자를 이용자와 공모한 공동정범으로 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식이면 구글이나 유튜브 사장도 구속해야 한다. 이런 조처는 포털을 포함한 모든 웹스토리지 업체의 사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이미 공안 정국”
그는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조처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법원의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사법부의 인터넷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것은 웹2.0 시대의 개방·공유·참여의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 수사에는 전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 수색은 4월21일 이뤄졌다. 촛불집회가 일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 이후에는 추가 수사만 이뤄진 것으로 촛불집회를 탄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아프리카TV는 수사 대상도 아니다. 법원에서도 검찰 판단을 인정했기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문 대표는 “문제가 되는 서비스에 대해 저작권 위반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조처를 취했다. 기술적으로도 최선의 조처를 했고,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도 주의를 기울였으며, 불법을 조장하거나 불법을 유인하는 일체의 기능을 배제했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다른 업체보다도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은 웹스토리지 기업이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돈을 버는 ‘헤비 업로더’와 공모하고 수익을 나눴느냐 여부다. 이와 관련해 ‘불법 헤비 업로더에게 보상을 했느냐’ ‘불법 조장 광고를 했느냐’ ‘불법 조장 기능을 설치했느냐’ 세 가지 기준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나우콤은 자기들이 서비스하는 PD박스와 클럽박스 서비스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우콤 측은 검찰의 구속 수사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항변한다. 나우콤 김욱 상무는 “소리바다1의 경우는, 저작권자 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는데 불구속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저작권자의 요청에 충실히 응하고 최선의 기술 조처를 한 나우콤에 대해 대표이사를 구속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련 인터넷 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NHN·다음·엔씨소프트 등 유력 인터넷 기업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문 대표 구속 수사에 대한 유감 성명을 냈다. 인터넷 기업들은 검찰의 이번 나우콤 수사에 주목한다.
‘나우콤 대표 구속 사태를 바라보는 인터넷기업의 입장’이라는 글에서 이들은 “이 사안은 나우콤이라는 하나의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는 사법기관이 객관적인 저작권 침해 사실과 기업의 저작권 보호 노력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한창민 사무국장은 “두 가지 부분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유력 인터넷 기업 CEO를, 검찰 수사에 가장 협조적이었는데도 구속 수사를 하는 부분과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그동안 민사 영역에서 다뤄졌는데 형사에서 다루고 또 ‘공동정범’으로까지 몰고 가는 부분이다. 수사가 과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구속된 것 외에, 다음이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인터넷 기업들을 위축시킨다. 다음이 정기 세무조사를 이미 받았는데도 특별 조사를 다시 받는 모습을 보고 이들은 언제 정부의 칼끝이 자신을 향할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업계의 민심이 흉흉하다. 다음은 누구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터넷은 이미 공안 정국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본 기사는 <시사IN> 제41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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