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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사건 검찰 녹음테이프 폭로 사건의 진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0개월 동안 추적 보도해온 불법 다단계 업체 제이유 그룹 사기 피해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이 최근 제이유 전 간부 김영호씨가 몰래 녹음한 검찰 수사과정 녹취록 폭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김영호씨는 시사저널의 제이유 탐사보도 과정의 핵심 취재원가운데 한사람으로서 그와 동부지검 정관계 수사팀 사이에서 8개월 동안 벌어진 주요 조사 내용은 실시간으로 시사저널 기자의 취재 수첩에 낱낱이 기록됐습니다. 이번에 김씨와 배임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제이유 납품업자 강정화씨가 폭로한 김씨의 ‘검찰 강압 수사 관련 녹취록’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이유 사건 검찰 수사 녹음테이프 폭로 뒤에 숨겨진 진실
주수도 판결 앞둔 돌발 폭로,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의 검찰 복귀 노린 측근의 거사

정희상 시사저널 전문기자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 농성이 한창이던 지난 2월 5일 오후, 기자에게 다급하게 걸려온 상반된 목소리의 전화 두 통은 몇 시간 뒤 터질 제이유 사태의 굴절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주수도 회장 구출 세력이 정관계 수사팀 검사의 진술 대화를 녹음해 오늘 저녁 KBS 뉴스에 폭로하려고 하는데 사건의 전모를 잘 아는 당신이 기사를 못 쓰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 그동안 취재한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 길이 없겠는가?"(동부지검 수사검사)

"파업과 직장폐쇄로 정 기자가 기사를 못 쓰니까 녹음테이프를 독점으로 주겠다고 했던 당초 약속을 못 지키게 돼 미안하다. 잠시 뒤 KBS 9시 뉴스를 봐 달라. 예전에 정 기자에게 귀띔한 그 테이프를 폭로한다. 나는 주수도 회장 선고공판이 끝난 뒤에 하자고 만류했는데 강정화씨가 오늘 하겠다고 한다."(문제의 녹음테이프 작성자인 김영호 전 제이유 상품담당 이사).

녹취록 폭로로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제이유 사건

두 사람한테 전화를 받은 기자는 곧바로 KBS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올 1월초 <시사저널>이 파업사태를 맞기 전까지 제이유사건과 관련해 하루도 빠짐없이 긴밀하게 취재 및 보도 협력을 해온 후배 기자였다.

"정 선배, 테이프를 제가 받아서 오늘밤 뉴스에 공개합니다. 검찰의 피의자 강압수사 문제점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로 삼아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입니다. 녹음테이프가 제이유의 불법행위와 주수도회장의 범죄 혐의 등과는 상관없으므로 이 보도가 주수도씨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적극 강조할 테니 오해 없기 바랍니다."

이날 밤 KBS 뉴스에 공개된 전 제이유 간부 김영호씨와 동부지검 정관계 로비 수사 담당 백아무개 검사 사이에 오간 대화 녹음 내용은 결국 제이유 사태를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에 올려놓은 계기가 됐다.

1월 11일 동부지검이 주 회장 구형 공판에서 무기징역형을 구형한 이후 일제히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제이유 관련 언론 보도는 김영호씨의 검찰 수사과정 녹음 내용 폭로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방향에서 빅뱅을 일으켰다.

이 테이프가 제이유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검사가 수사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거짓 자백을 강요하는 등 피의자 인권을 무시한 생생한 사례로 인용되면서 후진적 검찰 수사관행을 질타하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동부지검장은 끝내 이 파문으로 낙마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제이유 사건을 심층 추적해온 기자로서는 이번 사태가 필연적 귀결이었다고 본다. 여기에는 지난해 전 국민적 의혹으로 부각된 제이유 그룹의 불법 다단계 영업혐의의 배후에 자리했던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동부지검 수사팀이 제대로 된 수사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변죽만 울린 수사에 무리하게 매달린 점이 원죄로 작용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10개월간 제이유 사건을 밀착 추적한 시간은 동부지검 수사과정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수도 주변 핵심세력들의 이합집산 및 치밀한 주수도 구출공작 등 전모를 들여다 본 과정이기도 했다. 그 생생한 전모를 여기에 공개한다.

