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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까지

단식투쟁을 접고 시사저널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단식투쟁을 접고 시사저널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시사모 회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허탈함과 희망 북받치는 심정을 나란히 가슴에 안고 8일간의 단식을 마치며 글을 씁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이맘때 금창태 사장의 무도한 삼성 기사삭제 사건에서 비롯된 시사저널의 편집권 수호 투쟁이 1년여, 그리고 독립 언론을 사수하기 위한 기자들의 파업투쟁 6개월을 맞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왔습니다. 기자들이 밥그릇을 내던지며까지 지키고자했던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 어떤 압제와 언론통제에도 굴하지 않고 쓸 말은 쓸 줄 아는 시사저널을 지키겠다는 정신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이런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삼성과 삼성출신 금창태 사장은 여전히 오불관언으로 우리의 정신을 말살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지난 1년간 징계와 소송, 직장폐쇄, 협박, 폭언폭행 등 온갖 박해에 맞서 가열차게 투쟁해왔습니다. 우리의 의로운 싸움에 수많은 독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 학계, 법조계 등 각분야에서 지지와 연대를 보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독자들과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금창태 사장에 의해 고소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투쟁의 결과 우리는 오늘 시사모 여러분들께 금창태 사장이 버티고 있는 시사저널에 복귀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그동안 여러분들께서 지지해왔던 우리의 편집권 독립 정신을 지키는 새 길을 가기로 했다는 점을 비장한 마음으로 선언드립니다.

저희 파업지도부는 최근 8일에 걸쳐 시사저널 사주 심상기 회장 자택 앞에서 단식이라는 끝장 투쟁 방법까지 사용해가면서 사태 해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확인된 사측의 최종 입장은 “파업기자단은 금창태 사장 밑에 들어와서 징계받을 것은 받고, 구조조정도 당하라. 시사저널의 편집권독립 투쟁을 지지해왔던 독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각 언론계의 논조는 해사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들과 시사저널을 같이 갈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시사저널로 저희가 복귀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런 변함없는 회사입장을 최종 확인하는 순간 저희는 스스로 새 희망을 찾아 결별하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결론을 두고 파국이니, 기자들의 패배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명분 면에서나 도덕성 면에서나 이미 승리한 싸움입니다. 지난 4월20일 파업 100일 기념문화제 때 저는 우리의 싸움은 이미 승리한 싸움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남은 것은 승리의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런 원칙과 기조 아래 우리 22명 기자단은 회사측과 집중 담판 협상을 벌여왔던 것입니다. 사측에는 18년간 우리가 가꿔온 시사저널이라는 브랜드를 팽개칠 수는 없다는 생각 아래 여러 양보안을 제시하며 제2창간정신으로 노사가 시사저널의 앞날을 개척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끝내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싸움에 대한 사회적 지지열기와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언론 역사에서 한획을 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편집권독립투쟁의 결실을 보다 현실적으로 맺는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 기자단은심상기 금창태씨가 전횡하는 시사저널과 결별하면서 그 새희망의 길을 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오늘 결별 선언은 싸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 길에는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지난 1년간 고난의 행군을 걸어온 시사저널 22명 기자단은 지금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의기 충만해 있습니다. 명분과 정당성, 기자들의 결의가 합해져서 우리는 새길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비단 결의와 정당성만이 아닙니다. 22명 파업기자단은 한국에서 독립 시사주간지의 새장을 열었던 주역들입니다. 비록 군소 매체였지만 우리 기자들은 수많은 특종과 전문보도 탐사보도로 한국사회에 당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오늘의 시사저널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편집국 조직 역량과 현장 취재 파워는 아직도 고스란이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취재 현장에 투입되면 가장 권위있는 매체를 만들 수 있는 검증된 실력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기자들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우리의 이런 기자 정신과 실력, 기백이 부디 거대 자본 권력의 횡포 아래 스러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여러분들의 그런 연대와 도움 아래 저희는 취재 현장으로 반드시 돌아가서 독립 언론 확보로 화답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6월26일 시사저널 노조위원장 정희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