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리편집국

[6월6일 현장 14신] 세종로를 점령한 '배운 여자'들


세종로를 점령한 '배운 여자'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 배운 여자인가?" 희한한 문구가 쓰인 깃발을 따라 200여명의 시위대가 세종로 한복판을 휘젓고 다닙니다. 성비는 거의 9대 1. 압도적인 '여초' 시위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패션 동호회 '소울드레서' 회원들입니다. 온라인 모금을 통한 의견광고 열풍의 근원지가 바로 여깁니다. '소드'는 5월17일에 한겨레신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광고를 실으며, 1975년 시민들의 동아일보 격려광고를 연상시키는 '광고 투쟁'의 물꼬를 텄습니다.

'소드'의 조직력은 무시무시합니다. "그냥 고함쳐서 사람 모으기가 귀찮아서." 5월31일에 뚝딱 만든 깃발 아래로, 다음날인 6월1일에는 순식간에 1천여명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200여명이 모인 오늘도 세종로 한복판은 이들 차지입니다. 12시쯤 해산할 생각이라는데, 그 후로도 몇 명이 남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주아무개씨는 흰색 마스크를 쓴 채로 대열 앞뒤를 뛰어다니느라 바쁩니다. 선두의 몇몇 회원들과 '택'도 논의하고, 사진을 찍는 시민을 말리기도 합니다. 흰 마스크가 꽤 익숙해 보인다고 말을 건넸더니, 생전 처음하는 거랍니다.

사진기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씨의 첫 반응이 이렇습니다. "어디 기자세요?" '소드'의 매체 취향은 무척 까다로워 사진도 인터뷰도 매체를 세심하게 따진답니다. 조중동이 논외인 건 기본입니다. 다행히 시사IN은 합격선 안쪽인가 봅니다.

깃발이 이채롭습니다. 문구도 문구지만, 통닭이 그려진 것 또한 눈에 띕니다. 선두의 '깃순이' 홍아무개씨는 "우리 카페에서 '배운 여자'와 통닭 모르면 간첩"이라며 웃습니다. 통닭은 거의 '공식 음식' 대접을 받고 있고, '배운 여자'는 누군가 쓰기 시작한 고풍스러운 칭찬이 유행어로 자리잡은 표현이랍니다. 말하자면, 그냥 구성원끼리만 알아듣는 '암호' 같은 겁니다. 학력차별 같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간 '커뮤니티 유행어에 괜히 정색하는 아저씨'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차마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시사IN> 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