정관계 로비의혹 둘러싼 주수도-김영호의 공방

제이유 사건은 지난해 5월 초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공개를 계기로 1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당시 기자는 이 문건과 정관계 인사 리스트를 입수한 뒤 <시사저널> 864호에 '제이유 정관계 로비리스트 있다'는 제목으로 국정원 문건 전모를 처음으로 상세히 소개하는 한편 문건에 적시된 주요 인물들을 직접 취재해 보도했다.

당시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주 회장이 지난 2년여 동안 수많은 국민을 현혹해 수조원대 매출을 올린 뒤 여기서 2000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100억원을 뿌렸고, 한의상 해외담당 고문이 핵심 로비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청와대와 검찰, 경찰, 사법부, 정치권, 언론계, 시민단체 등 인사를 상대로 부인이나 형제 등 가족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일반 회원들로부터 거둬들인 자금을 특혜수당으로 지급해 수사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최하 500만원에서 6억원까지 지급된 별도의 로비리스트에는 경찰간부 44명, 공정위 직원 6명, 법원 판사 및 검사 8명, 지방군수 2명, 언론사 1곳 등이 들어 있었다.

국정원 문건과 로비리스트 내용에 대해 확인 취재를 벌이자 주 회장은 "김영호 상품담당 이사가 국정원과 짜고 벌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즉, 주 회장 밑에서 실권을 휘두른 핵심 실세가 2003년과 2004년 10월까지는 김영호 상품담당 이사였지만 그가 납품 비리 등으로 경영 부실을 초래한 문제가 드러나 김씨를 내쫓았고, 대신 그 실세 자리에 한의상 해외담당 고문이 영입되자 이에 반발한 김씨가 제이유 흔들기에 나서서 제이유 그룹이 망했다는 것이 제이유 측의 주장이었다.

국정원의 내사 문건은 2005년 이후 한의상씨가 실권을 쥔 뒤 제이유 내부에서 일어난 사기 피해 급증과 정관계 로비, 비자금 은닉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기 제이유를 떠나 있던 김영호씨가 그런 세부사항을 낱낱이 알 턱은 없어 보였다. 주 회장과 한의상씨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엉뚱하게도 제이유의 범죄를 그 전에 근무했던 김영호씨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형국이었다.

당시 서울 압구정동 제이유 본사 근처에서 훼이겟이라는 다단계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영호씨는 <시사저널>로 찾아와 이 같은 제이유의 입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제이유가 불법 다단계 사기로 내부 붕괴의 길을 걷게 된 데는 한의상 해외담당고문이 영입된 뒤 한 고문이 주 회장과 짜고 벌인 전횡과 불법 비자금 조성, 해외투자를 명목으로 한 자금은닉 등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주장이었다.

구속된 김영호, 이재순 비서관 로비의혹 최초 제보

결국 이 무렵 동부지검에서 시작된 제이유 관련 수사는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됐다. 하나는 주 회장의 사기, 횡령, 배임 등이 주를 이루는 제이유의 불법 다단계 영업 혐의 자체였다. 이 수사는 검찰 내에서 다단계 수사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동부지검 이종근 검사가 맡았다. 또 다른 수사는 국정원 문건에서 제기된 제이유의 불법 정관계 로비의혹의 진실을 캐는 수사로, 역시 형사6부 황의수 검사가 맡았다.

