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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4일 현장 3신] "여자들이 왜 이리 용감해?" "왜 이리 이뻐?"

“여자들이 왜 이리 용감해? 남자들이 창피하다니까.”

제가 아는 한 남자 교수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2일 청와대로 향하는 안국동 길에서 시위대와 함께 새벽까지 촛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한동안 설파하더니 바로 이 대목, ‘근데 여자들이 왜 이렇게 용감한지 그건 잘 모르겠어. 한번 연구 좀 해봐요’라면서 여기자인 저에게 숙제를 던졌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여성입니다. 5월 2일 처음 타오른 청계광장 촛불은 10대 여학생들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집회가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10대 여학생들의 숫자는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20대 여대생, 30대 직장인, 유모차 주부, 50대 어머니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은 단지 머릿수로 말하지 않습니다. 집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압도합니다. 경찰의 압박이 거세질 무렵이면, 이렇게 소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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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에게 밀리고 있어요, 남자 분들 앞으로 나오세요.”

“어서 나오세요. 모여 있어야 돼요.”

근데 솔직히 남자들 잘 나서지 않습니다. 옆 사람과 팔짱 끼고 스크럼을 단단히 하는 건 그녀들의 몫입니다.

상황이 격해져 경찰과 시위대의 몸싸움이 거세지면 또 그녀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비폭력! 비폭력!”

“욕하지 마세요. 우리의 적은 전경이 아니라 이명박입니다.”

‘비폭력 연대’를 주도하는 그들 사이에 바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또 의리파입니다. 중간에 좀체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2일 새벽 광화문 거리에서 기자는 한쪽 발이 맨발인채 구호를 외치는 20대 여성을 봤습니다. 왜 한쪽 신발이 없냐고 물으니 진압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한쪽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하더군요. 옆에서 이 말을 듣던 한 20대 남성이 가지고 있던 신문을 꺼내 그녀의 발밑에 깔아주고는 ‘어디쯤이냐’고 묻더니 신발을 찾아줄 요량인지 그 여성이 가리킨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찾아주거나 말거나, 그녀의 시선은 시위대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까치발을 한 채 구호를 외치고 앞쪽 대열을 향해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엄마 부대의 위력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지요. “내 아이의 미래,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겠다”며 유모차를 끌고 행진하는 그녀들 앞에서 경찰은 가장 무력해 보였습니다.

자식 걱정에 나온 50대 주부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물대포 강경진압이 있은 다음날, 이 어머니들 자식 같은 시위대들이 걱정되선지 전경들을 향해 목청 높여 삿대질을 해댔습니다.

1일 밤, 한 무리의 전경을 지휘하던 경찰 간부가 “경찰 때리면 다 두들겨 패”라고 대놓고 말하자, 한 어머니는 “시민을 폭행하면 어쩔건데. 시위하는 자식 둔 부모로서 걱정 돼서 나왔어. (시위대가) 너무 과격하게만 안하면 되잖아. 무엇이 문제인가, 양심을 걸고 (스스로) 한번 물어봐.” 또 역시 자식 같은 전경들을 나무라는 투였습니다.

한 남자 기자는 집회를 취재하면서 두 번 놀랬다고 합니다.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여자들이) 왜 이렇게 예뻐!” 집회에 참여한 20, 30대 여성들 중에는 치마 입고, 하이힐 신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학 캠퍼스나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젊은 그녀들의 차림새 그대로입니다. 과거 운동권 여학생들의 전형적인 차림새(생머리 질끈 동여매고,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녀들은 전경버스를 평화적으로 제압했습니다. 닭장차를 장식하는 노란 불법주차 딱지들, 촌철살인의 낙서들, 아 어떤 여성은 닭장차 창살에 장미꽃을 꽂기도 했습니다. 전경버스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일 때, 한 여성은 버스 밑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디밀며 전경들의 다리를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몸매 짱이다!” 그러면서 말이죠. ‘즐거운 집회’는 그녀들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여성들이 한몫하고 있다네요. 이른바 ‘한나라 알바’들과 싸우는 ‘키보드 전사들’ 중에는 고등학생, 그 중에서도 여고생들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그야말로 여성들이 종횡무진입니다.

왜 그럴까요? 유머 있는 데스크칼럼으로 ‘소수의 극렬’ 팬을 지닌 저희 편집국장은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명박이 너무 못생겼잖아. 여자들이 싫어하는 얼굴 아냐?” (헉!)

여러분 의견은 어떠십니까? 댓글 쏘세요!

지도부가 사라진 집회는 그녀들에 의해 지도되고 있었습니다....

<시사IN> 박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