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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마치고 프레스센터 농성장에 출근해보니 뜻밖의 소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설 전에 부친 소포인 것 같은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오늘에야 저희 손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발신자는 앙팡 편집부.
내용물은? 유아용 스킨케어 제품이 한 세트씩 들어있는 선물꾸러미 10개였습니다.
'이게 웬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선물꾸러미 사이에 편지 한 장이 끼어 있더군요.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시사저널 노조 기자분들께.
정신없이 마감을 하다보니 '설'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월간지는 지금이 마감 피크입니다.
시사모 게시판을 보니 아이 엄마, 아빠 기자들도 많으시더군요.
설에 빈손으로 들어가는 것, 부끄럽지는 않지만
아이와 아내에게는 조금 미안하실 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부 몇몇 기자들과 상의하여 아이 스킨케어 제품을 몇 개 챙겼습니다.
퇴근하실 때 손이 조금 덜 심심하셨으면 싶네요.
건투하세요.

-앙팡 황윤정, 앙팡 편집부 일동"


편지를 읽어내려가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들의 마음씀이,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요.
앙팡이란 잡지, 서점에서 한두 번 표지만 훑어본 것이 고작입니다.
시사지 기자 생활이라는 게 너무도 팍팍하고 삭막해
임신했을 때나 아이 키울 때나
육아잡지 본다는 건 사치라고만 여겼더랬습니다.
(육아잡지가 다 뭡니까? 임신 5개월째 조계종 유혈 사태를 취재해야 했던 판인데요.
아직 배가 그렇게 불러올 때가 아니라 남들은 눈치를 못챘겠지만,
각목 날아다니고 LPG통이 굴러다니는 아수라장을 쫓아다니다
그날 밤 갑자기 하혈을 하는 바람에 질겁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

그랬던 내가 앙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전 황윤정 앙팡 편집장이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읽고서였습니다(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483).

생활잡지 기자와 시사지 기자는
하이힐 신고 화장한 아가씨와 청바지 입고 명동성당에 앉아있는 열혈 학생만큼이나 다르다는
재미있는 비유로 서로간의 차이를 전제한 황편집장은,
그럼에도 시사저널 사태를 통해 기자로서의 초심,
그리고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감동적인 연대사를 선사하셨지요.
그런 글을 실명으로 발표해준 것만도 너무나 큰 힘이 되었는데,
그 바쁘고 살벌한 마감 와중에 파업하는 다른 잡지 기자들 설 선물 챙겨줄 생각을 다 하다니요.

사실, 오늘 농성장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제가 생각해도 무겁기 그지없었습니다.
이것도 명절 후유증이라 해야 하나요?
비록 진심 어린 걱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는 하나
간만에 만난 고향 친지마다
'어디까지 가려고 그래?'
'웬만하면 잘 해결을 해야지' 한 마디씩을 던지는데
그것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군요.
오죽하면 '어휴,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아예 쉴 틈을 주면 안되겠다' 하는 생각까지 했을까요?

그런데 그 무겁던 마음이 앙팡 기자들의 격려 편지 한 장으로
단번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앙팡 기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명절 연휴에도 시사모와 거리편집국 게시판을 지켜준 독자 여러분.
다시 한번 힘내 시작하겠습니다.
저 자신부터 가다듬고 곧추 세우겠습니다.
이 다짐으로 새해 인사 대신하렵니다.
새해에 모두 건승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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