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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까지

한 노점상 상인의 투자금 1천만 원

한 노점상 상인의 투자금 1천만 원

우리는 매일 돈을 센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 첫 순서로 계좌 보고를 듣는 것이다. 궁금하기도 하려니와 일단 그 순서를 진행하고 나면 ‘활력 만땅’이 되기 때문이다. 7월25일 현재 시사기자단 계좌에는 소액 성금만 4억5천만 원이 쌓여 있다.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군대에서 날아온 편지에서 뚝 떨어진 1만5천 원에 기자들을 할 말을 잃었다. 뱃 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며 돈을 보낸다는 독자가 있다. 시사저널 사태 내내 기자들을 지켜주었던 한 유아복 노점상 사장은, 투자금 1천만 원을 쏘았다. 어찌 그 돈을 받겠느냐며 손사래를 쳤건만 “내 마눌님이 투자하겠다고 한다. 내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라며 킬킬 웃는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들이 싸우는 동안 “노점상인 나도 짝퉁은 안 판다”고  금사장을 비웃으며 기자들이 힘겨워할 때마다 어깨를 두들겨주고, 밥과 술을 먹여주었다. 

  정기 구독 약정을 시작하자마자 첫 날 새벽같이 통장에 7년 치 구독료 1백만 원을 입금하고는, 내친 김에 개인 명의, 법인 명의 투자금까지 줄줄이 쏜 사나이도 있다. 그는 소액 투자 최저선이 1백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월급쟁이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라고 간곡히 제안해 하루 만에 50만 원으로 최저선을 낮춰버린 인물이기도 한다. 이렇게 지금 쏟아지는 돈들은, 정성과 지혜를 거느리고 온다.  

온갖 현물도 넘쳐난다. 1년 치 인쇄 용지 3억원 어치를 현물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요즘 민어가 제철이라며 민어회 15킬로를 들고 와 상을 차려주는 독자가 있다. 중고차 상인이 취재차로 쓰라며 차를 주겠다고 하고, 충남 당진의 한 주부는 “반찬을 부쳐줄테니, 밥은 꼭 해 먹으라”고 전화를 걸어온다. 기자가 생활고에 못이겨 에어컨을  떼어다 팔았다는 얘기를 들은 한 독자는, 선풍기 6대를 사무실로 배달시켜 주었다. 어디선가 와인 박스가 날아오고, 취재 수첩이 날아온다. 시사기자단 사이트(www.sisaj.com)에는 보름동안 제호 5백 개가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열정도 착취하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자원 봉사에 팔을 걷어 붙였다. 한 졸업반 남학생은 졸지에 텔레마케터로 변신했다. 후원 전화를 받고,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느라 방학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그 학생은 첫날 “파업 기자? 걔들 빨갱이 아니냐”고 아버지가 다그치시자 “그래요. 나도 빨갱이예요”하고 출근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시사저널 사태를 알아보셨는지 아버지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하시더란다.

지난 7월18일 개막된 ‘굿바이, 시사저널’ 展은 첫날에만 3천만 원의 매상을 올렸다. 이 전시회는 출발부터 눈물겨웠다. 서명숙 전 편집장이 전 시사저널 기자들을 돕자며 ‘뭐든 한가지씩 내놓읍시다’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 글을 보고 미국에서 장사를 하며 사는 소설가 이충렬씨가 자신의 애장품 다섯 점을 기증한 것이다. 그는 민정기 화백의 판화부터 이만익의 <삶> 등 이민자의 위안이 되어주던 피같은 작품을 떼어내 기금 마련 전시회에 불을 댕겼다. 여기에 민미협과 소설가 윤정모 선생이 팔을 걷어붙여 제대로 된 잔치판이 만들어졌다.

  전시회에서 한명숙 총리는 기백만 원 하는 화가 손장섭의 그림을 찜해 갔다. 정치인들은, 전 <시사저널> 미술부장이 제작한 자신의 캐리돌(캐릭터+돌)에 박장대소하며 지갑을 열었다. 그날 밤 4개 시민단체는, ‘웃어야, 정의夜' 라는 이름으로 후원의 밤을 열어주었다. 이날  서울 인사동 ‘아름다운 가게’ 건물 옥상의 정취 좋은 카페에서 시사기자단은, 시민들의 후의를 몸에 감고 사치스러운 밤을 보냈다.

  솔직히 우리는 조금 흥분해있다. 슬픔을 추스릴 사이도 없이 우리는 다독여 주는 분들이 너무 많다. 어질어질하다. 두려운 마음은 그 뒤에 스민다. 이렇게 기성 언론에 대한 염증이 심했던가, 기자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컸던가, 그리고 과연 우리가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지금 모여드는 이 마음은,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현재 이 땅의 언론이 못난 탓이라는 것을 잘 안다.

  예비 독자들의 마음을 우리는 이렇게 추측한다. ‘언론을 씹고 말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괜찮은 언론 하나 만들어 보자. 얘들은 그깟 세 페이지짜리 기사 빠진 것 때문에 단체로 제 밥그릇을 내덜질 정도이니 기자치고는 좀 덜떨어졌지만, 까짓 거 좀 밀어줘보자.’ 맞을까?

  (시사기자단의 보고는 9월 창간 때까지 쭈욱~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