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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인턴수기

대학원생 박씨, 그가 인터넷을 끊은 사연

#. 대학원생 박씨, 그가 인터넷을 끊은 사연

서울시내 모 대학원 석사과정 박아무개씨(30)는 영어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해외유학 준비생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 토익(TOEIC)시험을 준비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논문을 쓰면서 취업도 준비했다. 어느덧 그의 사물함은 전공서적 대신 토익책이 가득해졌다.

박씨는 얼마전에 인터넷을 해지했다. '투잡(two-job)'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끊겠다는 의지일까? 아니다. 그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인터넷선을 끊어야 했다. 그가 이런 생활고에 처한 이유는 게으른 탓이 아니라 취업과 논문을 동시에 준비하는 탓이다.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조차 없다. 그는 "집안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나이제한에 ‘관대한’ 5개 기업에 지원했다. 그 중 면접 연락이 온 기업은 단 한 곳. 그마저도 낙방해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다음 공채시즌을 위해 ‘스펙 만들기’에 돌입했다. 낮에는 한자자격증과 컴퓨터자격증을 준비하고, 밤이 돼서야 '본업'인 학위논문을 준비한다. 박사학위로 진학하더라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고학력 비정규직인 시간강사다. 그는 이러다 평생 고용불안 속에서 살까봐 초조하기만 하다.


#. 대학원생 이아무개씨가 하루에 한끼만 먹는 사연

실업과 생활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원생은 박씨뿐만이 아니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한 학기에 400~5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은 조교 업무를 하면서 해결한다. 하지만 생활비와 책값을 대기 위해 틈틈이 학원강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대학원 수업과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투잡 시스템이다. 취업준비는 이 시스템의 복병이다.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에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까닭이다. 고려대학교 인문사회계열 석사과정 이아무개씨(26)는 요즘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비에서 책값이 도저히 남지 않는다. 그는 하루빨리 석사학위논문을 마치고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그가 ‘눈을 낮춰’ 알아본 기업의 입사경쟁률은 100대1이 넘었다. 최근 해외유학파까지 가세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막막하다. 


#. 대학원을 떠도는 청년실업의 유령

대학원을 떠도는 청년실업의 유령. 취재하면서 이 유령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 석사과정 중 지도교수나 동료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학생. 취업에 성공했으나 학사학위소지자와 동등한 자격으로 취업한 학생... 대학원은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었다. 백수를 품고 있는 인큐베이터였다. 


 이번 취재는 거울을 보는 기분이었다.
 인턴생활이 끝나고 나면, 나도 그들과 같은 백수로 돌아가야 하기에...