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간까지

대한민국 범죄자 그룹에 낀 날

대한민국 범죄자 그룹에 낀 날

시사저널 편집국 안은주 기자(전 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


대한민국은 선량한 국민 그룹과 그렇지 않은 범죄자 그룹으로 나뉩니다.

저는 오늘부로 범죄자 그룹에 끼었습니다.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님 덕이죠.

저는 오늘 남대문 경찰서 지능팀에 가서 조사를 받고 왔습니다. 금사장께서 전임 노조집행부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덕에 난생 처음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어제 안철흥 전 위원장이 4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덕에 오늘 갔던 저는 1시간 만에 조사가 끝났습니다. 조사 과정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조사하는 경찰 아저씨 인상도 좋았고, 질문에 사실대로 답변만 하면 됐으니까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엄지손가락에 새빨간 인주를 묻혀 진술서에 꾹꾹 지장을 찍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끝난 줄 알았는데 폭력 팀으로 이동해 컴퓨터 스캐너를 통해 지문 확인 절차를 밟더군요. 전에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기록했던 제 지문을 컴퓨터로 불러 와 실제 제 지문과 대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경찰 아저씨는 컴퓨터에 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하고 죄명을 기록했습니다. 죄명은 업무방해!

이로써 저는 경찰청 서버 ‘범죄자 그룹’에 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범죄자의 지문을 조회할 때 제 지문은 자동으로 검색되겠지요. 경찰에 가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것만으로 저는 대한민국 범죄자 그룹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제가 언제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 보고, 지문 날인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경험이 일천한 제게 보다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신 금창태 사장님, 심상기 회장님, 박경환 전무가 무척 고마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분 세 분께 감사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람은 자고로 인사성이 밝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세 분 중 누구도 답 문자를 보내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