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 서울대 교수"1년만 넘었어도 그냥 물러나라 하겠는데"
6월9일 밤 10시부터 시청광장에서는 진보신당 칼라TV가 중계하는 '촛불과 한국사회'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열렸다. 1부 사회를 맡았던 민교협 최갑수 비상임공동의장(서울대 서양사학과)을 만나봤다.
시민 대상으로 하는 밤샘토론회에, 인터넷생중계다. 형식이 색다르다.
- 그러게. 이거 세계 최초 아닌가? 한국의 역동성은 대단하다.
촛불집회가 한달을 넘겼다. 가두시위만 따져도 3주째다.
- 처음에는 10대들이 나와서 외치는 걸 보고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걱정이 된다. 어떻게 이 판을 잘 정리를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요즘 계속 든다.
걱정이라면?
- 첫째, 정부가 너무 소 귀에 경읽기 식으로 나온다. 수십만이 몰려나와도 나몰라라 해버리니 시민이 성과없이 지쳐가고, 그러다 보면 과격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정부 바람대로 되는 거지.
둘째, 거리정치와 대의정치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민주당이 너무 못한다. 대의정치의 장으로 들어가서 거리정치를 따라잡을 생각을 해야지 가두시위 동참이 뭐하자는 건가.
대통령이 나몰라라 식으로 나오는 것에 시민이 더 분노하는 것 같다.
- 이게 참, 1년만 지난 대통령이라도 물러나라 하겠는데, 겨우 넉달째니 그럴 수도 없고. 대통령이 오기를 부리는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청와대의 여론수렴구조가 망가져서 아예 상황파악부터 못하는 거라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거 정말 모르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정보에 왜곡이 일어난다는 건 정권이 무척 취약하단 얘기다.
2002년, 2004년 촛불집회 때는 큰 선거가 눈앞에 있었다. 지금은 없다. 이 싸움을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
-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지. 그거 외엔 길이 안 보인다. 쇠고기 재협상 일단 하고 봐야 한다. 싸움이 길어지면 서로 불행해진다.
프랑스는 혁명의 백화점과 같다. 프랑스사 전공자로서 요즘 정국과 유사한 혁명이 있다면?
- 출발은 68혁명과 비슷했다. 둘 다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노동자와 시민사회 조직이 침묵할 때 학생이 먼저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집단지성의 승리를 보고 있다. 이건 68혁명이 가지지 못했던 거다.
평가가 긍정적인 것 같다.
-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요긴한 경험이다. 이번엔 여성이 공공성의 주체로 등장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먹을거리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생활정치가 급부상했다. 시장화에 맞서는 게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가 된 거다.
반면 한국 보수블록은 여전히 과거의 습관에 잡혀 있는 듯하다.
- 좌파 우파를 떠나서, 우리 세대가 반성하고 민망해할 얘기다. 좌파가 좀 더 치열하게 우파를 견인해 냈으면, 저런 엉터리 우파가 득세하지는 못했다. 아니 우파가 원래 민족주의자인데, 뉴라이트같은 사대주의자들이 우파 대접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나같은 좌파가 보기에도 한국 우파는 좀 이상하다는 게 보인다.
정당도 시민사회조직도 시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지식인의 역할은?
- 이 정국이 길어진다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대규모 시국선언도 그 중 하나다.
민교협의 6월10일 계획은?
5시에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깃발 들고 집회에 참가한다. 교수들이 거리에서도 아스팔트보다는 연단이 익숙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10일은 아스팔트 위에 설 생각이다.
<시사IN>천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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