이때부터 검찰 수사의 양상은 주수도-한의상 세력과 김영호씨의 총력전을 방불케 했다. 김영호씨는 주 회장의 이른바 '소비생활공유마케팅' 다단계 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설득해 주 회장의 사기 범죄를 고소하도록 했다. 이에 맞서 전직 검사장 2명과 동부지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 동부지검 수사팀을 제압할 만큼 '빵빵한' 변호인단을 꾸린 주 회장은 자기의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김영호씨를 표적으로 삼아 검찰에 구속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무렵 제이유 그룹의 사기 행각이 불러들인 끔찍한 범죄 사실들을 추적보도하며 철저한 검찰 수사촉구 보도를 내보내는 기자에게 6월 1일 주 회장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 주 회장은 기자에게 "김영호씨의 납품 비리를 제보해줄 테니 이를 기사화해 구속하게끔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는 김씨의 비리 증거를 주면 일단 제보는 받겠지만 제이유 경영 총책임자인 주 회장 자신이 먼저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한 뒤 수하에 부리던 임직원에게 책임지울 비위가 있다면 검찰에 배임죄로 고소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주 회장은 결국 6월 중순 동부지검을 통해 김영호씨를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 회장은 이 과정에서 김영호 전 이사가 부산에서 상황버섯을 제이유에 납품했던 박아무개씨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김씨를 검찰에 고소하게끔 하는 대가로, 고소인이 되어준 박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주 회장의 '작업'으로 구속된 김영호씨는 동부지검 정관계로비 수사팀인 황의수 검사 방에서 2개월 가까이 조사를 받으면서 주씨의 배임 횡령 비자금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제이유 백화점 이사 김○○씨를 통한 주수도의 비자금 조성과 '생기모' 납품업자 지00씨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은 김영호씨가 수사에 협조해 검찰이 이끌어낸 주 회장의 범죄 혐의였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또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김영호씨가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에게 로비 의혹이 있다고 최초로 황 검사에게 제보했다. 김씨에게 이 제보는 일종의 유죄 협상(플리바게닝) 성격이었고, 당시만 해도 검찰과 김영호씨 사이에 신뢰관계는 유지됐다. 김씨는 8월말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으로 나온 김씨는 이후 기자와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면서 주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단서를 찾아나가는 데 집중했다.

이와 별도로 주수도씨의 불법 영업 행위로 인한 사기 피해를 전담했던 동부지검 이종근 검사의 수사는 비교적 순탄하고 철저했다. 이미 2000여명의 주수도 사기 피해자들이 고소인단이 되어 법정 증인으로 나섰고, 초기 제이유 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 회장의 사기, 횡령,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를 벌일 이유도, 필요도 없는 상태였다.

뒤늦게 나선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도 '본류'와 거리 멀어

그러나 정관계 로비 수사 부문에서는 애초부터 동부지검에 수사 의지가 그다지 없었다. 담당 차장검사는 주 회장을 체포할 수 있었는데도 뒤늦게 수배를 내려 그의 도피를 막지 못한 가운데, 김영호씨만 구속돼 있던 6월 하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검찰이 벌이는 수사는 제이유의 불법 영업행위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기자가 <시사저널>을 통해 김영호씨 등과 추적한 정관계 로비 의혹의 구체적인 인물까지 밝히며 수사를 촉구해 나가자, 동부지검은 9월부터 뒤늦게야 국정원 문건에 로비스트로 거명된 한의상씨를 소환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수사도 여야 정치권 40여명, 경찰 60여명, 법조계 10여명, 언론계 20여명 등 국정원 로비 문건과 로비리스트에 적시된 제이유의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진 수사가 아니었다.

9월 22일께 보석 상태에서 동부지검 수사팀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김영호씨가 조사를 마친 뒤 기자를 찾아왔다. 김씨는 자기가 지난 3개월 동안 검찰의 제이유 수사를 철저하게 도왔지만 이제 와서 검찰은 자기를 다른 사건으로 구속시키려고 한다고 심한 배신감을 털어놓았다. 그 핵심은 제이유 정관계 로비 수사팀에서 청와대 이재순 사정비서관을 엮어내 몸통으로 처리함으로써 로비 수사에 한 건 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 근거로 백용하 검사와 수사과정의 대화를 녹음해왔다며 그 내용을 들려줬다.

