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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7일 현장 18신] 진압 전경 "휴가 나갔다면 촛불집회에 놀러왔을 수도 있다"


진압 전경 "휴가 나갔다면 촛불집회에 놀러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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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8일 2시30분. 광화문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서 시민과 대치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3기동대 41중대 김 아무개 상경을 만났다.

- 밥은 먹었나?
7시에 서울시경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먹었다. 차에서 먹었다. 밤에 간식으로 빵과 우유를 먹었다.

- 힘들어 보인다.
3일째 버스에서 자고 있다. 사람이 누워서 자야 하는데 많이 힘들다. 요새는 의식주 그게 안 된다. 3일째 씻지 못했다. 이도 못 닦았다. 한 달째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하니 감기 들고 아픈 동료들이 많다. 나는 괜찮은 편이다.

- 시위 끝나면 좀 쉬는가?
시위가 끝나도 임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버스에서 대기하며 잠깐 눈 붙인다. 틈이 나는대로 자고 먹는다.

-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가 들린다.
폭력경찰 이야기 하는데 우리는 몸으로 막고 있다. 방패는 막으라고 드는 것이지 때릴려고 드는 것이 아니다.

- 방패로 때리기도 하지 않느냐?
우리는 교육도 방어 위주로만 받는다.

- 촛불집회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
휴가 나갔다면 촛불집회에 놀러왔을 수도 있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불법적인 과격시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촛불집회에 나와도 과격하게 하지는 말라고 한다. 사실 과격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무리를 지어서 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 시위대가 노래를 자주 부른다.
노래는 좋은데 따라 부르지는 않는다. 시위대가 노래를 부르면 왠지 흥이 나지 않는다.

- 애인은 뭐라고 하는가?
서울에 사는 여자 친구는 집회에 안 나온다. 하루 빨리 끝나면 좋겠다며 몸조심하라고 매일 통화한다. 부모님도 매일 몸 조심하라고 걱정하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다. 시위하는 사람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희생자들,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안타깝다. 하루 빨리 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

기자는 김 상경 부대 대원들에게 촛불집회에 친구가 온 경우가 있는지 물었다. 어느 상경은 집회를 막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그 상경은 "그 친구가 싸이에 들어와 '오랫동안 못 봤는데 여기에 있어서 놀랐다. 힘든 건 없냐'고 걱정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상경은 “위험하니 시위대 따라다니지 말라”는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시사IN> 주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