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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이렇게 울어본 날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있었던 고별 기자회견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어찌어찌 참았는데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그만 눈물샘이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리없이 숨죽여 우는 동안 제 머릿 속에서는 오직 한 마디만이 맴돕니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마 다른 기자들도 모두 저같은 심정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금쪽같은 자식을 두고 길을 떠나야 하는 에미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시사저널이라는 귀한 자식을 어떻게든 보호해 보려고 지난 일 년간 온갖 고난을 감수해 왔건만 결국에는 18년간 맺어온 인연의 끈을 놓고 떠나야 하는 기자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맺힙니다.

오늘 기자회견 사회를 보던 도중 죽 늘어선 기자들의 얼굴을 보다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40대~50대 선배 기자는 물론 30대 초중반인 후배 기자들 중에도 검은 머리카락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기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나이로는 가장 막내인 고재열 기자도 6개월새 반백이 되었습니다. 참, 많이들 늙었더군요. 기자들 모두가 지난 일 년 사이에 십 년은 늙은 듯했습니다. 그 기자들이 일렬로 서서 눈물만 줄줄 흘리는 광경이라니…. 심지어는 회견 도중 ‘독자들에게 드리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마지막 편지’를 낭독할 기자를 찾지 못해 세 번씩 마이크를 옮기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기자들 모두 목이 메어 도저히 편지를 낭독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눈물은 오늘까지,
애도도 오늘까지,
내일부터는 활짝 웃으며 씩씩하게 새 길을 가렵니다.
지난 일 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도 더 질기게 싸워 시사저널을 지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할 독자분도 있으실 줄 압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인간적인 양해를 먼저 구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몸과 영혼이 황폐해지는 것을 저희는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눈꼽만치도 없어 보이는 경영진이 시사저널을 유린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본다는 것은 저희에게 너무도 큰 고문이었습니다.

오늘 취재 나온 한 일간지 기자가 묻더군요.
“경영진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나오는 거지요? 저 짝퉁으로 설마 장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그분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을 분들입니다.”

실제로 회사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들은 일도 있습니다. 기자야 새로 뽑으면 되고 브랜드 파워가 있으니까 시사저널이 아무리 못해도 시사주간지 중간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요.
저들의 사고 수준이 대략 저렇습니다. 독자야 그저 따라오면 된다는 식이지요.
거창한 얘기 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독자가, 역사가 저들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들에 대한 최후 심판은 아마도 독자가 내리게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자면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사주에 의해 기자들이 쫓겨난 일은 있어도 기자 전원이 스스로 사주를 거부하고 제 발로 걸어 나온 일은 언론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부 갈등이 왜 없었겠습니까만, 성숙한 토의와 논쟁을 통해 총의를 이끌어낸 동료 기자들이 저는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일 년간 아무리 어려운 고비가 닥칠 때라도 기자들은 ‘총의를 모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름다운 전통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기자들은 ‘시사저널 기자’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유언론실천 시사기자단(가칭)’으로 남습니다. 1974년 동아투위가 한겨레 창간이라는 결실을 맺었듯 2007년의 시사기자단 또한 독립 언론의 역사를 새로 쓰고자 합니다. 염치없는 부탁인 줄 알지만, 이제까지 지켜봐 주셨듯 앞으로도 지켜봐 주십시오.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단식농성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 사무국장 김은남, 어제부터 미음 먹고 씩씩하게 원기를 회복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뵙겠습니다.*^^*

2007년 6월 26일 김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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