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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운동’ 태풍에 조중동 무너질까


‘안티 운동’ 태풍에 조중동 무너질까 

최근 언론·시민 단체와 누리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안티조중동 운동’은
과거 ‘안티조선 운동’의 양상과 확연히 다르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고, 광고·구독 감소 등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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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지난날 안티조선 운동은 ‘이념’ 문제가 중심 이슈였지만 현재의 구도는 상식과 몰상식의 대립이다.

잘알려져 있다시피 안티조선 운동은 1998년 10월 조선일보의 ‘최장집 교수 사상 검증 사태’를 계기로 촉발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결국 ‘이념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촛불 정국에서 폭발한 ‘조중동 절독운동·광고중단 운동’은 미국산 쇠고기와 촛불집회에 대한 왜곡·편파 보도를 기화로 불이 붙었다. 이념이 아니었다. 상식이냐 몰상식이냐,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였다. 절독운동과 광고중단 운동에 국민의 절반 가까이(48.8%)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난 <시사IN>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과거에도 조선일보 광고주 불매운동 등 유사한 형태가 있기는 있었다. 민주노총이 산하 노조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절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미미하거나 검토 수준에서 그쳤고, 어디까지나 ‘주무기’는 시민사회단체·지식인의 인터뷰·취재·기고 거부와 보도 비평이었다.

 

조중동 광고, 최대 80% 이상 감소

이번에는 단위부터가 다르다. 쇠고기 파동 이후 조중동에는 절독 신청이 수천~수만 부 접수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조중동 중 한 신문의 유료 부수가 100만 부 이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조선일보 140만 부, 중앙일보 120만 부, 동아일보 110만 부 수준으로 본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http://cafe.daum.net/stopcjd)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광고주 압박운동에 LG전자·아시아나항공·현대카드·진로·르까프·보령제약·신일제약 등 주요 기업이 광고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 지면 분석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시사IN>이 지난 5월 첫째 주부터 조중동 종합면에 실린 광고를 조사한 결과, 이른바 ‘돈 되는’ 대기업 광고(매출액 순위 300위 내)가 광고중단 운동이 본격화한 6월 초를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조).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5월 한 주당 11~17건이던 것이 6월 둘째 주부터는 6건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전달에 비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 이상 주요 기업의 광고가 빠졌다.

조중동 중 한 매체의 관계자는 “광고의 질이 형편없어졌다. 원래부터 경기가 안 좋았는데 광고 기업에 대한 압박운동으로 피해가 더 크다. 보통 하루에 8억원 정도를 했지만 요즘은 조중동 모두 2억~3억원 수준이다”라고 전해 이같은 조사 결과를 뒷받침해주었다. 한 대형 광고기획사 관계자도 “6월 중순 현재 조중동 광고액이 전달과 비교해 20억원은 줄어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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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 위협 또는 ‘이 국면만 넘기면’

조중동 측은 ‘패닉 상태’ ‘신문사와 광고주에 대한 전대미문의 테러’ ‘명백한 폭력행위이자 심각한 범죄’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현 상황에 몹시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기업광고가 언론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일부 세력의 광고 중단 협박은 언론사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들의 활동은 조선일보뿐 아니라 전체 신문시장을 고사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신 다른 매체에 광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는 전체 신문의 광고주 이탈과 광고시장 축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서명운동에는 수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국면만 넘기면’ 하는 반응도 나온다. 조중동 측 관계자들은 “기업이 광고를 아예 끊은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한 것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한 대기업 광고 담당자도 “말이 되든 안 되든, 기업이 고객과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우리가 나서서 조중동을 지켜줄 필요도 없는 것이고. 하지만 조만간 잠잠해지면 광고를 재개하리라 본다”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안티조중동 운동이 과거 안티조선 운동과 확연히 다른 점 가운데 또 하나는 바로 ‘대안’을 말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안티조선? 그래서, 그 다음은?’이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특정 언론을 대안으로 거론할 경우, 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안티’에 그치지 않는다. 한겨레·경향 등에 대한 자발적인 구독운동·응원광고 게재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단체에서 선동한 결과가 아니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 5월 초부터 시민과 네티즌이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경향신문의 경우 지난 5월 한 달 동안만 신규 구독이 7000여 부 늘어났고, 한겨레도 6월에만 6000여 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한겨레 한 관계자는 “조중동을 끊고 한겨레를 보는 사람이 많다. 신규 독자의 6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해 조중동 절독운동이 한겨레·경향 구독운동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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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사주까지 나서 ‘균형 보도’ 주문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현 상황과 관련해 조중동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실제 논조에도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이들 신문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사주까지 나서 기자들에게 ‘균형 있는 보도’를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촛불집회에 대해 ‘괴담’ ‘반미 좌파세력’ ‘불법집회’라고 매도했던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의 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티조중동 운동’이 얼마나 더 큰 위력으로, 과연 어디까지 지속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시사IN>의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숱한 뭇매를 맞으면서도 여전히 구독·열독률 1위(16.2%), 2위(11.1%), 3위(9.3%)를 지키는 조중동이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언제든 ‘반전’할 힘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판국에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방송과 포털 사이트마저 ‘장악’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중동 절독운동·광고중단 운동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선 싸움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 몸인 이유다.
 

 <시사IN> 고동우, 천관율


 
본 기사는 <시사IN> 제41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