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미국산 쇠고기를 넘어 조중동과 현 정부 언론정책으로 번진다.
<시사IN>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언론 선호도 등을 조사한 결과,
국민은 대체로 조중동을 불신하고, KBS·MBC·한겨레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은 늘 그러했듯 ‘가장 불신하는 매체’ 1위(19.5%)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좋지 않다. 지난해 9월 <시사IN> 조사(15.5%)보다 4% 포인트 상승한 수치인 데다, 보수 성향의 국민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기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국민 가운데서도 1위(12.2%),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자 가운데서도 1위(10.1%)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그나마 조선일보를 가장 불신하지는 않는다(2위, 8.2%)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1위 MBC(9.3%)와 겨우 0.9% 포인트 차이다.
세대별로 보아도 상황은 심각하다. 20대(25.3%)·30대(29.3%)부터 50대(12.8%)까지 거의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인 1위다. 간신히 60대 이상에서 10% 이하의 낮은 수치(5.4%)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한겨레(4.8%)를 간발의 차로 따돌린 1위다.
젊은 세대 ‘조선일보 외면’ 확연히 드러나
신뢰도 조사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바로 MBC와 한겨레의 약진이다. MBC는 비록 KBS(18.4%)에 이어 2위(18.1%)지만 겨우 0.3% 포인트 차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10% 포인트(27.3% 대 16.1%) 이상 벌어진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한겨레는 당시 7.4%로 5위였다. 응답자들은 MBC를 신뢰하는 이유로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한다’(34.1%), ‘좋은 정보를 많이 준다’(30.3%), ‘일반 국민·서민층의 이해를 잘 대변한다’(25.1%)는 점을 꼽았다. 한겨레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한다’(48.3%)와 ‘일반 국민·서민층의 이해를 잘 대변한다’(35.4%)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흥미로운 점은 불신도 조사에서도 MBC가 ‘약진’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조선-KBS-한겨레-동아 다음이었으나 이번에는 조선-동아에 이어 3위(4.4%)를 차지했다.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비롯해 그만큼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이 MBC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도 ‘왜곡·편파 보도가 많다’(56.6%)는 것이었다. KBS·조선 등 다른 매체의 경우 ‘왜곡·편파 보도’를 불신의 이유로 든 비중이 30~40%대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MBC의 ‘보도 내용’이 민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한겨레는 매체의 ‘정치적 색깔’(30%)이, 경향은 ‘좋은 정보가 별로 없다’(34.8%)는 점이 불신 이유 1위로 나와 눈길을 끈다.
조선만큼은 아니지만, 동아와 중앙이 입은 상처도 ‘사망 직전’급 중상이다. 신뢰도 조사에서 SBS(3.7%), 경향신문(3.7%)에 밀리며 각각 8위(3.5%), 9위(2.6%)를 차지했고, 불신도 조사에서도 각각 2위(5.2%), 4위(4.3%)에 올랐다. 지난해 불신도 조사에서는 이들 신문 앞에 KBS·한겨레·오마이뉴스가 있었지만 순위가 역전됐다.
중앙은 ‘상류층·기득권층만 대변한다’(23.2%)가 조선·동아에 비해 높게 나와 ‘재벌 신문’ 이미지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특정 정치세력의 편만 든다’ ‘왜곡·편파 보도가 많다’도 이와 비슷한 수치(27.7%, 27.4%)를 기록했다.
조중동 독자 절반 이상, 촛불집회 ‘공감’
조중동의 추락은 한마디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아니, 그 전에 자기 독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지지도와 구독·열독 신문을 교차 분석해본 결과, 조선(53.6%)·중앙(61.9%)·동아(58.5%) 독자의 절반 이상이 촛불집회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결국 조중동은 ‘충성스러운’ 자기 독자한테 대고 ‘배후세력’이니 ‘과격 시위’니 온갖 악의적 공세를 퍼부어댄 셈이다. 촛불집회는 국민의 64.3%가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보수층(50.3%)과 지난 대선 이명박 지지층(42.5%)에서도 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촛불집회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을 고려하면, ‘절정기’ 때는 더 많은 공감을 얻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나 역시 조중동은 조중동이다. 신뢰도·불신도 조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참혹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구독·열독 신문 조사에서는 나란히 1위(16.2%), 2위(11.1%), 3위(9.3%)에 오른 것이다. 촛불정국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한겨레(6.3%)와 경향(3.5%)이 각각 4, 5위로 그 뒤를 이었는데,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최근 자발적 구독자와 응원 광고가 폭주하는 경향의 수치는 약간 의외로 보인다. 한겨레의 절반 수준인 데다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한국일보(2.4%)보다도 조금 높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경향(3.7%)은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겨레(9.2%)에 많이 못 미쳤고, 조선(5.4%)보다도 낮았다.
“방송사 사장, ‘정치적 독립성’ 가장 중요”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한겨레는 촛불 정국과 관련해 근래 구독·열독 신문을 끊거나 바꾼 32명 가운데 ‘새로 보는 신문’으로 가장 많은 선택(6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경향은 1명에 불과했고, 동아(3명)와 중앙(1명)으로 바꾼 사람도 있었다. 조선은 1명도 없었다. 나머지는 대부분(18명) 다른 신문으로 바꾸지 않고 ‘중단’만 한 상황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20%에 못 미치는 국정 지지도(19.2%)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중동 구독·열독층에서도 겨우 28%만이 지지를 보내, 이들 신문은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골머리를 앓을 듯하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27.0%)-통합민주당(17.7%)-민주노동당(9.5%)-친박연대(5.2%)-자유선진당(3.2%)-창조한국당(2.5%)-진보신당(2.4%) 순이었다.
<시사IN>고동우
본 기사는 <시사IN> 제41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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