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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현진권 비서관 논문 표절 확인했다


아주대, 현진권 비서관 논문 표절 확인했다
<시사IN> 보도 이후 아주대가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의 표절 의혹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시사IN>이 보도한 논문 여섯 편 외에 추가 표절 논문도 확인돼,
연구진실성 검증 조사위원회가 가동될 전망이다. 

 [82호] 2009년 04월 06일  고제규 기자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위)은 2004년부터 아주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도 지냈다.

 

아주대학교가 현진권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아주대 경제학부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정식 조사에 들어갔다. 현 비서관은 2004년부터 아주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2006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중도보수 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재 그는 휴직한 상태다. 휴직 처리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강명구 아주대 사회대학장이 잦은 대외 활동에 따른 업무 소홀을 이유로 휴직 대신 사직을 요구하며, 휴직서에 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시사IN>은 학자 출신 공직자의 논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현 비서관의 표절 의혹을 발견해 연구윤리 전문 교수 등 모두 3명에게 감식을 받은 뒤, 현 비서관이 자기 논문을 표절한 의혹이 짙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 비서관의 논문을 검토한 교수들은 이들 논문이 △인용 표기나 출처 표시 없이 자기 논문을 표절하거나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이중 게재)하고 △논문을 쪼개 게재(살라미)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시사IN> 제78호 참조). 현 비서관의 논문을 검토한 교수들은 표절 의혹에 휩싸인 논문이 모두 여섯 편이고, 2001~2006년에 걸쳐 표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실수보다는 업적 부풀리기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표절한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사IN> 보도가 나간 뒤, 아주대 연구처(처장 이정태 교수)는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황우석 박사 사태와 김병준 부총리의 논문 표절 의혹 이후 대학마다 논문 검증 절차가 크게 강화되면서 아주대도 2006년 ‘연구진실성 검증 조사위원회(검증위원회) 운영규칙’을 마련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증위원회는 정식 제보가 들어오면 소집하게끔 되어 있다. 연구처가 중심이 되어 예비조사를 하고, 다시 외부 인사까지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본조사를 거치고 나면 최종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50쪽 표 참조).




“가위와 풀로 쓴 논문”

아주대 연구처는 <시사IN> 보도가 검증위원회 소집 요건인 정식 제보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졌다. 연구처는 아주대 법대 교수들에게 해석을 의뢰한 결과, 언론 보도를 제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 보도로 소속 교수의 연구윤리 문제가 제기된 만큼 대학본부는 우선 현 비서관의 논문에 대한 검증을 경제학부 교수들에게 의뢰했다. 검증위원회 가동을 위한 사전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연구처 의뢰를 받은 경제학부 교수 2명이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과, 현 비서관이 아주대에 재직한 뒤에 쓴 논문 16편을 모두 검토했다. 이들의 검토 보고서는 4월1일 연구처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 결과에 따라 검증위원회를 가동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4월1일 이정태 아주대 연구처장은 “경제학부 교수들에게 (표절) 사실 확인 작업을 맡겼고, 보고서를 받은 건 맞다”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번 조사로 표절에 해당한다고 결론이 나면, 대학본부가 제보자 역할을 해서 검증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다. 물론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하면 검증위원회는 가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의뢰를 받아 현 비서관의 논문을 검토한 경제학부 교수들은 “<시사IN> (표절) 지적이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자기 논문을 표절했다”라는 보고서를 연구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50쪽 상자 기사 참조). 그런가 하면 표절 의혹이 불거진 논문 여섯 편 외에 추가로 또다른 표절 논문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정보와 납세순응: 실험자료를 통한 실증결과>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논문을 검토한 경제학부 교수들은 <법경제학연구>(2007년 4권 1호)에 실린 이 논문이 ‘심각한 자기 표절의 종합판’이라고 결론냈다. 참고문헌 목록을 뺀 전체 논문 10쪽 가운데 무려 7.5쪽이 이전에 발표된 논문 세 편을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론과 결론만 다르고 나머지 본문은 이전에 자기 표절한 논문을 재차 표절하기도 했다. 경제학부 교수들은 이 논문의 표절 부분이 기존 논문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아 사실상 오려붙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정했다. 논문을 검토한 한 교수는 “머리를 써서 쓴 논문이 아니라 가위와 풀만 사용해 짜깁기한 논문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실증연구의 핵심이 실험인데, 실험 절차와 실험 결과 부분을 2005년 <한국 납세자의 납세순응행위 분석> 논문에서 그대로 전재한 것은 연구윤리를 심각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부 교수들은 “저자(현 비서관)는 새로운 실험도 하지 않고 마치 이 논문이 새로운 실험의  결과인 것처럼 호도하고 기만하는 상식 이하의 행위를 했다”라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이 논문에 딸린 참고문헌에도 유독 표절한 논문들만 빠져 있다. 경제학부 교수들은 보고서에 “참고문헌에 자신의 (표절하지 않은) 논문 두 편을 밝히고, 표절한 논문만 뺀 것은 의도적인 행위로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아주대 경제학부 교수들은 “논문 표절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고 반복적이고 지속됐다”라며, 검증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교수들은 “표절 논문의 게재를 통해 재계약과 승진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불공정한 인사 혜택을 받은 만큼 아주대 임용 이후뿐 아니라 임용 전에 쓴 모든 논문과 간행물에 대한 검토와 함께, 자기 표절뿐 아니라 타인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아주대 관계자는 “예비조사는 아니지만, 예비조사나 다름없는 조사에서 표절로 판정이 났기에 검증위원회 조사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증위원회가 가동되면 본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증위원회 운영규칙에 따르면, 외부 인사까지 포함된 조사위원회는 본조사 때 현 비서관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피조사자 신분인 현 비서관은 반드시 응해야 한다.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총장에게 징계를 권고할 수 있다. 아주대 학칙에 따르면 징계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되어 있다. 아주대 연구처 관계자는 “만일 표절로 판정될 경우 징계뿐 아니라 학문적 도의상 해당 학회에 알리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각 학회에서도 표절 방지를 위해 연구윤리규정을 마련했다. 자기 표절의 종합판으로 지목된 2007년 <조세정보와 납세순응:실험자료를 통한 실증결과> 논문이 실린 법경제학회에도 연구윤리규정이 있다. 법경제학회 연구윤리규정 4조는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과정 및 연구 결과 등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연구에 사용하거나 자신이 이미 발표한 연구 결과를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부당하게 발표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법경제학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학에서 먼저 표절 사실을 알려온 것은 없지만, 대학에서 진상을 알려오면 조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당국의 표절 조사에 대해 현 비서관은 4월1일 “(표절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이 다시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침묵했다. 앞서 지난 3월 표절 의혹 취재를 위해 접촉했을 때도 그는 “거기에 대해 얘기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표절 의혹 제기한 <시사IN> 보도 맞다” 
  
