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프레스센터 앞에 있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은 서로 치열한 ‘물총격전’을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경찰은 물포를 쏘고, 시위대는 소화전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전경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시민을 인도로 몰아대기 시작했습니다. 흡사 백병전과 같은 상황이어서 시민이나 전경이나 모두가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공포는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듭니다.
먼저 시민 가운데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뒤이어 전경이 하나 둘 시민 쪽으로 붙들려왔습니다. 대열에서 분리되어 끌려오는 전경을 향해 여기저기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전경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아저씨 살려주세요.” “아저씨 구해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시민이 그들에게 날아오는 주먹다짐과 몽둥이 찜질을 몸으로 막았습니다. 사람들이 “때리지 말라”고 일제히 외쳤습니다.
그런 식으로 프레스 센터와 시청 사이 골목길로 잡혀온 전경이 여섯 명이나 됐습니다. 그들은 바닥에 엉켜 누워 시민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개중에는 이미 심한 상처를 입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얼굴이 아직 앳된 젊은이들은 모두 넋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전경 지휘관은 이렇게 무모한 작전을 편 것일까요. 무슨 배짱으로 자기 휘하 병력을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은 것일까요. 레카까지 동원해 버스를 모두 와이어로 단단히 붙들어매 절대로 뚫릴 염려가 없었는데 왜 굳이 병력을 방어막 밖으로 내보내 시민과 충돌하게 만든 걸까요.
시민을 해산시키고 싶다면 휘하 병력이 위험하지 않도록 숫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얼마든지 조직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휘관이 너무 미숙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차라리 지휘관이 미숙한 거라면 좋겠습니다. 시민을 인도로 몰아낸 뒤 부상당한 전경은 방어막 안으로 실려갔습니다.
그런데 전경 쪽에는 의료팀이 없습니다. 시위대가 다치면 치료해주려고 전국에서 몰려온 의료봉사단이 전경을 돌봅니다. 하지만 부상자가 많아 의료봉사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겉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인 친구가 서너명이 되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구급차는 오지 않습니다. 부상 당한 전경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물이 흥건한 바닥에 그대로 누워있습니다. 그들은 벌벌 떨면서 울부짖습니다. 의료 봉사단은 그들의 온 몸을 마사지해주면서 ‘괜찮을 거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라고 위로합니다.
전경 부모들이 몰려와 ‘아들아, 내 목소리 들리니’라고 소리칩니다. 부모들은 앰블런스, 앰블런스 하고 외치지만 좀처럼 앰블런스는 오지 않습니다. 30분도 더 지나 앰블런스가 방어막 밖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전경버스로 막아놓은 틈이 너무 좁아 들것으로 환자를 실어 나를 수가 없습니다. 들것이 모자라 부상당한 전경을 전경버스에서 떼어낸 철창 위에 눕혔습니다.
의료봉사단은 환자를 방어막 밖으로 실어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전경을 강경진압에 내몰았으면서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전경버스에서 떼어낸, 피가 엉겨 붙은 철창 위에 누워 속절없이 비를 맞으며 신음하는 젊은이의 얼굴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시사IN> 문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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