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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봉하 11신> 100만명의 편지-'그리움' '미안함' 그리고 '분노'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편지를 받아본 대통령이 있을까. 발인을 하루 앞두고 조문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28일 현재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편지글이 봉하마을에 쏟아지고 있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마을 입구 조문록 작성대에서, 노사모 기념관 안에서 허리를 숙여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짧은 글귀를 썼다. 조문록과 볼펜은 30여분 만에 새 것으로 바뀐다. 5월27일 오후 조문록 작성대에서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신상우씨는 “장례가 끝난 후 조문록 내용을 취합해 국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많은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을 짧은 편지로 배웅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학생이었던 시절 담임을 맡은 교사, 노 전 대통령의 주례 아래 결혼을 한 부부, 참여정부 시절 ‘혁신’ 업무를 원망했다는 공무원, 1987년 부산에서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386도 글을 남겼다. 봉하마을을 찾은 국민들 대부분은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을 표현했다. “끝까지 믿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문장이 가장 많았다. 현 정부와 검찰, 언론을 비난하는 글귀도 많았다. 또 권양숙 여사 등 남은 가족들에게 “힘내라”라는 격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다음은 봉하마을에 쌓여가는 조문록과 쪽지 편지의 몇 구절을 '그리움' '미안함' '분노' 3개의 대표 코드로 나눠 옮긴 것이다.

"당신과의 추억…"

그동안 짊어졌던 고뇌 모두 벗어버리고 시기 질투 탐욕이 없는 사랑과 배려가 충만한 곳에서 편히 쉬기를. 명복을 빕니다.
-그대의 모습을 항상 지켜보던 담임

여사님, 저 00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주례를 서 주신 것, 가슴에 두고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기운내시고... 나중에 한번 뵙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전 이 나라의 말단 공무원입니다. 님이 현직에 계실 때는 “혁신”이라는 새로운 업무에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전 노사모도 아니고 님을 지지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납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조아무개 올림

저는 당신이 87년 민주화 운동을 위하여 부산에서 ‘국민운동본부’에서 호헌철폐를 외치던, 그 시대의 아픔에 그 젊은 청춘을 함께 하였습니다. 항상 당신의 진정어린 모습에서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40대 중반을 보는 00 아빠가

당신을 존경했던 한 초등학생이 지금은 여대생이 되어 이렇게 왔는데, 대통령님은 계시지 않네요. 노무현 대통령님 존경했고, 사랑합니다. 그곳에선 꼭 행복하세요.
-HJ

5년동안 모시면서 생전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집념으로 행동하셨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101 경비단 김창식

제가 취임전에 짜 드린 쉐타는 잘 입으셨는지요. 죽음은 살아있는 자의 슬픔이지 오히려 가시는 분은 “이 고산고해의 세계 나는 잘 간다. 남아 있는 너희들이 불쌍하다”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김아무개

부모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은 어린이들도 방명록을 남겼다.


"미안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이제 알았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선은 ‘악’이었다는 것을. 이제…더이상 모른채 하지 않으렵니다. 당신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바보 노무현.

-부산시 남구 김아무개

노무현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강아무개 나이 60세

살아계실 때 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박아무개(30)

생전 믿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안히 가세요.
-이아무개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그곳에서는 당신만 위해서 사십시오. 당신만 위해서 웃으시고요.
-경북 경산시 김아무개

한때 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사랑하는 나의 대통령.

대통령 선거때 당신을 뽑고 참 많이 기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언론의 음모에 관심을 닫아버린 미안함에 가슴을 칩니다. 얼마나 많은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걸어왔을까? 감히 헤아려보면 가슴이 터질듯 미어집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끝까지 힘을 실어주지 못해서... 이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오직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었음을 새기며 돌아갑니다. 평안하세요.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귀도 많이 눈에 띄였다.


"원망마라 하셨지만 …"

한나라당, 조중동, 떡검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3년 6개월 뒤 국민이 복수해 드릴 것입니다. 편히 눈 감으세요.

이명박 대통령은 각성하라. 무슨 큰 잘못이 있다고 자살까지 몰고 간 것은 너무나 잘못된 일입니다. 전두환ㆍ노태우의 잘못된 것과 비교하면 십분일도 안 되나이다.
-부산시 진구  노아무개

원망마라 하셨지만 원망됩니다.
-김아무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검찰, 노무현 대통령을 살려주오.
-박아무개

비보를 듣고 사지가 떨렸습니다. 부디 아주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십시오. 현정부 진짜 너무했습니다.
-마산 정아무개

노무현 대통령님! 국민과 권양숙 여사님을 어찌하시려고요?? 원망하지 마라고 하셨지만 저희들에게 “한”을 남기셨어요. 정치보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대구시 남구 대명2동 김아무개

누군가는 님의 가심을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 명복을 빕니다.
-진주 이아무개

법에 전합니다.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시기 바랍니다.
-신공덕행 노아무개

이렇게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비통해 하는데 우리는 왜 하나되어 그 분을 지키지 못했을까요! 양심도 없고 ‘심장’이 없는 위선자들이, 수치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분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일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짓거리로 몰아가는 그놈들을 심판하고 싶습니다. 모두다 운명이다, 용서하라지만 저는 도무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는 힘이 없지만 국민이 하나되면 저들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에게 수치를 느끼게 해줍시다. 명복을 빕니다.
-부산시 다대 김아무개

상식있는 판결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검찰에, 재판에 실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산 사하구에서 이아무개

한나라당, 검찰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김해에서 박명득

다시는 이 나라에 정치 보복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명복을 빕니다. 정치보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대구시 남구 대명2동 김아무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