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9일, 봉하마을의 아침은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을은 새벽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조문객 대부분이 돗자리나 신문지를 덮은 채 새벽 추위 속에 발인식을 기다렸습니다.
분향소에서 절을 마친 유족들이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을 들고 사저로 오르는 길, 조문객들은 길 양옆에 늘어서서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영정 사진 뒤를 따르고 딸 정연씨가 권양숙 여사를 부축해 사저로 올라갔습니다. 건호씨는 입을 꾹 다물고 울음을 참고 있었습니다. 조문객들은 "힘내세요"라고 외치거나 작게 “가는 길 외롭지 않으시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속삭였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봉하마을을 빠져나가고 있다. 추모객들이 날린 노란 종이 비행기가 차 위에 수북히 쌓였다.
사저와 생가를 들른 후 운구차에 실린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마을로 빠져나갈 때도 국민들이 길 양옆에서 배웅했습니다. 운구차가 지나는 2차선 도로 뒤쪽 산에 티끌 하나 없이 하얀 비둘기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녔습니다. “와, 저렇게 하얀 비둘기는 처음 보네”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국민들은 노란 종이 비행기와 국화꽃을 만지작거리다가 운구차가 다가오자 바람결에 살짝 날려보냈습니다. 운구차에 노란 종이 비행기가 수북히 쌓였습니다. 차와 조문객들은 천천히 마을을 벗어났습니다.
운구차가 마을을 빠져나간 뒤 조문객들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비행기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차가 빠져나간 새벽 6시, 봉하마을 뒤편의 봉화산 사자바위 위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햇살은 가득했지만 마을은 적막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오열하고 젊은 사람들은 허망한 듯 건물 벽에 기대앉아 하늘을 봅니다. 일부 남은 조문객들은 줄을 서서 분향소에 국화를 올렸습니다. 이제껏 줄이 길어 조문하지 못한 일부 언론사 기자들도 노트북을 접어두고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쳤습니다.
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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