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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28일 현장 13신] '시민 지키는 경찰'이 어색하다


'시민 지키는 경찰'이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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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내 친구 포돌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시민 얼굴에 물대포를 쏘고 돌을 던지는 서울 경찰과는 달리 제주 경찰은 ‘시민 보호’라는 원래의 본분을 지킵니다.

제주 시민들이 제주시청 앞 어울림 마당에서 거리 행진을 시작한 6월 28일 밤 9시경, 주변에 보이는 경찰은 7명입니다. 모두 교통경찰 옷을 입었습니다. 시민들이 움직이자 경찰들도 바빠집니다. 3명이 시위대 앞을 맡고, 3명은 시위대 옆을, 1명은 행진 길 곳곳의 골목과 도로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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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임무는, 아무리 봐도 ‘시위대 보호’입니다. 골목에서 차가 나오면 멈춰 세우고, 사거리가 나오면 시위대가 안전하게 건너도록 교통정리를 합니다. 시위대와 발맞춰 느릿느릿 걷는 제주 경찰의 표정은 서울 경찰과 많이 다릅니다. 사실 집시법을 어기고 ‘불법 도로 행진’을 하기는 서울이나 제주나 마찬가지인데, 수가 적어서 걱정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지킬 ‘청와대’가 없어서 여유로운 걸까요.

제주동부경찰서 앞에 모인 시민들은 “어청수는 물러가라”를 두어 번 외치곤 앞으로 갈 길을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경찰도 함께 머뭇거리다가, 시민들에게 묻습니다. “돌아요? 돌아?” 몇몇 시민이 그러자고 하자 경찰은 다시 바빠졌습니다. 유턴하는 시민들을 위해 건너편 차를 막았습니다. 시민들은 느릿느릿 여유롭게 유턴했습니다.

저녁 10시경, 다시 어울림마당에 도착한 시민들은 하나둘 해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인권회의에 왔다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서보경씨에게 한 경찰은 ‘작별 인사’까지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씨는 화들짝 놀랐지만, 화답했습니다. “어이구, 수고하셨습니다.” 문화적 충격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민을 지키는’ 제주 경찰이 지극히 정상입니다.


제주, <시사IN> 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