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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14일 현장 3신] 시위가 진화하듯 노점상도 진화한다


시위가 진화하듯 노점상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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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장은 작은 시장입니다. 없는 게 없습니다. 6월14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은 시민보다 상인들이 먼저 자리를 폅니다. 생수와 음료수는 기본입니다. 토스트, 닭꼬치, 순대, 버터오징어, 번데기 같은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미친소 티셔츠, 햇빛가리개 모자, 미니 태극기, 야광뿔 머리띠 등 패션 아이템도 가득합니다.

촛불 집회에 처음 등장한 상품은 할머니 두 분 정도가 팔고 다니시던 김밥과 떡, 도너츠입니다. 이어 버터 오징어가 나타났습니다. ‘폭우 속 집회’가 열리던 6월 첫 주에는 우비가 ‘대세 상품’이었습니다. 얼굴을 가려주는 마스크도 함께 팔렸습니다. 

집회 참가자가 늘어난 6월 첫 주 주말부터 상품 종류는 급속도로 다양해졌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을 겨냥해 장난감도 등장했습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촛불을 밝힌 대학생·직장인들에게는 족발과 수제 소세지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대책위가 준비한 초가 떨어져 귀해지니, 양초와 종이컵을 따로 파는 가판도 생겼습니다. 가끔 광화문 전경버스 앞에 모인 시민 사이로 막걸리 리어카가 다니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리어카를 보고 웃었지만 사먹지는 않았습니다.

수익을 챙기지 않는 장사도 있습니다. 한 광고홍보대행사는 직접 디자인한 '2MB OUT' 티셔츠를 팔아 전액을 광우병 대책위에 기부합니다. ‘물대포를 맞아도 젖지 않는다’라고 광고합니다. 하루에 400장 쯤 팔린답니다.

다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많이 모여도, 생각보다 먹을거리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양시에서 노점상을 하던 한 부부는 “얼음물만 좀 나갈 뿐 오뎅 등 음식은 거의 안 팔린다. 먹고 놀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남는 게 없는데 왜 굳이 나왔냐는 물음에 “갈 데가 없어서 여기라도 나오는 거다. 다른 곳은 단속이 너무 심하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시사IN 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