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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7월5일 현장 13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시위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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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뛰어서 겨우 선두를 따라잡았습니다. 달려도 달려도 사람만 보입니다. 숭례문을 오른쪽에 두고 좌회전합니다. "여기가 선두죠?" 낯익은 기자가 보이자 좀 안심이 됩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한 무리의 시위대가 불쑥 옆에서 나타납니다. 얼핏봐도 만 단위는 되어 보입니다. 시청광장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도무지 사람이 빠지는 기색이 없어서 샛길로 왔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또 몇분인가를 달렸습니다.

보신각종을 끼고 우회전을 해서 종로 쪽으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맞은편에서 또 한 무리의 시위대가 나타납니다. 이 대오는 아래쪽으로 퇴계로를 돌아왔습니다. 깃발에는 크게 한총련이라고 적혀 있고 노래는 한총련진군가. 영락없는 한총련 대오지만 다들 30대에 배도 좀 나왔습니다. 그러고보니 깃발에도 큰 글씨의 '한총련' 아래 '노땅들'이라고 한구석에 적혔습니다. 어느 대오에 따라붙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우왕좌왕합니다.

그때 한 기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정작 본대는 종로 쪽으로 우회전이 아니라 안국동 쪽으로 직진했답니다. 역시 만 단위는 되어 보이는 종로쪽 시위대는 일종의 별동대 꼴입니다. 남은 체력 박박 긁어서 안국동으로 달립니다. 민주노총이 선두에 있습니다. 이 대오는 또 멀리 낙원상가까지 돌아서 시청으로 돌아옵니다. 몇 만은 됩니다. 이것마저 '본대'는 아닙니다. 이 시각 본대는 종로 일대에서 지친 다리를 쉬고 있었답니다.

만 단위가 넘어가면 현장을 따라붙는 기자는 전체 그림이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뒤로 끝이 보이지 않으면 여기가 본대려니 하고 생각하면 보통은 맞습니다. 오늘은 아닙니다. 아무리 고개를 쭉 뽑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오를 따라도, 그게 본대라는 법이 없습니다. 몇만은 족히 되는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서 출몰한 까닭입니다. 행진을 마치고 숨 돌리며 기사를 쓰는 이 시간에도 또 한덩어리의 대오가 거리편집국 옆을 지나갑니다. 이번엔 전대협 깃발이 보입니다.

출발 전에 인턴기자 한 명에게 "대오 선두에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해 두었습니다. 한 시간동안 너댓개의 대오 선두에 섰지만 끝내 얼굴 한 번 못 봤습니다. 

<시사IN> 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