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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인턴수기

시사IN '삐딱선', 주진우 기자 관찰기

주진우 선배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기자들의 파업 와중이었는데 그리 열성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매번 안 보였고 등장해도 금세 가버리곤 했다.


촛불정국, 청계광장 거리편집국에서 주선배는 취재총괄팀장이었다. 말하자면 천막 편집국의 장쯤 되는 위치였다. 그는 천막에서 특종 여럿을 몰고 왔다. 새벽녘까지 천막을 지켰고 사람들을 봤다. Tom&Toms에서 빵을 사다 후배들에게 노놔주기도 했다. 그는 묵직하게 촛불 한 복판을 지켰다.


작년 말 나는 <시사IN>인턴기자가 됐다. 주진우 선배는 인턴기자들의 간사가 됐다. 그는 우리들을 열성으로 챙기는 않았지만, 방임하지도 않았다. 주 선배는 열성과 방임 사이의 긴장을 묘하게 잡았다.



"나 좋은 사람 아니다. 잘 해라."


"난 삐딱선 타는 애들 싫어한다. 타지 마라. 삐딱선은 편집국에서 나 하나 타는 걸로 족하다."


"주 선배는 이런 말들을 우리에게 쏟았는데 꼭꼭 눌러서 말을 했다. 무심한 듯, 거친 듯, 다정한 말들을 눌러 말하곤 했다.



어느 날, 자리가 마련됐다. 모 인사와 주 선배, 인턴 여섯의 저녁 자리였다. 모 인사는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반골도 너무 반골들이 많다. 김정일 찬양하는 사람들 남한에 숱한 거 보고 탈북한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더라."

"언론노조 파업, 거 순전히 밥그릇 싸움이다."


"난 사형제 절대 찬성이다. 폐지할 이유가 없다. (범죄를)당해보면 폐지하라는 소리 못할 거다."



그 인사는 연배가 높은 편이라 인턴들은 듣기만 했다. 우리 대신 주 선배가 나서서 받았다.



"김정일 좋아하는 사람 없습니다. 다 싫어해요."


"밥그릇 싸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주는 공론장, 공적영역인 방송 지키는 겁니다."


"사형제 전 절대 '폐지한다'입니다. 사형 집행자의 인권 문제는 누가 챙깁니까."



팽팽한 듯 유하게 둘의 언쟁이 식사 자리 내 계속됐다.

그 인사와 헤어지고, 인턴 여섯과 주 선배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와인을 마시며 주 선배는,

"나는 기자의 전형은 아니다. 특이한 기자다. 편집국에서 나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1기 인턴을 했던 한 친구는 주 선배를 두고,

"말 없이 일 처리 화끈하게 하는 선배다. 가끔 보면 놀랍다." 라고 전했다. 들으며 갸웃했는데 와보니 알겠다.


 

주 선배는 할 말만 한다. 다변이 아니다. 그리고는 해야할 말을 꼭 눌러 한다. 눌러 말한 말들은 귀에 박히든 가슴에 박히든 박힌다. 박힌 자리에 '신뢰'가 돋는다. 일에서도 그 신뢰가 작용했던지 선배는 특종 여럿했다. 다시 일과 신뢰의 순환. 나는 주 선배의 기자 인생 전반을 모른다.


“신뢰감을 주는 기자가 돼라. 특종의 밑바닥엔 신뢰가 있다. 주진우 기자가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나름의 신뢰감으로 특종 여럿 했다. 기자 뿐 아니라 사람 전반에 관한 얘기다."

판매팀의 이상곤 선배는 말했다.



주 선배의 기자인생, 모르긴 몰라도 '신뢰'는 그 저변에 자리잡은 듯하다. 파업 와중에 그를 오해했다. 촛불 정국에 오해가 슬슬 녹았다. 인턴 약 이레 째 그에 대한 '신뢰'가 잡혔다. 주진우 선배와 만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