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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인턴수기

시사IN 인턴기자 명함을 받았다

 

'기자와 다크 나이트'


 명함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명함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명함을 받고나서 '보답으로' 내줄 자신의 명함이 없을 때는 참으로 민망한 탓이다. 저녁에 사무실로 돌아오니 자리에 명함 한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사IN>의 삼색인 붉은색과 파란색, 흰색이 조화된 명함. 족히 200장은 되어 보였다. 


 명함은 영어로 '비즈니스 카드(business-card)'다. 기자는 이 비즈니스 카드를 꽤 많이 주고 받는 직업 중 하나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가는 곳마다 명함을 뿌리는 사람처럼 기자는 가는 곳마다 많은 명함을 뿌린다.


 기자의 비즈니스는 무엇일까. 취재와 기사쓰기라는 답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도 10명에게 묻는다면 10개의 답이 나올 것이다. 나는 기자의 비즈니스는 '다크 나이트'라고 생각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배트맨은 기자와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배트맨과 기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고담시의 범죄는 배트맨이 처리해야 할 일거리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불행이 기자들의 일거리인 양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조커가 강조하지 않았던가. 조커라는 괴물이 있기에 배트맨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 있다고 말이다. 조커와 같은 악당이 없다면 배트맨은 실업자가 될 터이고, 세상이 태평성대로 잘 돌아간다면 기자도 실업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 과연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겐 다크 나이트(dark night)가 필요한 것일까.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겐 다크 나이트(dark night)가 필요한 것일까.



 기자의 비즈니스는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사는 미담보다는 불행한 일에 치우쳐 있는 게 사실이다. 비판을 해야하는 처지인 기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자의 비즈니스는 태생적인 '실업 욕망'을 탑재했는지도 모른다. 로버트 카파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전쟁을 막기 위해 전선기자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면 실업자가 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겐 다크 나이트(dark night)가 필요하지 않다. 그 대신 어두운 밤이 물러가고 배트맨의 가면을 벗을 수 있는 날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