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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4일 현장 1신] 집회참가자 "그 형에 그 동생. 이상득 말이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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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이 지난 3일 경제5단체 주최 행사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실직당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 어려운 서민, 중소기업 대표 등 많은 분들이 쇠고기 이외의 문제를 가지고도 참가하지 않았느냐하는 그런 두려운 마음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4일 최고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이상득 의원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실직하고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메는 젊은이들'이라는 망언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 의원 홈페이지에 '형과 아우가 똑같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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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에는 집회가 시작하기 30분 전인 6시 30분에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노인,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신을 못차렸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예비군 카페에서 나왔다는 박준형(32, 기계공)씨는 "직장에 거짓말까지 하고 왔는데 너무한다"며 비판했다. 조인애(25, 대학 교직원)씨는 이 의원을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 사람은 그냥 얘기하라고 내버려 두고 나는 내 생각대로 행동하겠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이상득 의원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김대호(25, 직업학교 학생)씨는이 의원의 발언에서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실직자다. 그러나 "이상득이 누구인지도 잘 몰라 그 사람이 한 말에 대해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박진수(32, 법원 근무)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형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잘 모른다. 사실 시사문제에 관심이 없었는데 경찰들이 폭력을 쓰는 것을 보고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쇠고기 문제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오라'고 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발언 대해서는 참가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박원석 실장은 이에 대해 "큰 외교적 결례다. 없던 반미감정까지 만들어낼 발언이다"라며 격분했다. 반면 정부가 애초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판단에 혼선을 빚은 것은 사실이니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는 집회 참가자도 만날 수 있었다.

오후 내내 비가와 기온이 많이 떨어진 악조건 속에서도 8시 16분 현재 시청광장에는 7천 여명(대책위 추산)이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잔디밭에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인다. 대책위는 내일부터 시작될 72시간 연속 집회에 더 많은 시민들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잠시 후 9시 부터는 시청광장 한쪽에서 서울시가 주관하는 국제여자스쿼시대회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특별시스쿼시연맹 신의균 기획국장은 "원래 8시에 시작하기로 되어있었으나 8시쯤 거리행진을 한다고 해서 충돌을 막기 위해 9시로 옮겼다"라고 설명했다. 박원석 실장은 대회 개막을 두고 "서울시는 엉뚱한데 돈을 쓰기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