아주대학교 조사 결과 <시사IN> 보도는 사실로 확인됐다. 나아가 논문을 검토한 교수들은 의도적 표절이 의심되는 근거도 찾아냈다.
 

<한국 납세자의 납세순응행위 분석>(2005년)은 <왜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는가?-납세순응행위의 분석과 정책제언>(2001년) 논문에서 두 군데를 표절했다. 2005년 논문 137~139쪽은 2001년 논문 97~99쪽을 잘라 붙였다. 또 2005년 논문 147~152쪽 부분도 4년 전 논문 99~105쪽을 그대로 실었다. 논문을 검토한 경제학부 교수들은 2001년 논문 102쪽에 흔히 쓰지 않는 표기법인 ‘? 0’이 나오는데, 2005년 논문 149쪽에도 반복된 점에 주목했다. 심지어 2001년 논문 104쪽에 ‘가정하면’이 오자인 ‘가장하면’으로 되어 있는데, 2005년 논문에서도 똑같이 ‘가장하면’이라는 오자를 냈다. <한국의 재정분권 수준은 과연 낮은가?>(2006년) 논문도 <지방세 세목교환의 타당성 검토-서울특별시의 경우>(2005년)를 표절했다. 2006년 논문 95~100쪽 부분이 2005년 논문의 253~257쪽 내용을 표절한 것으로 결론났다. 심지어 각주까지 잘라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Tax compliances in Korea and Japan:Why are they so diffe-
rent?>(2006년) 논문은 <한국납세자의 납세순응행위 분석>(2005년)의 한 단락을 떼어내 분량을 늘린 것으로 판정됐다. 한 연구 결과를 여러 개 논문으로 나누는 전형적인 ‘살라미’ 논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제학부 교수들은 2006년 논문의 참고문헌에서 표절한 2005년 논문을 뺀 것이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2005년 논문에 ‘한국 소득세 미신고율’을 본문에서는 ‘20%’로 쓰고 표에서는 ‘29%’로 잘못 썼는데,  2006년 논문에서는 이 부분을 바로잡았다. 논문을 검토한 경제학부 교수들은 “이전 논문에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면서도 참고문헌에서 뺀 것은 논문 심사 과정에서 표절이 밝혀질 가능성을 우려한 행위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Examining the determinants of tax compliance by experi–mental data: a case of Korea>(2003년) 논문은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납세순응행위 결정요인: 실험자료를 사용한 실증결과>(2002년)를 축약해 실은 중복 게재라고 결론났다. 국문과 영문 등 언어만 다를 뿐 같은 논문이라고 판정했다.

<형평성 요인별 분석을 통한 소득세제의 소득재분배 효과>(2003년), <Redistributive effect of Korea’s income tax:equity decompo–sition>(2005년 2월), <The Financial Crisis and Income Distribution in Korea:The Role of Income Tax Policy>(2005년 5월) 논문은 1991년·1996년·2000년 등 5년 주기로 발표하는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 조사 자료를 모두 사용했다. 논문을 검토한 경제학부 교수들은 “2005년 논문이 2003년 논문의 연구를 이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아낸 다른 논문이라고 해명할 수 있지만, 동일한 근거와 추정 방법을 사용해, 세 편으로 분할 게재한 자기 표절에 속한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2005년 발표한 두 논문은 본문의 3분의 2가량이 사실상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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