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설렙니다.
저희는 이제 이 곳에서 본격적인 창간 준비에 돌입합니다.
기자단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발언하던 시기는 이제 막을 내립니다. 오늘 저희는 비로소 편집국 체제를 갖추었습니다.
시사기자단의 마지막 보고입니다.
1. 입주식 핑계삼아 막걸리 잔치를 벌이는 지금, 귀한 손님들이 많이 왔습니다.
첫 투자자이자 첫 7년 정기 구독자, 그리고 선풍기와 민어회 15kg, 오늘은 네이게이션 보따리까지 온갖 현물 제공으로 기자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최아무개 사장님, 열혈 시사모 회원 고사범님. 그 밖에 1년 동안 저희 곁을 지켜주었던 언론노조 관계자들. 또 시사저널 사태를 보도해왔던 외부 기자들. 저희가 굳이 초청을 하지 않았지만, <시사IN>의 새 둥지가 보고 싶어 달려와 주셨습니다.
옛 동료들도 문을 두드렸습니다. 박권상 전 <시사저널> 주필의 '희귀필' 육필 원고를 타이핑하는 능력을 비롯한 온갖 비상한 재주로 인해 아직도 <시사저널> '전설의 편집 서무' 자리를 내놓고 있지 않은 배은옥 여사가 식구들의 환성을 자아냈습니다. 역시 찬찬하고 알뜰한 살림 솜씨로 편집국 기자들을 든든히 지원했던 박아무개씨도, 지금은 전업한 옛 광고 일꾼 안 아무개씨도 환한 얼굴로 새 편집국을 찾았습니다.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사무실 한켠에는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떼어온 '시사저널 편집국'이라는 현판이 놓여있습니다. 저희가 지난 6월26일 결별 기자회견을 할 때 떼어온 것입니다. 그 때 '양고집'이라고 불리는 창간 멤버, 양한모 미술부장이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현행법상 기물 절취에 해당하지요. 그러나 18년 동안 <시사저널>의 정신을 일구고 가꿔온 기자들이 모두 쫓겨나오는 마당에 그 정도 기념품은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이름. 그러나 아직도 입에 올리자면 가슴이 저릿한 그 이름, '시사저널 편집국'이라는 현판은 저희 사무실에 있습니다.
6시에 시작된 입주식은 8시 현재, 취기어린 식구들의 흥겨운 목청으로 제법 잔칫집 분위기가 납니다. 편집국에서 밤을 맞던 때가 아득합니다. 야근하던 날의 편집국은 이상스런 활기가 돌곤 했습니다. 아시지요. 작업장의 밤 분위기. 그것을 당겨 경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2.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요. 기자들과 서로 믿고 아꼈던 옛 동료들이, 속속 저희 곁으로 달려옵니다. 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새로 다가옵니다.
이들과 기자들이 주고받는 신뢰는 아직은 미담입니다. 미담일 뿐입니다. 그것이 언론의 새 역사를 일군 초석이었노라고, 돌아보니 그 힘으로 새 역사를 일구었노라고 회고하는 날이 오게 될까요.
이제 저희는 <시사IN> 편집국으로 돌아갑니다.
월요일부터 저희는 명실상부한 <시사IN>입니다.
시사기자단이 마이크를 내려놓는 일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습니다. 이제 기자단은, 개별 기자로 돌아가 기사로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시사기자단을 지켜봐주신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굿바이, 시사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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