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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7일 현장 2신] 쇠고기 재협상 해주고 재고무기 땡 처리?


쇠고기 재협상 해주고 재고무기 땡 처리?

성난 민심은 이미 쇠고기를 넘어 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87년 6.29의 향수를 그리워 하나 봅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미 이면 교섭을 끝내고 반전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부에서는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일부가 교체되는 시점에 쇠고기 재협상 카드가 전격 등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재협상에 응할 리 없다고요?
최근 주목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한·미 양국 사이에 주로 미제 재고무기 판매와 관련한 협상이 갑자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중 하나가 공격용 아파치 헬기 도입 문제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미제 중고 헬기 도입과 한국형 헬기 개발로 의견이 분분하던 이 문제가 지난 5월 말 갑자기 미제 헬기 36대 (약 9천억원) 구입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점에 아파치 헬기 보다 규모가 더 큰 미제 재고무기 관련 협상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바로 5월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WRSA(전시비축탄약) 관련 제5차 회의입니다. WRSA(전시비축탄약)란 미군이 지난 70년대와 80년대 미국에서 저장공간을 초과하거나 도태된 탄약을 한국에 들여와 유사시 대비용으로 비축 관리해온 탄약들로,  약 5조원대에 이릅니다. 미국은 지난 2000년부터 우리 정부에 이를 구매할 것을 종용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군 전력 증강과는 무관한 쓰레기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들 입장과 선별 구매할 경우 무기로서 가치가 있다는 국방부 입장이 엇갈렸는데, 이번 5차회의를 계기로 선별 구매하기로 결론이 모아졌다는군요.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금액은 나오지 않았는데 전체 5조원 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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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미제 무기 구매 문제를 장황하게 늘어놓느냐구요?
미국이 쇠고기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분석에는 미국내 축산자본의 막강한 로비력에 대한 평가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축산자본의 힘을 찍어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바로 군수산업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는 초불시위는 축산 자본 뿐 아니라 군수산업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4월 이명박 대통령 방미 이후, 7월 부시 대통령 방한이 이뤄지기 전까지, 군수산업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재고무기 판매처럼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관철시키지 못한 많은 군수 관련 요구 사항을 이 기간에 몰빵을 하려고 해왔는데 자칫 촛불시위 때문에 불안하기 그지 없게 된 것이지요. 지금은 시민의 저항이 반 이명박에 머무르고 있지만, 반미로 확대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출액(1년에 약 1조)의 몇 배를 능가하는 군수산업의 무기 판매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한국 시민의 저항 운동이 반미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한편, 재고무기 판매라는 군수산업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쇠고기 문제를 적절한 선에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미국이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 자율규제 수준을 넘어, 쇠고기 협상안의 부칙 조항에 예외항목을 두어서라도 30개월 이상 수출을 금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한·미 양국이 이미 지난 5월 중순 이후부터 쇠고기 재협상과 자동차 및 무기 수입 확대를 패키지로 한 물밑 대화를 진행했고, 이미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3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갑자기 등장해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용감하게’ 요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게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할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느끼셨나요?

오비이락 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점이 바로 한국이 미제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와 WRSA 선별 구매를 결정하고 난 직후라는 점에서 상관 관계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요.
군수 관련 현안이 이것 말고도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줄줄이 늘어섰다는 점에서 아득한 생각이 듭니다. 쇠고기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알량한 양보 하나 받아내면 끝일까요. 그러고 난 뒤 또 얼마나 많은 우리의 혈세가 알게 모르게 미제 중고 무기와 고철 덩어리 수입을 위해 빠져나가야 할까요? 
 

<시사IN> 남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