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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곳도 없는데 공부가 되겠어?

작년 8월에 흑석동으로 이사 온 장지현(중앙대 법학과 4년)씨는 요즘 방을 구하지 못 해 걱정이다. 학교 근처 부동산중개업소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월세로 나온 방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서다.

“작년 8월에 이사했는데 1년 만에 같은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없어 걱정이에요. 어쩌다가 나와 있는 방을 보러가도 매달 50만원씩 내라하니 부담스럽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살고 있는 장 씨는 8월 말까지 다시 짐을 싸야 한다. 그가 살고 있는 재개발 6구역의 철거예정일이 9월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같은 구역에 살던 친구들이 학교 중문 쪽으로 이사 많이 했어요.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작은 26m²(8평)짜리 방이 전세로 3500만원 정도여서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라 말을 흐린 그는 “이젠 그것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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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4년에 재학 중인 정양옥씨도 6구역에 산다. 8월 말까지 이사해야 하지만 그가 가진 전세보증금 2000만원으로 주변에서 방을 구하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6구역 : 2005.06.09) 3개월 이전부터 사업시행인가로 인하여 이주하는 날까지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두 달 차이로 충족하지 못 해 ‘거주이전비’도 받을 수 없다. 낙성대 쪽에 방을 알아보고 있다는 정 씨는 “학교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이곳도 방 값이 많이 올라 고민이다”라 말했다. “정 안 되면 학교 근처 선배에게 신세 좀 져야죠”라 말한 그는 “학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 1500만원에 28m²(8.5평) 방에 살고 있는 박영자(56)씨는 서울 외곽의 화곡동이나 경기도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 오른 전세 값 탓에 주변에서 지금과 비슷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이웃들 역시 서울 화곡이나 경기도 안산 등으로 이주했다. 틈틈이 남편이 줍는 고물로 생활을 연명하는 박 할머니는 “아무런 대책 없이 나 같은 사람들을 등 떠미는 뉴타운 재개발은 서민들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뉴타운의 취지’를 꼬집었다.

“전세대란은 뉴타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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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부동산중개업소 운영자들은 이 같은 전‧월세 품귀현상의 원인을 ‘뉴타운 재개발지역주민들이 인근 지역으로 대거 이주해 초과수요를 발생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흑석동 우성부동산 대표는 “재개발 지역 인근에 있는 방 3개짜리 집이 예전에는 전세 5천~6천만 원이었지만 뉴타운 공시 이후 1억 3천~4천으로 갑절 이상 올랐다.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써놓고 방이 나오면 무조건 먼저 연락해 달라고 할 정도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운산 공인중개사무소를 하고 있는 박홍길씨도 “재개발로 인근지역에 실수요가 증가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30만 원 정도하던 월세 값도 이전보다 많이 올라 지금은 40만~50만 원 정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흑석동 재개발 지역인 89만4265m² 부지의 땅값과 집값은 급격히 올랐다. 지난 2005년 8월 ‘제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다. 외환위기 때 3.3㎡당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흑석 4구역은 3차 뉴타운 발표로 폭등세를 나타내 최근에는 2700만 원에서 최고 4900만 원에 이른다. 흑석 6구역도 비슷한 수준이다. 연초보다 최고 2000만원이나 올라 현재 흑석 6구역의 소형 빌라는 3.3㎡당 최고 4700만원까지 호가한다.

뉴타운에 쫓겨나는 서울유학생

흑석동 일대에서는 방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서울시 ‘흑석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일반아파트 6429가구와 임대주택 1294가구 등 총 7723가구가 ‘흑석뉴타운’에 새로 건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 3만여 명의 80%에 이르는 세입자 수 2만 4천여 명에 비해 임대주택 1294가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작구청은 또 1인 가구가 44%정도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일반아파트 가운데 1684가구를 주택 1채에 2세대가 살 수 있는 ‘부분임대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그러나 중대 근처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들만 해도 4000명에 이르기 때문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타운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들은 대거 이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근 지역의 전‧월세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한다는 흑석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원주민’인 영세 세입자와 학생들을 내모는 것이다.

흑석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원룸을 임대하는 김 아무개 할아버지(67)는 “6구역 주민들 중 1/3정도가 자취나 하숙하는 대학생들인데, 뉴타운 때문에 여기 학생들이 쫓겨나는 건 옳지 않다”며 “여기는 오세훈이 베려놨어”라 일침을 놓았다.

동작구 도시관리과 나영찬씨는 “뉴타운 개발이 완료되면 한강조망이 가능한 환경과 중앙대와 숭실대의 교육여건 등 환경과 교육이 조화된 도시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정작 중앙대 학생들과 원주민은 떠나고 있다. 그들이 살던 ‘소박한’ 다세대 주택을 허문 자리에 세워질 ‘위엄한’ 고층 아파트. 더 낮은 곳으로 이사 가는 그들을 뒤로 한 채 흑석뉴타운 재개발 구역의 집값은 더 높이 오르고 있다.

<시사IN> 변태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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