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새벽 1시 반, 광화문 세종 대왕 동상 앞에 늘어서 있던 전경 차가 하나 둘 이동하기 시작했다. 거리에 남아 있는 시민은 200명 남짓. 이 정도면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느꼈나 보다. 전경차가 빠지니 시민들은 어리둥절해졌다. 경찰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오늘은 연행이나 진압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나가자는 시민과, 여기서 움직이지 말자는 시민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한 시민은 “어차피 내일(4일)은 선거날이니 아무도 못 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연두색 상의를 입고 카메라를 든 한 청년이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대에 다니고 있는 강의석이라고 합니다.” 강의석이었다. 고등학교 때 종교의 자유를 외치고, 서울대에 들어가 복싱도 하고 택시 기사도 하고 호스트바에도 나가 줄줄이 ‘팬’과 ‘안티팬’을 줄줄이 만들던 강의석이었다.
강씨는 2일 호스트바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큐’를 찍으러 집회에 나왔다가, 그날 바로 연행됐다고 한다. 은평 경찰서로 연행됐지만 맞은 사람의 증거 자료가 없어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고 한다. 강씨는 폭력이란 폭력은 다 싫다고 했다.
“유치장 안은 따뜻했습니다. 수건돌리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경찰 아저씨와 텔레비전도 보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여기 계신 전경 아저씨들도 우리와 크게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저기 한 분이 앞에 걸어가고 있습니다. 유치장 안은 그렇게 삭막하지도, 힘이 들지도 않습니다. 여기, 우리는 자유를 위해 모였습니다. 저기까지 걸어가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호) 저는, 이제부터 딱 돌아서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집에 가셔도 좋고, 따라오셔도 좋습니다.”
그 후 전경들이 급히 길을 막아서, 강씨와 시민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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