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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14일 현장 9신] 촛불은 어디로 갈까요?


촛불은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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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명이 넘는 시민이 운집한 6월10일은 시민의 '승리'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긴 쪽의 표정이 오히려 근심이 깊습니다.

다음날인 11일,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도가 전부입니다. 현실적으로 10일 이상의 '큰 판'을 다시 꾸리기 힘든 상황에서, 대통령이 저렇게 모르쇠로 나오면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대통령이 남의 말 안 듣는 걸로야 전문가니까"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촛불집회에 나온 한 여중생은 "대통령은 '쌩까 대마왕'이예요"라고 별명을 붙여줍니다.

이제 정치에서 풀어줘야 하는데, 선거가 없습니다. 야당도 실종됐습니다. 2002년과 2004년의 촛불을 갈무리해 주었던 길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비입니다.

시민은 언제가 되어야 생활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촛불은 어떤 방식으로 꺼질까요? 애초에, 이 싸움은 어떻게 하는 게 이기는 길일까요?

취재 중 만났던 한 386 시민의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우리는 80년에 졌고 87년에 속았다. 이번엔 지지도 속지도 않겠다."

6월14일 토요일 촛불집회 38일째입니다. 광화문 네거리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 가족끼리 나온 나들이객, 데이트 나온 연인들, 구경나온 외국인 광광객....새로 보이는 얼굴들이 가득합니다.

경찰도 지치고, 광우병 대책회의 측도 지치고, 기자도 지치는데, 시민은 지치지 않습니다. 촛불은 지치지 않습니다. 토요일마다 광화문 촛불잔치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시사IN> 천관율, 주진우

시사IN 40호는 10일 대폭발 이후 거리에 선 이들에게 새로이 주어진 고민과 모색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