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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까지

이용호게이트 배후 거물 경제사범 최병호씨 4년만에 국내 압송

이용호게이트 배후 거물 경제사범 최병호씨 4년만에 국내 압송
인터폴 공조로 3월11일 자카르타서 추방, 서대문서 유치장 수감중

 정희상 <시사저널> 거리편집국 기자

이용호게이트의 배후 몸통으로 지목돼 지명 수배를 받아온 거물 경제 사기범 최병호씨(53, 체이스벤처캐피탈 대표)가 해외 도피 4년 여만인 지난 3월 11일 국내로 압송된 사실이 시사저널 거리편집국 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은신해온 최씨는 인터폴과 현지 대사관 박하진 영사(경찰청 파견)의 공조 수사로 지난해 4월13일 인도네시아 경찰에 체포돼 현지 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아왔다. 체포된 지 11개월 만에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추방된 최씨의 신병을 인천공항에서 인도받은 경찰은 현재 서울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그를 수감하고 본격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경제 3팀에서 오래 전 최씨를 지명 수배한 바 있어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병호씨는 DJ 정권 시절 권력형 비리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용호 게이트’의 실질적 배후이자 주가 조작의 천재로 불리는 금융 사기범이다. 2002년 검찰에 적발된,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1조4천억원대 금융 사기 범죄에도 변인호씨(지난 11월28일 중국 공안에 체포)와 함께 최씨가 깊이 개입했다.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은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 몸통이자 1조4천억원대 금융 사기 공범인 최병호씨가 국내 대리인 격인 사채업자 김덕희씨의 도움으로 위조 여권을 이용해 빠져나간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거점으로 국내 연계망을 구축해 지금까지 주가 조작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최씨는 해외 도피 전에 저지른 각종 범죄 혐의로 인해 그동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강력부 금융조사부,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 등 여러 수사기관에 중복으로 수배된 상태였다. 주로 특가법상 횡령 및 사기, 증권거래법 위반, 납치·감금·폭행 혐의 등이다.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배후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그는 2003년 병보석으로 풀려난 뒤 돌연 해외로 자취를 감춰 비호세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따라서 그가 4년 만에 국내 송환됨으로써 최씨가 연루된 각종 주가조작 및 사기 사건의 의혹이 규명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주가조작 천재 최병호는 누구인가.

1980년대 말부터 명동 사채 시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최병호씨는 사채 업계에서 기업 합병·매수(M&A)의 천재로 불린다. 인천 출신인 최씨는 친인척과 함께 경인상호신용금고 대주주로서 1990년대 들어 명동 사채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그가 1998년 G&G그룹 이용호씨와 처음 만난 곳도 명동 사채시장이었다. 최씨는 이용호 게이트 당시 이씨가 행한 주가 조작, 유상 증자, 전환사채 발행에 뒷돈을 댄 실질 전주였다.

 이용호씨와 만난 최씨는 1999년 8월 KEP 전자의 1천7백만 달러어치 해외 전환사채 발행과 4백억원대 유상 증자를 통한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 그는 이용호 펀드를 관리하면서 가·차명 계좌 27개를 통해 대우금속 주식 매집을 시작으로 이용호 게이트의 숨은 몸통 노릇을 했다. 당시 최씨는 벤처 투자 구조조정 전문가를 자처하며 서울 강남에 체이스벤처캐피탈과 체이스 벤처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씨는 금감원에 주가 조작 사실이 적발되어 서울지검 특수1부에 구속된 후 2001년 7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잠시 풀려났다. 다시 이용호씨와 손잡은 최씨는 이씨의 계열사인 (주)레이디의 유상증자분 8백80만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배정받았다. 또 이용호 게이트 당시 최병호씨는 대양상호신용금고 김영준 회장과 함께 금고 자금을 동원해 이용호의 G&G그룹 계열사인 인터피온 주가 조작과 삼애인더스 보물섬 주가 조작 등에 뒷돈을 댔다.

그러다가 2001년 가을 이용호 게이트가 터져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최씨는 잠적했다. 대신 이씨의 배후로는 조폭 출신 사업가 여운환씨가 지목되어 지금까지 세상에는 여씨와 이씨가 게이트의 주범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당시 사건 흐름을 잘 아는 한 사채 업계 인사는 “원래 이용호씨가 최병호씨와 손잡고 주가 조작을 일삼다가 자금줄을 여운환씨로 바꾸니까 최씨가 배신감을 느껴 당시 야당 실력자에게 두 사람을 제보해서 이용호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용호 게이트 당시 실질적인 배후 거물은 최병호씨였지만 그가 수사 선상에서 비켜난 데 대해 사채시장에서는 ‘최씨가 로비 사실을 너무 깊이 알고 있어 화를 면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는 것.

 그런 사정 때문이었는지 당시 대검은 이용호씨를 구속한 뒤 사흘이나 지난 2001년 9월7일에야 최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내려 구설에 올랐다. 금감원도 최씨를 비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대양상호신용금고 주가가 급등했지만 주가 조작 감시를 맡은 금감원과 증권거래소는 감리조차 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최씨가 자카르타로 도피해서도 틈틈이 국내 대리인들을 통해 지난 수년간 코스닥 시장 조작에 개입해왔다는 설이 증권시장에서는 끊임 없이 흘러 나왔다. 

그의 자금력에 기대 주가 조작을 일삼아 온 기술자들은 거듭 구속되었지만 번번이 석연치 않게 형집행정지 등으로 풀려났다. 지난 7월26일 풀려난 이0용씨만 보더라도 그동안 주가 조작 귀재라고 불리며 코스닥 시장을 어지럽힌 거물 경제 사범으로 지목돼 세 차례나 구속되었지만 모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건강 때문이란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기간에도 주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 기소된 적도 있다. 거물급 주가 조작 사범들에 대한 감시 소홀이 재탕 삼탕 범죄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수사 당국은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최씨를 뒷 배경으로 하여 주가 조작을 일삼던 이용호·이성용 등 1세대 기술자들은 구속된 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씨의 정체를 숨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병호씨의 제의를 받고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적이 있었던 한 조작 기술자는 “형을 살고 나와 다시 전주와 손잡아야 하므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최대한 보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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