사건은 이랬다. 김영호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검찰에서는 제이유의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 로비의혹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비서관과 친분이 두터운 제이유 납품업자 강정화씨의 20억원 배임 혐의를 적발해 강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김영호씨가 황 검사에게 제보한 이재순 로비의혹에 대해 백용하 검사가 수사를 맡으면서 다시 강정화씨를 기소하기 위해 당시 강씨가 제이유에 납품한 학습지 '자이스트'에 대해 구매 결정을 담당한 상품담당 이사였던 김영호씨를 불러 조사하게 된 것이다. 검찰로서는 김영호씨도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김씨를 기소해야 강정화, 이재순 두 사람을 기소할 수 있다며 김영호씨에게 조사과정에서 협조를 강요했고, 김씨는 그 내용을 보이스 펜에 녹음해 곧바로 기자를 찾아왔던 것이다.

김영호씨는 자기가 이재순 로비 건을 검찰에 처음 제보했지만 이 제보로 인해 본인마저 추가 기소될 위기에 놓이자 이재순 사정비서관 로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백 검사는 김영호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자꾸 거짓말을 했다고 우기자 김씨가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하는 1차 진술이 맞다는 심증을 굳힌 채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라고 요구했고, 바로 이런 내용을 김씨가 녹취해 기자에게 가져온 것이다.

김씨는 검찰이 피의자에게 이래도 되느냐며 극심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김씨와 기자는 당시로서는 동부지검 정관계 로비 수사팀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선에서만 수사 흐름을 보도하고, 녹취록에 든 검찰의 피의자 수사 방식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이유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검찰수사 협조 김영호, '주수도 죽이기'에서 '살리기'로 급선회

이후 기자는 제이유 그룹 정관계 로비의혹의 몸통, 즉 국정원 내사 문건과 로비 리스트에 거론된 100여명의 거물급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 취재 과정에서 김영호씨는 음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주 회장의 막강한 변호인 군단은 주씨 재판 과정에서 김영호씨를 표적으로 공격하며 주 회장을 변론하기 바빴다.

10월 중순께 김영호씨는 자기의 배임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나오던 길에 주 회장을 따르는 100여명의 무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는 불상사까지 겪었다. 동부지법 마당에서 버젓이 자행된 이런 백주의 폭력 사태에 대해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경험한 김씨는 이후 "주수도의 비호세력이 너무 강고하다"고 믿게 된다.

2006년 11월 하순 동부지검의 중간 수사 브리핑과 정상명 검찰총장의 발언으로 제이유 정관계 로비 의혹 한 자락이 터져 나왔다. 핵심은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그의 친인척들이 제이유 그룹에 특혜회원으로 가입됐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 내사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한 수사였다.

이런 사태 전개를 본 김영호씨는 갑자기 그간의 노선을 급선회하는 길을 택했다. 김영호씨는 11월말부터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주 회장을 면회하기 시작했다. 이 면회를 계기로 지난 2년여 동안 주수도 죽이기의 선봉에 섰던 김씨는 갑자기 주수도 살리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씨는 정도를 벗어나지 말라고 조언하는 기자에게 "제이유 피해자들이 라면도 못 먹는 불쌍한 처지"라며 "이들에게 다소나마 보상해주게 하기 위해 주 회장을 며칠이라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수도 구출 운동에 나설 뜻을 비친 것이다.

지난 수개월간 사회 정의 확립 측면에서 기자와 의기가 맞아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어온 취재원이었던 김씨의 이런 변화에 대해 기자는 고언을 전하며 거듭 정도를 걷기를 촉구했다. 김씨는 괴로워하며 자기는 이제부터 주수도 사건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조직적인 주수도 구출작전... 하지만 검찰은 주 회장에 무기징역 구형

그러나 동부지검의 기류는 이 무렵부터 격앙돼 있었다. 김영호씨가 감옥 속의 주 회장과 결탁해 주 회장을 보석으로 출감시키기 위한 구출운동을 펴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 회장 면회 후 김영호씨가 운영하는 다단계업체 훼이겟의 상위사업자 장영자씨가 주 회장을 고소했던 일부 피해자들을 조직적으로 규합해 '주수도 석방 탄원서 쓰기 운동'을 벌인 뒤 지난 12월말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들은 올 1월초부터 주 회장이 곧 풀려난다고 장담하면서 적극적인 석방 운동을 펴는 한편 주 회장의 사기죄에 대한 중형 구형을 준비 중이던 동부지검 이종근 검사에 대한 온갖 마타도어를 확산시켜 나갔다.

