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찾으셨다고 하기에 담배 하나 드리고 내려올 건데 왜 막아요?”
검은 양복 차림의 조문객이 항변했다. 부엉이 바위로 통하는 나무다리를 가로막고 선 전경은 고개를 숙인 채 “저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무다리 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사람 각자 가슴에 달린 검은 리본만 말없이 바람에 흔들렸다.
한 조문객이 부엉이 바위를 오르려다 전경에 가로막혔다.
경호원의 잇단 진술 번복으로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봉화산을 둘러보려는 조문객 또한 늘고 있다. 그렇지만 경찰은 아직 현장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봉화산 등산로 입구를 봉쇄 중이다. 간혹 뒷길을 찾아 산에 오르는 조문객이 있기는 하지만 부엉이 바위 어귀에서 이렇게 가로막히곤 한다(기자 또한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을 보낸 부엉이 바위는 봉화산 정토원에서 250m 떨어진 곳이다. 걸어서 3분 정도인 부엉이 바위~정토원간 등산로 3분의2 지점에 나무다리가 있다. 이아무개 경호원의 진술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아침 6시10분께 경호원과 함께 이 다리를 건넜다.
부엉이 바위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은 6시 14분께 “정토원에 가서 선진규 법사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오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호원 이씨는 걸어서 왕복 6분 거리인 산길을 3분 만에 뛰어 다녀왔다. 그러나 부엉이 바위로 돌아온 경호원 눈에 노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경호원의 이같은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모든 일은 불과 3분만에 일어났다. 노대통령은 결국 이 다리를 다시 건너오지 못했다.
또 다른 조문객이 부엉이 바위를 가려다 저지당한 채 돌아오고 있다.
봉화산은 조문객들이 양복차림에 구두를 신고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높지 않은 산이다. 각각의 등산로 구간은 길어야 걸어서 5분 거리다.
하지만 험한 바위가 곳곳에 있다. 붉은 원 안은 추락현장에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지키고 있는 전경이다. 바위와 인물을 비교해보면 부엉이 바위가 얼마나 험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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