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영화배우 김의성씨가 본 촛불집회 대박비결
<거리인터뷰> 영화배우 김의성씨
“영화가 천만 명 이상 대박이 터지려면 평생 영화를 안 보던 사람이 영화관에 와서 보기 시작해야 한다. 지금 촛불시위에 나오는 사람은 한 번도 시위에 나와 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박시위’다. 곧 백만이 모일 것이다”
영화배우 김의성씨의 분석이다. 김씨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나온 연기파 배우다, 라고 말하면 많은 네티즌들이 ‘누구야’라고 물을 것이다. 다시 설명해 보겠다. 배우 송강호를 <넘버쓰리> ‘조필’ 역에 추천한 사람은 한석규다. 그 한석규에게 송강호를 소개해 <초록물고기>에 데뷔시킨 사람이 바로 김의성이다.
사업가로 변신한 김의성씨는 한국 스텝들을 데리고 베트남에서 현지 드라마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새로운 한류 사업을 추진중인 김씨는 <시사IN> 기자들이 시사저널에서파업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시사IN> 창간 때는 ‘時-事-人(시사인)’으로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시사IN 기자들을 위해 원두커피를 싸들고 온 그를 거리편집국에서 만났다.
- 촛불집회에 자주 나오나?
자주 구경나왔다. 혼자도 오고 ‘두 띠동갑(24살 차이)’인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하고도 오고. 나는 그렇지 못한데,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도 다음날 또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명박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 인터넷 동호회는 어떤 동호회인가?
스타크래프트 팬사이트다. 일종의 게이머 랭킹사이트다. 그런데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이 사이트가 정치사이트로 ‘변질’되었다. 놀라운 일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한다는 작은 공통점 말고는 정말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인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촛불집회를 지켜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나를 비롯한 386세대에게 이번 촛불집회는 1987년 시위의 기억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위를 ‘감격’과 ‘감탄’ 그리고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다. 우리로서는 무질서와 무정형성의 강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쉽게 규정지어질 수 없는 시위다. 만약 섣불리 정의하는 사람은 경솔한 사람일 것이다.
- 21년 전의 시위와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
그때 우리에게는 시위가 얼마나 잘 조직되었느냐, 어떻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느냐,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위는 전혀 조직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힘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무정형성이 당황스럽지만 지금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하는 일보다 당황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 시위에 성격이 어떻게 변한 것 같나?
그때 우리는 무언가를 ‘알리려고’ 거리에 나갔다. 사람들이 느끼라고, 그래서 움직이라고 몸을 던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길에 나와 있다. 말하자면 이 시위는 이기려는 시위가 아니라 이미 이겨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시위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평화로운 폭동’이다.
- 정부가 시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위대가 전략이 없으니까 경찰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다. 이쪽의 전략을 알아야 저쪽도 전략을 세우는데, 시위대가 원하는 것이 어느 만큼인지,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 모르니까 경찰도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 가까이서 본 이 촛불집회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제 쇠고기 수입 반대는 핑계다.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분에 못 이겨서, 울부짖고 싶어서 나오는 단계를 넘어섰다.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에 기분이 나쁘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변명하는 것이 너무나 유치한 게 싫어서, 비웃어주고 싶어서 나오는 것이다.
- 주변 사람들도 시위에 많이 나오나?
30대 초반의 명품과 와인을 좋아하는 여자 후배가 있다. 전문직 여성이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이 후배가 매일 밤 무릎 까져가면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위는 이명박 정부의 몰염치와 유치함에 대한 ‘세련된 짜증’이라 할 수 있다.
- 국민이 왜, 무엇에, 그토록 분노했다고 보는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거부감인 것 같다. 민주주의라는 긴 강을 힘겹게 건너왔는데 다시 건너편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면서 일어선 것이다. 비유하자면 지금 정부가 하는 짓은 예비군도 다 끝나고 민방위를 받고 있는 국민에게 얼차려를 주려는 조교와 같다. 신병 때는 어리버리해서 그 얼차려를 받았겠지만, 민방위가 그러겠나. ‘미친 거 아냐’하고 비웃을 뿐이다.
- 이 시위가 어떻게 끝날 것 같나?
이제 아무도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 끝을 짐작할 수 없다. 도대체 끝을 모르겠다. 끝이 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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