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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 3일 10신] 젊은 작가 40명이 거리에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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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광화문 이순신 장군 앞을 막고 서 있는 '닭장차'에 '불법주차'스티커를 붙이던 3일 밤 10시50분.
소란스런 시위 현장을 뒤로한 채 일민미술관 앞에 40여 명이 앉아 있습니다.
젊은작가포럼과 자유실천연대를 중심으로 젊은 작가들입니다.

시청광장에서 모여 광화문네거리->서대문->경찰청으로 이어진 거리행진에 함께 한 다음 다시 이곳으로 모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집회에 참가한 단체들과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깃발도 없고 확성기도 없습니다. 그저 차분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다수지만 이렇게 모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모임을 주도한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이재웅씨는 "사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작가적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고 판단했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느낀 개별적 목소리를 작가적 목소리로 모으기 위한 모임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합니다. 이들은 향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연대해 촛불집회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시인 송경동씨가 그동안 전개된 촛불집회 양상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동안 모임에 온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시인 윤일준씨는 현 상황에 대해 "못난 정부가 광우병 쇠고기를 가지고 답답함을 토로할 장을 마련해 준 데 감사한다"라고 말합니다. '반어법'이 사용된 표현이라는 것은 다 아시겠죠? 윤씨는 시인이 다양한 표현 기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요즘은 정부에 화가나서 '직설법'만 쓰게 되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홍명진씨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입니다. 촛불시위는 이날이 처음입니다. "집안에 앉아 글 몇 줄 쓰는 것보다 현장에 참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오늘 글을 쓰는 것과 촛불집회에 나오는 일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둘 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옮기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모임이 한창인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한마디 던집니다. "이 사람들은 다 먹고살 만한가보다. 이러고 앉아 있는 걸 보니.." 소심한 저는 속으로만 한마디 합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