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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9일 현장 2신] "이름은? 명박. 관상은? 쥐박. 개념은? 외박. 경제는? 쪽박. 하야는? 급박.”


“국민은 또다시 속지 않‘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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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것뿐인데.” 국민이 ‘100년 같은 100일을 보내고’ 그 심정을 압축해서 주옥같은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에서 어떤 꼼수를 내도 “또다시 속지 않‘읍’니다”라고 말하는 국민, ‘작렬’하는 풍자와 해학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촛불시위 참여 시민의 명언을 인터넷과 거리에서 건졌다. 

여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은 바로 ‘닭장차 투어’다.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연행되어 전경 버스를 타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경험을 ‘닭장차 투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 특별한 여행에 대해 “닭장버스 및 경찰서 관광비용은 일절 무료, 경찰서에서 무료 식사 대접, 경찰서 홍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료 관광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해서도 국민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고막을 찢을 정도로 강력한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온수! 온수!”를 외쳤던 국민은 경찰청 모범경찰 추천 게시판에 “두피 마사지 해주신 전투경찰님을 추천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이 물대포가 안전하다고 우기자,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 비데로 써라!”라고 쏘아붙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골라낸 선거 문구나 국정 홍보 문구는 최고의 비꼬기 대상이다. “747 경제성장 공약이, 칠려는 사기는 다 칠려고 하는 ‘칠사칠’이냐”라고 묻는 여대생(한승수 총리에게 따끔한 질문 던진 고려대 고지윤양)도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삼키고’ 있다”라고 비난하는 시민도 있다. 뿔난 국민은 ‘대한민국 CEO 이명박에 대한 해고통지서’를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붙이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이 내건 문구도 눈에 띄었다. “민주주의 없이 시험 기간도 없다”라며 거리에 나온 그들은 주로 고양이 모양의 페이스페인팅을 많이 했다. 이들은 ‘6월은 쥐 잡는 달’이라며 청와대에 쥐가 있다며 그 쥐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양이를 그리고 나온다고 했다. 청와대 쥐는 누구를 의미할까? 한 남학생의 손 팻말에 힌트가 있다. “이름은? 명박. 관상은? 쥐박. 개념은? 외박. 경제는? 쪽박. 하야는? 급박. (나는 씨박)”

촛불집회에 지친 국민을 달래는 개사곡도 인기다. 국민 동요 ‘뽀뽀뽀’를 개사한 “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 값, 엄마가 시장 갈 때 미친 소, 우리가 학교 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소녀들, 미친 소 민영화 대운하 싫어”는 함께 부를 노래가 별로 없는 집회 현장에서 ‘히트송’이다. 

진보신당이 만든 ‘되고송’도 인기다. 가사는 “미친 소만 골라 수입해서 팔고, 반대 주장하면 괴담이라 하고, 조중동 불러 여론몰이 좀 하고, 생각대로 우기면 되고. 대통령인 게 외로워질 때면? 카트 몰던 사진 꺼내 보고, 부시 형, 나 요즘 힘들다? 내 맘대로 하면 되고”다.

이들이 있어 촛불집회가 더욱 즐겁다. 오늘은 또 어떤 명언을 건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시사IN>고재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