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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 3일 8신] 24시간 편의점이 문을 잠근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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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 할머니는 올해 일흔다섯입니다. 무거운 김밥 바구니를 지고도 기자보다 걸음이 빠릅니다. 시위대가 서대문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던 열시쯤, 시위대 허리께에서 김씨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야구장도 가고 공연장도 가지. 사람많은 데는 다 가." 김밥할머니들끼리는 정보가 다 돈다는데, 요즘은 촛불집회장이 '대목'이랍니다. 전경이 많은데 무섭지 않냐고 여쭤봤습니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무섭긴." 시위대 만큼이나 할머니도 유쾌한 분위깁니다.

"근데 얘들 다 어디로 가는거여?" 행진은 그만하고 좀 앉았으면 하는 눈칩니다. 광화문에서 오랜 대치가 이어졌던 지난 일요일에는 할머니 동료들이 꽤 쏠쏠하게 벌어가셨답니다. 정작 김씨할머니는 그날 허리가 아파서 못 나오셨다네요. 그분들은 얼마나 버셨대요? 한참 머뭇거리던 김씨 할머니, 조심스럽게 "한 10만원 벌었다나봐"라고 얘기합니다. 밤을 새고 김밥을 팔아서 그정도 돈 만지는 것도 죄송스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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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닭장차와 대치를 시작하면, 후방에서는 '한국 최대의 MT'가 벌어집니다. 촛불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모여 앉아, 노래도 부르고 맥주도 한 잔 하며 흥에 겨워 '이명박 퇴진'을 외칩니다. 놀이와 싸움은 한껏 뒤섞여 구분이 불가능합니다.

덕분에 세종로 이순신동상 주위 편의점은 대목입니다. 광화문우체국 아래 'GS25시'에는 며칠째 본사에서 지원인력이 나옵니다. 기존 직원만으론 감당이 안된답니다. 대치가 시작된 열시반께, 손님의 줄이 편의점 안을 휘휘 감았습니다. 이 매장을 총괄하는 이상관 대리는 "광화문 대치가 벌어지면 매출이 두 배가 넘게 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영 안 팔리는 물건도 있습니다. 수입품입니다. "수입 커피같은 건 별로 판매가 안 는다. 왜 이런 걸 가져다 두냐고 항의하는 손님도 많다"라고 이대리는 전합니다. 그는 이런 대목에서도 우리 시민들이 많이 화가 났구나 하고 느낀답니다.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편의점이지만 지난 일요일에는 잠시 문을 잠근 적도 있습니다. 시위대의 진압을 피한 시민이 편의점으로 도망쳐 오자, 문을 잠궈 뒀답니다. 시민이 연행되는 건 막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더 돕고는 싶은데 우리도 종업원 입장이라...."라고 이씨는 말끝을 흐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