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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 인터뷰


“정말 필요한 시험이면 강요 안 해도 유지된다” 


일제고사 논란 속에서 장수중 김인봉 교장은 ‘용감한 의인’ 혹은 ‘불온한 반란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 교장은 “학생·학부모 의견에 귀기울이다 보니 좀 ‘다른’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68호] 2008년 12월 29일 전북 장수·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전북 장수군 계북면이 고향인 김인봉 교장(54·사진)은 1981년 장수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24년 만에 첫 부임지였던 이곳으로 돌아온 김 교장은 3년간 평교사로 국어를 가르치다가 지난 3월1일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에 발탁됐다.

김 교장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해직 사태 때 학교를 떠난 교사 1600여 명 중 한 명이다. 1995년 복직한 후 김 교장은 또 한 번 교직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전라북도 교육청이 지난 10월 일제고사 날 현장 체험학습 신청을 승인해줬다는 이유로 김 교장을 중징계 대상에 올린 것이다.

10월 일제고사 때 현장 체험학습을 승인해준 이유는 뭔가?
법에 따른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8조 5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 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학년도 장수중 학업성적 관리규정 제23조도 “현장 체험학습으로 인해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라고 돼 있다. 독단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 시험 전 몇몇 학부모가 체험학습을 가도 되는지 묻더라. 교직원 회의를 열어 신청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계획이 확실하고 학부모 동의가 분명한 선에서 인정해주자고 결론내렸다. 학부모 선택권을 존중한 결과였는데, 사실 원칙대로 하자면 ‘학생 선택권’까지 보장해줬어야 한다.

징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시험 다음 날인 10월16일 장수군 교육청에서 장학사 둘과 일반직 두 명이 학교로 조사하러 왔기에 경위서를 써서 줬다. 그 후 세 번 더 방문을 오고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에서도 두 번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모두 응하지 않았다. 내 행동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판과 논란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징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는데, 아마 여론이 잠잠해진 방학 중 징계 결정이 내려질 것 같다. 징계가 내려지면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12월 일제고사는 학교 차원에서 거부했는데.
(응시하지 않을 학교 명단을 제출하라는) 도교육청 공문을 받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결정이 쉽지 않았다. 시험에 응하려니 치기 싫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걸리는데 내가 징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또 체험학습을 승인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치지 않으려니 시험 보고 싶어할 아이가 있을까 걱정되고. 학부모들이 간담회에서 논의를 거듭하다가 “일제고사의 음양을 잘 아는 교사들이 판단하라”고 위임했다. 곧바로 교직원 회의를 열어, 기말고사가 금방 끝났고 곧 방학이 시작돼 시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좀 아쉬운 면이 있다. 학교별로 선택권을 준 건 지난 10월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측면이지만, 계속 ‘시험을 보고 싶어했을’ 학생들이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는 학교별 선택이 아니라 개인별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수중학교 학생이 장수군교육청 앞에 걸린 ‘김인봉 교장 징계 반대’ 현수막을 보며 걸어가고 있다.

    

전국 일제고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강제로 전국 모든 학생에게 같은 시험을 보게 하는 건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증가시키고 교육을 획일화한다. ‘교육 획일화’는 심각 한 문제를 낳는다. 일제고사식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작은 반대도 포용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 일제고사는 또 기하급수로 시험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1월에 치른 군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는 사실상 12월 전국 고사를 대비한 시험이었다. 군에서, 도에서, 전국에서 좋은 등수를 받으려면 ‘준비성 많은’ 교장은 학교 주관 시험을 만든다. 그러면 ‘준비성 많은’ 교사는 학급 주관 시험을 만든다. 교육을 위한 평가인지, 평가를 위한 교육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고사에 반대한 교사와 교장은 징계를 받는 분위기다.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서울에서 교사 7명이 해임·파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유신이 총칼로 정권을 유지했듯이 일제고사도 징계로 유지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학생 인생에 중요한 수능과 고입 연합고사는 강요하지 않아도 유지된다. 학생이 판단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시험이면 치는 거다. 교사나 교장 징계는 겉으로는 교원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지만, 사실은 학교의 자율성과 학부모·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이다.

어쨌건 장수중학교는 ‘별난 학교’로 알려졌다.
12월 일제고사 응시는 학교별로 선택할 수 있다는 공문이 왔기에 다른 학교도 우리처럼 시험을 안 볼 줄 알았다. 일반 중학교 중에 우리가 유일하다니 사실 부담스럽다. 우리는 별나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두루 반영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내가 교장공모제로 발탁된 교장이란 점도 좋은 조건이 됐다. 난 임기 4년을 마치면 평교사로 돌아간다. 승진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교육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 해도 교장이 되면 승진 때문에 항상 교육청에 안테나를 세우고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IN> 제68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