당시 이들은 이종근 검사가 2004년 4월 주 회장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무마비조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루머를 만들어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수사 과정에서 이종근 검사를 도와 주 회장의 범죄를 입증했던 일부 고소인들도 서슴없이 공격했다. 고소인들이 주 회장으로부터 과거에 금전적 특혜를 받았으니 함께 처벌해야 하는데도 검찰이 이들을 봐주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결국 검찰은 12월 하순 주 회장을 불러 감옥 속의 그런 공작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그 정점에 김영호씨 등이 있다고 보고 다단계 업체 훼이겟에 대한 더 철저한 내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주 회장이 오랜 앙숙이었던 김영호씨와 손잡고 보석으로 풀려나와 김씨를 중심으로 사회악적 범죄를 끊임없이 양산해온 '소비생활공유마케팅'이라는 다단계 영업을 계속 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올 들어 조직적으로 펼쳐진 주수도 구출 작전은 번번이 실패했다. 주수도 사건 재판부는 이런 소란에 대해 판결 선고 전까지 주 회장을 단 하루도 풀어주지 않겠다고 밝혔고, 동부지검에서 주수도 사기 혐의를 수사했던 이종근 검사는 주수도 비호세력의 검찰 흔들기와 마타도어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주 회장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드디어 2월 5일, 4개월 전 김영호씨가 백용하 검사와의 대화를 녹취했던 녹음테이프가 KBS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은 당초 주씨의 선고공판이 예정된 날이었지만 동부지법 재판부가 선고를 1주일여 연기한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 녹음테이프 파문으로 동부지검장은 옷을 벗었다.

녹취록 폭로로 고무된 제이유... 이제 남은 건 특검수사뿐

아직도 주 회장을 구출해 말썽 많은 다단계 사업을 하고자 하는 제이유 본사 세력은 이런 사태 전개에 크게 고무돼 있다. 이제 남은 수순은 재판부에서 주 회장을 풀어주거나 형량을 대폭 낮춰 선고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는 '소비생활공유마케팅'이라는 환상적 사기 수법으로 3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양산해 자살, 이혼, 존속살인, 가정파괴 등 각종 고통으로 신음하게 만든 제이유 그룹과 주 회장의 사회악적 범죄 행각조차, 이번 녹음테이프로 마치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듯이 들고 나오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이다.

2월 9일 대검찰청 감찰반 조사를 받고 나온 김영호씨는 이런 사태에 대해 "주수도씨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강정화씨가 독단으로 테이프를 공개해 이렇게 됐다, <시사저널>이 파업과 직장폐쇄 상태라 미처 정 기자와 타이밍 상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자와 만난 강정화씨는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검찰로 보내기 위해 기획 거사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지난 10개월간 제이유 사태의 전개과정과 검찰 수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해온 기자는 이번 녹음테이프 공개 파문이 검찰의 정관계 로비수사팀이 자초한 불성실하고 무성의한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필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이유 정관계 로비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다행히 2월 3일 한나라당은 국회에 제이유 사건 특검법을 제출했다.

물론 제이유 정관계 로비 수사팀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한 점은 부적절할 뿐더러 불법행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수사기법을 담은 문제의 녹취록은 주 회장 사기사건 수사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녹취록 폭로가 1조원대의 다단계 사기와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제이유 사건의 본류를 흐려서는 안될 것이다. 즉 부적절한 수사관행은 그것대로 개선되어야 하지만, 제이유사건의 본류도 제대로 수사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사저널 거리편집국(http://blog.daum.net/streetsisajournal)은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본지에는 못쓰고 있는 기사들을 올리기 위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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