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노무현 전대통령 장례식에 쓰일 만장을 깃대에 달기 시작한다는 시각에 맞춰 조계사 대웅전 앞에 도착한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자원봉사자들이 PVC 배관으로 만든 약 3m 높이 깃대에 만장을 잇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인 27일 오후까지만 해도 조계사측 관계자는 "만장 2천 개를 매달 대나무 2천개가 서울에 도착해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http://blog.sisain.co.kr/594). 그런데 대나무봉 2천 개가 하룻밤 사이에 PVC봉으로 바뀐 것이다.
28일 오후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PVC봉에 만장을 매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 뒷편에 방치돼 쌓여있는 대나무봉이 보인다.
오른쪽 뒷편에 방치돼 쌓여있는 대나무봉이 보인다.
전날 도착한 대나무봉 2천개는 마당 한귀퉁이에 몇십그루씩 묶여진 채 방치돼 있었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계사측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는 모른다. 더이상 묻지 말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보살은 "대나무가 흉기로 쓰일 수 있다고 해서 바뀐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미 주문해 놓은 대나무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알아서 반납할 것이라고 했다.
마디 없이 매끄러운 PVC봉에 만장을 매다는 작업은 순탄치 않아 보였다. 만장과 연결시킬 노끈을 비닐테이프로 깃대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던 30대 여성은 "만장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기는 한데, 그래도 테이프가 떨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불자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본래 만장은 대나무로 하는 거다. 그래야 힘도 있고 튼튼하다"라며, PVC봉에 매단 만장을 장례에 쓰는 것은 평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부와 장례 절차를 협의해 온 봉하마을은 서울광장 노제 문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사 문제, 만장 사용 문제 등을 놓고 그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만장의 경우는 서울광장 노제에서 사용은 하되 이동시에는 들고 가지 않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봉하마을에서 제작한 만장 1천600여개는 서울로 옮기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서울에서 쓰일 만장 2000개 또한 대나무봉이 아닌 PVC봉에 매달려 휘날리게 된 것이다.
마디 없이 매끄러운 PVC봉에 만장을 매다는 작업은 순탄치 않아 보였다. 만장과 연결시킬 노끈을 비닐테이프로 깃대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던 30대 여성은 "만장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기는 한데, 그래도 테이프가 떨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불자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본래 만장은 대나무로 하는 거다. 그래야 힘도 있고 튼튼하다"라며, PVC봉에 매단 만장을 장례에 쓰는 것은 평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부와 장례 절차를 협의해 온 봉하마을은 서울광장 노제 문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사 문제, 만장 사용 문제 등을 놓고 그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만장의 경우는 서울광장 노제에서 사용은 하되 이동시에는 들고 가지 않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봉하마을에서 제작한 만장 1천600여개는 서울로 옮기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서울에서 쓰일 만장 2000개 또한 대나무봉이 아닌 PVC봉에 매달려 휘날리게 된 것이다.
김은남 기자(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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