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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단식하는 신부들이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단식하는 신부들이 가장 먹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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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는 신부들이 머무는 천막에 의외로 먹을 것을 들고 찾아오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미사를 드리러 왔다는 아주머니는 빵을 사왔습니다. 지방에서 과일 두 상자를 가져온 아저씨도 있습니다.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온 20대 여성들도 있습니다. '배운여자' 소울드레서는 사제단 사무실로 수박 10통을 보냈습니다. 물론 신부님들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합니다. 물과 소금 이외에는.

대신 제가 좀 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식하는 신부님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바로 라면입니다. 자정이 넘으면 어김없이 시청광장에 다인아빠의 포장마차가 등장합니다. 아고라 회원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이 포장마차는 무료로 라면을 끓여줍니다. 단식 날짜가 쌓여갈수록 라면 이야기는 꽃을 피웁니다. 이영선 신부는 "내 다른 것은 몰라도 단식을 끝내자마자 저 포장마차 라면은 꼭 먹어야 하는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을 돕는 간사들도 라면 이야기는 절대 입밖에 내지 않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부터는 버터구이 오징어 냄새가 신부님들을 괴롭힙니다. 이요한 신부는 "그냥 오징어 굽는 냄새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버터구이 오징어 냄새는 고문 수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신부님들에게 위안이 되는 건 단식이 끝나면 먹을 것과 술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것입니다.

<시사IN> 주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